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12일 한강공원을 ‘금주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선 “적절한 조치”라는 의견과 “과잉 규제”라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습니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이날 “코로나 확진자가 감소하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밖으로 나오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코로나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금주지역 지정 이유를 말했습니다.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22) 씨 사건을 직접적인 이유로 들진 않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근래에 발표한 것으로 미뤄볼 때 ‘손정민 사건’이 계기가 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의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갑론을박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강공원에서 금주하는 것을 찬성하는 이들은 “해외에서도 공공장소 음주를 금지하는 곳이 많다”, “치맥(치킨과 맥주)·치소(치킨과 소주)로 나오는 쓰레기로 더러웠는데, 이제는 깨끗하고 조용한 한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 DC는 공원, 동네 골목, 보도 등에서의 음주행위는 벌금형 또는 60일 이하 구금형을 받고 있습니다. 이외 10여개 주에서도 공공장소 음주를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해당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은 “한강 실종 대학생 사건이 맥주 때문이냐”, “한강에서 가볍게 맥주 1~2캔 마시면서 바람 쐬는 게 낙이었는데 아쉬운 결정”, “뭐만 하면 금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직후 ‘서울형 거리 두기’로 시민들에게 방역만 강요해 온 정부 대처를 지적한 것과는 상반된 조치란 지적도 나옵니다.
한편, 지난해 12월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주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1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서울시가 한강공원을 금주지역으로 지정하면, 오는 6월30일부터 음주 적발 시 벌금형이 적용됩니다.
나아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얼마든지 금주지역 설정이 가능합니다. 서울시가 아니더라도 지자체가 마찬가지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즘같이 답답한 시기에 ‘한강 치맥’같이 시민들이 소소하게 즐기는 문화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여러 상황을 반영해서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강공원을 떠올리면 ‘여유, 자유, 청춘’ 등의 키워드가 자동으로 연상되는데요. 한강 치맥 문화가 자리 잡아 특유의 ‘한국형 파크문화’를 형성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에게 소소한 힐링을 선사했던 한강 치맥을 뿌리째 뽑기보단 공공장소 음주 실태조사, 시민의견 수렴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해 순기능은 살리고 사고를 부르는 역기능을 퇴출하는 데에 초점을 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2021.05.13 일요서울TV 신수정 기자
신수정 기자 newcrystal@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