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석 교수의 서울시평] 백신 접종 거부반응 역사적 허상으로 두려워 말자
[정용석 교수의 서울시평] 백신 접종 거부반응 역사적 허상으로 두려워 말자
  • 정용석 교수
  • 입력 2021-05-07 19:18
  • 승인 2021.05.07 19:36
  • 호수 1410
  • 1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K방역(한국형 방역)’이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며 자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K방역’ 성공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코로나 백신 확보율에선 세계 꼴찌로 뒤쳐져 불안케 한다. 우리나라의 최초 코로나 백신 접종은 지난 2월24일에야 겨우 시작되었다. 세계에서 102 번째로 백신을 뒤늦게 접종하기 시작한 불명예를 지녔다. 그 때 이미 이스라엘은 900만 인구의 51.5%가 1차 접종을 마쳤다. 그 덕에 이스라엘 국민은 4월18일부터 일찌감치 거리와 해변 관광지에서 대부분 마스크를 벗는 등 일상생활을 되찾게 되었다.
 

미국도 백신의 빠른 보급으로 9월 학기부터는 전국 학교들이 대면 수업으로 들어가며 일반 사무실 근무도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28일 취임 후 첫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의 무기고였듯이 (코로나에 맞서서도) 다른 나라들을 위한 백신의 무기고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도 4월말 기준 전체 3억3천만명중 30%에 가까운 1억명이 백신 접촉을 마쳤다. 그러나 한국은 그 무렵 겨우 5%내외로 그쳤다.  
 

코로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위해선 백신의 빠른 확보와 함께 국민들의 적극적인 접종 참여가 요구된다. 그러나 일부 국민들은 후유증을 우려, 접종을 기피한다. 5월5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접종을 꺼리는 응답자가 10명 중 4명에 달했다. 꽤 많다. 역사적으로 전 세계를 휩쓴 대유행 괴질에 맞선 백신 접종엔 거부반응이 적지 않았다. 사람들이 괴소문에 휘둘려 접종을 기피하게 된 데 기인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4월30-5월2일자 보도에 의하면, 200여년 전 천연두(天然痘) 창궐 때도 백신에 대한 불신과 괴담은 심각했다. 천연두는 당시 만해도 일단 걸리면 감염자중 30%가 사망했고 살아남는 경우 실명하기도 했다. 급기야 1796년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백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제너는 낙농장에서 젖 짜는 여인이 소 유방에 발생하는 궤양인 우두(牛痘)에 감염된 뒤 천연두에 면역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제너는 자기 집 정원사 8세 아들에게 우두에서 채취한 고름을 감염시켰다. 그리고는 그 아이에게 천연두 바이러스(병원체)를 주사했다. 이 아이는 멀쩡했다. 소의 유방궤양(우두) 바이러스에서 뽑아낸 물질로 천연두 예방 백신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우두 접종과 관련해 곧 바로 괴담과 반대 여론이 퍼져갔다. 기독교 신부들은 신성한 인간 육신에 동물 바이러스를 주입, 더럽힌다고 반대했다. 어떤 의사는 우두를 접종하게 되면 인간이 소의 모습으로 변형된다는 괴담도 퍼뜨렸다. 200여 년 전 열악한 위생환경으로 인해 몇몇 어린이들은 우두 접종 때 혈액 독성 감염으로 죽기도 했다. 그러나 우두 백신은 결국 살인적인 천연두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켰다. 이제 천연두는 전 세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밖에도 홍역(紅疫), 유행성 이하선염(耳下腺炎), 풍진(風疹) 백신에 대한 불신과 괴담은 20세기 후반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백신 주사는 자폐증(自閉症)을 유발한다는 괴담도 나돌았는가 하면, 대형 제약회사들의 돈 벌이 수단이고 인구 감소를 위한 음모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백신은 천연두는 물론 홍역도, 유행성 이하선염도, 풍진도 모두 극복해냈다. 화이자 등 백신들도 결국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리라 확신한다. 우리 국민도 괴담에 흔들리지 않고 백신 접종에 적극 참여한다면, 이스라엘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될 날이 머지않으리라 믿는다. 다만 그 날을 위해 정부는 백신 물량 확보 경쟁에서 더 이상 뒤쳐지지 말아야 한다.  

■ 본면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