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분노, “한나라당 믿을 사람이 없다!… 형님 빼고”
청와대의 분노, “한나라당 믿을 사람이 없다!… 형님 빼고”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3-11 09:21
  • 승인 2009.03.11 09:21
  • 호수 776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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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1년 ‘김형오 때문에 되는 것도 없고…’

MB 집권 1년이 넘었지만 172석의 거대 집권여당이 제몫을 못하고 있다는 한탄이다. 지난 연말 통과를 내심 기대했던 미디어법은 올 2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오히려 막판에 홀연이 나타나 ‘훈수’를 둔 박 전 대표의 ‘힘’만 더 부각시켰다. 청와대 ‘오더’는 무시하면서 박 전 대표의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모습에 청와대는 ‘누가 대통령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다. 나아가 경제 살리기 위한 법안이라면서 2월 임시국회 통과를 기대했던 은행법 개정안마저 처리가 되지 않자 한나라당에 형님 빼고 믿을 사람이 없다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청와대는 ‘직권상정 처리’에 신중한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불만 역시 크다. 그러나 직권상정만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상임위별 숫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지리멸렬’한 전투력에는 인물이 없다는 푸념까지 청와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172석이라는 과반을 훌쩍 넘는 거대 여당이다. 청와대는 집권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은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2월 입법전쟁, 2월 2차 입법전쟁에서 나타났듯이 미디어법은 오는 6월 임시국회로 넘겨졌고 경제살리기에 핵심적인 법안으로 꼽은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 역시 다음 회기로 넘겨진 상황이다.

당장 청와대에서는 몸집만 큰 집권여당이 지난 1년 ‘우왕좌왕’, ‘갈팡질팡’으로 시간만 보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쟁점 법안 통과 과정을 보면서 지리멸렬한 여당 의원들의 모습에 ‘할말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상임위별 전투력에 회의적이다. 여야 합의가 원칙이지만 합의가 안될 경우 숫적 우세를 통해 통과를 시켜야 함에도 ‘시늉’만 보이고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외교통상통일 위원회를 들고 있다.


靑, 상임위 전투력 ‘못마땅’, 본회의 전투력 ‘꽝’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박진 의원이다. 간사로는 황진하 의원이 포진해 있고 한나라당이 17명에 야당이 12명이다. 외통위의 경우 한미 FTA 비준안이 쟁점 법안이다. 그러나 현재 상정만 해놓고 통과를 못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지난 연말 기습 상정때와 마찬가지로 기습 통과를 원하고 있지만 여야는 논의를 통해 4월 임시국회가 개최될 경우 협의처리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문제는 박 위원장이 ‘기습 통과’를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을 2월에 소집했지만 15명이 안돼 정원 미달 사태로 무산됐다는 말도 나왔다.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해외에 있거나 불참했기 때문이다. 미디어법을 다루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지난달 25일 고흥길 문방위 위원장이 직권상정을 했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은 고유권한인 직권상정을 무기로 중재를 거듭 촉구했다. 급기야 여야가 ‘100일후 표결처리’로 합의를 보면서 6월달로 공은 넘어간 상황이다.

이처럼 상임위에서 어렵게 상정을 했지만 논의가 되지 않고 상정 후 김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거부함으로써 쟁점법안들은 보류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을 초래한 셈이다. 청와대의 불만은 상임위와 김 의장 모두에게 불만이 높다. 해당 상임위가 전투력을 높여 MB식 속도전에 부응하기를 바라지만 결속력도 없고 인물도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문방위, 외통위뿐만아니라 건교위, 환노위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나아가 김 의장이 청와대의 의중을 파악,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자기 이미지 관리’만 한다고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 의장이 행보를 보면서 차기 국회의장직은 비판이 높더라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화풀이성 제안도 내놓고 있는 형편이다.

이 의원은 2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지난 3일 국회본회장에서 공개적으로 역정을 내 언론에 노출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의 참석률이 저조해 의결정족수(150명)를 채우지 못해 본회의가 재차 연기되는 것에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게 뭐냐!”, “참나 원 지금이 어느 땐데...”, “000는 어디갔느냐”며 본회의장을 누비며 단도리를 했다는 것이다.

급기야 종료되기 3시간 전인 오후 9시에 가까스로 본회의 정족수가 채워졌고 시간이 부족한 나머지 은행법 등 핵심 법안이 다음 임시국회로 넘겨지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청와대 역시 172석을 가진 여당이 의결정족수가 안돼 본회의가 늦춰진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지난 4일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회의에서 합의를 깨버린 민주당에 대한 강한 성토와 함께 한나라당의 안이함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 3월 임시국회를 열어서 미통과 된 법안을 3월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반드시 처리하자는 의견도 개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미디어법 6월 처리? ‘책임 회피’

그러나 홍준표 원내대표는 당일날 “3월 국회를 하게 되면 ‘방탄국회’가 될 수밖에 없어 3월 국회는 원칙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청와대의 바램을 간단히 거절했다.

이처럼 당.청간의 불신과 갈등은 앞으로 계속될 공산이 높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각료 인선과정에서 “정치인 출신 입각은 없다”, “국회의원 스스로 내공을 쌓아라”라며 당내 국회의원들에게 불신을 표출한 바 있다.

한편 청와대는 미디어법을 6월 임시국회에 처리를 한다는 것과 관련 정치권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함께 내놓고 있다. 청와대에 정통한 한 인사는 “6월달이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고 민주당 역시 5월로 임기가 끝난다”면서 “100일이라는 시한을 정한 것을 볼 때 여야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인사들의 ‘뜨거운 감자’인 미디어법을 차기 지도부에 책임을 넘기고 임기는 임기대로 채우는 정치적 이해관계속에 합의가 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래저래 ‘탈여의도 정치’를 선호하는 이 대통령과 ‘타협과 절충’을 중요시하는 집권 여당 사이에 갈등의 골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여의도 분위기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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