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외교 ‘메신저’ 역할 나서나

북한 미사일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보가 주목된다. 햇볕정책으로 남북 평화 무드를 조성했던 김 전 대통령이 최근 남북간의 긴장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기전 김 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방문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귀국 전 김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대화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달 방한을 마치고 비행기 안에서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클린턴 국무장관은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일한 것에 따뜻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대통령이 보여준 본보기와 지도력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근 보즈워스 대표와의 통화 내용에 대해선 “북한 움직임에 과잉반응은 안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 이는 이번 위기에 대한 정책을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박 의원의 말대로라면 현 정부와 미국의 대북정책에 상당부분 이견이 있다는 판단하에 햇볕정책으로 통하는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외교를 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화외교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면서 김 전 대통령과 여러 채널을 통해 대북 관련 정책들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안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을 예우해주는 모습일수도 있다. 하지만 대북 정책 만큼은 강경한 대응보다는 평화적인 방법이 더 낫다는 판단 하에 나온 의도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특히 블레어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인공위성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라고 발언한 내용도 북한 문제에 대한 평화적 원칙을 세운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고위 인사와의 전화 통화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이례적인 의전이었다. 향후 김 전 대통령의 대북 관련 발언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고위 인사들이 개인적 친분을 넘어선 이례적인 전화외교에 정치권이 김 전 대통령을 주목하고 있다. 통화 자체에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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