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4월 대란설 전모
한나라당, 4월 대란설 전모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3-17 09:08
  • 승인 2009.03.17 09:08
  • 호수 777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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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VS 친박 ‘당협위원장’ 자리전쟁 ‘예 고’
2008년 3월 한나라당이 공천갈등으로 분란을 겪고 있던 당시 여의도 당사에서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자을 비롯한 공천심사위원들이 부산 · 경남지역 예비 후보들이 공천 심사를 하고 있다.(위) 2008년 3월 한나라당공천에 불만을 품은 탈락자 및 지지자들이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을 놓고 친이 친박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당협위원장과 현역 의원간의 첨예한 대립속에서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는 당헌 당규에 따라 경선을 통한 당협위원장 선출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박희태 대표는 최근 현역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아야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갈등이 번지고 있는 상태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나라당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원외당협위원장들 대부분이 친이계여서 친박과의 일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당협위원장 선출은 차기 당 대표 선출과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더욱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현역의원과 당협위원장이 다른 지역구는 16곳이다. 대부분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지역이다. 부산 5개, 대구 4개, 인천 1개, 경기 1개, 경북 4개, 경남 1개 지역이다. 부산 금정구 김세연 의원만 중립성향이고 나머지는 모두 친박 현역의원들과 원외당협위원장간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희태 대표는 친박 현역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박 대표는 “원외위원장이 공공기관이나 정부에 발탁되고 그 자리를 현역 국회의원이 채우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해 친이계의 반발을 샀다. 결국 관례에 따라 당협위원장 자리를 현역국회의원에게 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친이계측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친이계 박순자 최고위원은 이런 발언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박 최고위원은 “당 대표가 말한 것은 지도부의 뜻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견에 불과하다. 당협위원장 선출은 당헌과 당규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박 대표의 발언에 정면으로 반발했다.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대표인 김희정 전 의원도 최근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친박의원들이 복당했지만 해당행위 한 것과 결격사유까지 완전히 없어졌다고 할 수 없다”며 친박 복당파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 전 의원은 “당원들은 그 인사들이 당에 상처를 준 것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관례상 현역의원이 당협위원장직을 맡아야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류는 원외당협위원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친이계 원외당협위원장 반발

대구 지역의 한 당협위원장은 “박 대표의 발언에 대해 상당히 불쾌감을 느낀다. 오갈데 없는 사람 동냥받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박 대표 본인도 원외인데 그렇다면 한자리 차지하면 바로 대표직 사퇴할 것인가. 아니면 한자리 하려고 대표를 하고 있나 묻고 싶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부산의 모 당협위원장 측근도 “박 대표의 발언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찬성하지 않는다. 당을 지켰던 당원들은 탈당했던 인사들이 다시 복당하고 이제 당협위원장까지 차지하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탈당하지 않고 당을 지켰던 당원들이 진정한 당원이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대다수의 원외당협위원장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이 측근은 밝혔다.

이 측근은 “원외위원장협의회에서는 당헌 당규에 나와 있는 것처럼 경선을 하자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94명의 원외위원장들은 이런 마음을 한데 모아 당 지도부에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당협위원장 관계자도 “박 대표의 발언은 사견이지 지도부의 결정은 아니다. 경선을 통해 투명하게 해야 한다. 당을 지켰던 사람들이 소외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말도 안되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대구 달서을의 경우 친박계 이해봉 의원이 복당을 하면서 권용범 당협위원장과 마찰을 빚고 있다.

