KT-SKT 대형 이통사 정치권인맥 대공개

국내 통신시장이 거대 통신사 합병 및 방송통신사업 융합에 따른 IPTV 등장 등 구조개편을 앞두고 대혈투를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통신시장 규모가 한계에 부딪힘에 따라 양대 통신사인 KT측과 SKT와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죽느냐 사느냐 대결이 한창이다. 특히 국내 통신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KT와 KTF의 합병 발표를 앞두고 관련 업계는 초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쟁사들은 외부적으로 대대적인 광고전 등 물량공세와 더불어 청와대 및 정치권 관련 인맥을 통해 대국회 창구역할을 맡기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영입된 인물 면면을 보면 참여정부 이해찬 전 총리 비서관 출신,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보좌관 출신, 국회 과기정통위원 비서관 등 출신과 경력이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이에 본지는 ‘대형 통신사-정치권 커넥션’ 두 번째로 그동안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통신업계의 정치권 인맥을 집중 파헤쳤다.
대형 이동통신사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바로 입법부인 국회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나 정무위가 관련 상임위로 통신요금 부문이나 불공정거래 등 경영에 미치느 예민한 이슈와 쟁점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에 통신업체에서 파견 나온 인사들은 수시로 정책변화 상황과 법률안 처리과정, 각 정당의 정책실 동향 등에 대해 각사 별로 대외협력팀 등 별도의 부서를 운영해 체크하고 있다.
SK그룹, 최태원-손길승 회장 구속수감 대외협력 강화
이 과정에서 이통사들은 국회와 정권 측근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대외협력팀에 배치함으로써 로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국내 통신 업계에서는 KT측이 SKT에 비해 정치권 인사의 비중이 더 높다고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 현대 등 주요 재벌그룹에 비해 정보 및 대외업무가 다소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SK그룹은 2003년초 검찰이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손길승 SKT 명예회장 등이 구속하면서 수난을 겪은 후 대 정보라인 및 정치권, 국회 업무 보강 필요성에 따라 대외협력팀이 대폭 확돼했다.
무엇보다 자금력과 인력면에서 뛰어난 SKT가 중심이 돼 대국회 대정치권 업무를 담당해오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까지는 대국회 업무는 1~2명선에서 하고 있었지만 참여정부 출범직후부터 CR 전략기획실을 신설해 대국회 및 시민단체 업무를 총괄,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핵심역할은 최태원 회장의 측근인사로 알려진 이영희 전무(CR전략기획실장) 및 실무라인들이 하고 있다. 이 전무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전 과장급 실무라인으로 국회 과기정통위원회를 상대로 국회업무를 해온 베테랑 인사다. 최 회장의 구속직후 그룹차원에서 정보, 대외업무 보강차원에서 발탁돼 초고속 승진을 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최 회장과 신일고, 고려대 동문관계이자 하위 실무자급에서 대 국회업무를 한 경력을 토대로 대외업무 등을 총괄하는 핵심인사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국회내 전 과기정위와 현 문방위원 보좌진들상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정도로 유명인사다. 이 실장을 중심으로 CR 전략실에는 과거 과기정통위원회 소속이었던 김희선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CR 지원팀장, 참여정부 탄생에 기여한 A모씨, 한나라당 의원 비서관 출신인 K모씨가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도 정책지원팀에는 정동채 전 문화부장관이자 민주당 사무총장 출신의 보좌관 출신 Y모씨가 지난해 영입돼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T에서는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집권 여당 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를 적극 영입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SKT 대외협력팀의 인사 특징을 보면 KT나 KTF 등과 달리 거물급 권력주변이나 정치권 인사를 영입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실무자급으로 영입을 해 대국회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기존 SKT 내부부서인 사회공헌팀이나 공정경쟁팀 등에도 국회 비서진 출신이나 정보통신부 출신 인사들이 영입돼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T측, 구정권 정만호 지고 현정권 이태규 ‘뜨고’
반면 SKT와 통신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경쟁사 KT측이 정치권 관련 인사 영입부문에서 만큼은 앞서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전직 장관,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나 현 정권과 가까운 인맥을 두루 영입해 SKT와 일전을 벌여 나가고 있다.
