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 주택사업 맥 못 추는 까닭
HDC현대산업개발 주택사업 맥 못 추는 까닭
  • 이범희 기자
  • 입력 2021-05-06 16:08
  • 승인 2021.05.10 06:15
  • 호수 1410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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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찾아 헤메다 곳간마저 비웠나...리더십 '빨간불'
HDC현대산업개발 홈페이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정몽규의 HDC현대산업개발이 올해 1분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주택사업 전반에 걸쳐 계획된 분양 물량을 채우지 못한 게 실적 부진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이 같은 실적 부진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짙다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골프장 신사업에 관심을 쏟는 동안 주요 사업인 주택사업에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 주택분양 부진하자 1Q 영업이익 14% 하락...2Q도 부진 예상
-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패, 골프장 사업 관심 등 매출에 부정적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은 지난달 27일 공시를 통해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실적(잠정)이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6946억 원으로 31.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184억 원으로 13.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916억 원으로 12.6% 줄었다.

- 본사 매출 악화에도 신사업에 기대감 커

매출 부진의 원인은 주택사업에서 발생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외주주택은 전년 동기 대비 29.2% 감소한 4580억 원을 기록했고 자체주택은 51.8% 줄어든 1145억원에 그쳤다. 반면 토목사업은 28.8% 오른 583억 원을 달성했다. 현산은 수요자로부터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 및 잔금 등을 공사대금과 분양대금으로 수령해 주택사업의 매출로 인식한다.

분양실적 저조도 매출 부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현산은 올해 1만6700여 세대를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인천 씨티오씨엘 등 750여 세대만 분양해 목표 대비 4.5%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당초 1분기에 공급하기로 했던 군산아이파크(665세대) 분양 일정이 4월로 미뤄진 영향이 컸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감소) 이유는 2018∼2019년 분양 실적이 각각 1만2000세대, 6000세대로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택사업은 대개 분양 후 2~3년이 지나야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이 기간 정 회장의 발길은 줄곧 골프장으로 향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 회장은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에 위치한 HDC리조트(옛 오크밸리)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은 2019년 회원제 골프장·콘도로 구성된 오크밸리를 인수하고 HDC리조트로 사명을 바꿨다. 오크밸리는 회원제 골프장인 오크밸리CC(36홀)·오크힐스CC(18홀), 퍼블릭 골프장 오크그릭GC(9홀) 등 총 63홀이었다가 HDC현산 인수 이후 퍼블릭코스 18홀 신규 조성 및 기존 오크릭GC 추가 9홀을 신규 조성중이다.

기존에 있던 골프코스를 새롭게 조성하는 과정에서도 정 회장 취향이 적극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옛 주인이었던 한솔개발은 필드에 조경수를 최대한 많이 심었지만 HDC현산은 정반대"라며 "정 회장은 조경수를 최소화하고 넓은 필드를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춘다"고 언급했다.

- 전국 주요 도시에서 아이파크를 선보일 것

지난해는 HDC현산의 운명의 한 해였다. 선친인 고 정세영 회장을 따라 품었던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도약 꿈을 이루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그중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신사업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를 맞닥뜨리면서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결국 무산됐다.

업계도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돌발 변수이자 대형 악재라고 진단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7조80억원, 영업손실 4274억 원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을 낸 것은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당기순손실은 8377억 원으로 전년보다 327%나 늘어났다. 올해엔 코로나19로 국내외 노선 운항이 부분 중단됐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 다각화에 실패한 것이다. 정 회장은 오너라서 경영적 책임은 면했으나 미래를 보는 안목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인수 무산 수순으로 접어들었음에도 시간을 끌며 ‘결단력’을 보이지 못해 모기업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HDC현산 관계자는 “앞으로 시티오씨엘 1단지, 2단지 등의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평택 고덕 2차 아이파크, 광주 학동 4구역, 대전 탄방 1 재건축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아이파크를 선보일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공릉역세권 개발사업, 용산철도병원부지 개발사업 등 리츠를 활용한 주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상품기획‧시공‧운영‧금융역량을 갖춘 종합금융부동산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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