권 위원장은 “당협위원장직을 탐내서 지키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자체 공천권이다. 대구 달서갑의 경우 8명의 시의원 중 4명은 홍지만 현 당협위원장을 지지했고 나머지 4명은 탈당해서 박종근 의원을 지지했다. 그런데 내년 지방선거에서 박 의원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시의원들에게 공천을 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가 이런 문제 때문에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지자체 공천에 지역 당협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하기 때문에 자신들을 지지했던 지역 정치인들에게 공천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탈당하지 않고 당에서 공천을 준 인사를 지지한 죄밖에 없는 시도의원들이 자칫 배신자로 찍혀 내년 공천에 탈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복당한 의원들이 사심 없이 공명정대하게 하겠다라고 말은 하지만 그렇게 되겠는가. 정치 생리상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지역의 또 다른 당협위원장은 “솔직히 시도의원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들은 우리 때문에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넌 것이다. 이런 이해관계 때문에 원외위원장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하는 것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친박 의원들이 말은 이들을 포용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소리다. 진짜 그럴 마음이 있다면 실질적인 안전장치를 해줘야 한다”고 못 박았다.

결국 당협위원장 임명은 그들만이 아니라 그들을 따랐던 시도의원들의 공천문제도 있기 때문에 더욱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차기 당대표 선거권 등 향후 정치일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친박쪽에서는 곧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친이계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친이계 당협위원장을 앉히려는 배후세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친박계 의원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친이계에서 내년 지방선거와 당대표 경선에서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당협위원장 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배후에 이 전 최고위원이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제껏 현역 의원들이 지구당 위원장을 해왔다. 물론 당협위원장으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처음 친박계 의원들이 복당 할때도 당협위원장은 현역 의원이 맡는다는데 당 지도부도 합의를 했던 것으로 안다. 다만 복당과 함께 당협위원장을 바꾸는 것은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여 올 4월까지 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위원장 절충안도 제시

이런 첨예한 대립 속에 일각에서는 절충안도 제시하며 친이 친박간 갈등을 봉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절충안은 공동위원장제로 내년 지방선거까지 현역의원과 원외위원장이 공동으로 당원협의회를 운영하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나눠 당내 화합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서로 대립하기 보다는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는 양보의 미덕이 필요하다.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지도부에서 투명하게 절충안을 제시한다면 당원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친박쪽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우선 경선을 해도 현역 프리미엄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경선에서 원외당협위원장에게 진다면 문제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친박계에서는 굳이 위험을 안고 경선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이상득 전 부의장의 광폭행보도 친박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친박계 중진들과의 부산회동에 이어 지난 11일에도 친박계 재선의원들과 회동을 해 친박 아우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참석자들은 정치현안에 대한 말은 없었다고 하지만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 현안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파장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친이계 원외당협위원장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지난 부산회동때도 당협위원장 문제와 관련 ‘순리대로’라는 말을 했던 것에 비춰보면 충분히 논의를 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4월 재보궐 공천 문제와 임기가 끝나는 당협위원장 선출문제로 한나라당의 내홍은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 계파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당협위원장 선출에 당 지도부가 어떤 묘안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협위원장 놓고 친이계 지도부 엇갈린 입장?

친이 친박간 갈등이 본격화 될 시점인 당협위원장을 놓고 친이계 안에서도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박희태 대표는 “원외위원장들의 경우 정부나 공공기관에 필요한 인원들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면 자연스레 현역 의원들이 당협위원장을 맡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친이계인 박순자 최고위원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최고위원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표의 발언은 개인 의견일 뿐 지도부의 입장이 아니다. 엄연하게 당헌 당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있는 지역은 경선을 통해 선출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성진 최고위원도 친박계 현역의원에게 당협위원장을 승계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순리와 지혜를 모아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이직계의 경우 현재 원외당협위원장 대부분이 친이계열이기 때문에 경선을 통해 친박의원들과 대결을 피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박 대표의 발언은 개인적인 사견이라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나라당 관계자는 “정치적 이유에서 친박 탈당파를 복당시키는 과정에서 당협위원장 관련 협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표의 경우 이런 사항을 알고 있기 때문에 친박계 의원들 편을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박계 일부에서는 복당하는 친박계 의원들에게 당시 지도부가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준다는 약속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측 관계자는 “관례상 현역의원들이 당협위원장을 맡아 왔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 대표가 친이계 지도부와의 불협화음으로 향후 정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건이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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