최근 KT-KTF 합병을 앞두고 새롭게 짜여진 진용은 SKT에 비해 화려하다. 김영삼 정부 시절 정통부장관을 지냈고 아들인 김현철 인맥으로 분류되는 이석채 현 사장이 대표적이다. 이 사장은 DJ 정권 교체이후 IMF 환란 원인 규명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PCS 인허가와 관련해 증인으로 선 경력도 있다. 이런 경력으로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거대 기업인 KT 사장에 선임될 당시 정치권에서는 YS의 입김이 통하지 않았겠느냐는 냉소적인 시선을 받기도 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1급)으로 임명됐다가 청와대를 나온 이태규 전문위원(전무급) 역시 같은 입장이다. 이 전 비서관은 이명박 중앙선대위 전략기획실장을 맡아 탁월한 기획능력을 발휘한 친정부 인사다.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 출신의 서종열씨는 미디어본부장(상무)으로 있다. 이 전무는 이명박 정부 초기에, 서 본부장은 이석채 사장 취임 뒤에 왔다. 실무자급에서는 참여정부 시절 문화부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이자 민주당 보좌관 출신이었던 사업지원실 K씨가 활동하고 있다.
KT 사외 인사로 이춘호 인하대 객원교수와 허증수 경북 교수 등이 사외인사로 선임된 것이 알려져 재차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 초대 여성부장관으로 내정됐다가 부동산 투기 논란 및 축소신고 의혹 등으로 낙마한 경력이 있는 인사다. 이씨는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부동산 과다보유 의혹이 제기됐었다. 특히 자신이 보유한 서초동 오피스텔에 대해 ‘유방암 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나와 남편이 감사하다고 기념선물로 사준 것’이라고 밝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KT 구본철, 이용경, 문국현 현역 의원 친분
허 교수의 경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기후변화.에너지변화 TF팀장을 지냈고 지난달에는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 위원으로 임명됐다. 허 교수는 인수위 활동 시기에 TF팀 인수위원들이 인천시로부터 강화도 장어집 집단 향응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인수위원직을 사퇴한 전력이 있다.
이밖에 정치권내 KT 인맥으로는 KT 사장 출신으로 현재 국회 문방위원인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 같은 상임위인 KT U-city 국장 출신의 한나라당 구본철 의원, KT 사외이사 출신의 창조한국당 문국현 의원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KT의 경우 정권이 교체되면서 구정권 인사들과 ‘거리두기’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KT에서는 ‘해외교육파견’ 명목으로 구정권 출신 인사들을 사실상 좌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정만호 미디어본부장과 윤재홍 대외협력부문장이다. KT측에서는 ‘본인들의 희망’에 따라 이뤄졌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정 본부장은 구정권 대통령비서실 정책상황비서관과 의정비서관을 지냈고 윤 대외부문장은 과거 정보통신부에서 전파방송기획과장, 통신 기획과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KT 광화문 빌딩 현 정권 실세 아지트
사공일 대통령 경제특보 이어 강만수 전 장관 입주
서울 광화문 KT 빌딩에 현 정권 실세들이 몰려 있어 경쟁업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KT 광화문 빌딩에는 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인 사공일 현 무역협회회장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실세들이 함께 있거나 있었기 때문이다.
사공일 무역협회 회장이 맡았던 국경위원장 후임으로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이 바톤을 이어받아 12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곽 위원장 역시 같은 12층을 나란히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강 전 장관과 곽 위원장은 2008년 대선 시절부터 정책팀으로 호흡을 맞춰왔으며, 이 대통령 서울시장 시절 강 전 장관은 시정개발연구원장으로, 곽 위원장은 외곽 자문교수로서 인연을 맺어왔다.
한편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과 친분이 깊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12~14층을 사용하고 있어 KT 광화문 빌딩의 위상을 확실하게 높이고 있다. 최 위원장은 대선 당시 ‘6인회’ 멤버로 여전히 대통령이 중요한 결정을 할 당시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KT 이석채 사장 역시 분당 사장실보다 10층에 임시 사무실을 자주 사용해 이태규 전무와 함께 KT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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