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규격화된 원형의 나무 형질을 칼로 도려내 거친 질감으로 표현하고 겹겹이 종이로 파내는 정교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목판화는 개성적인 문화예술장르다. 다른 장르에 비해 비교적 투박하다고 여겨지는 고정된 인식에서 벗어나 한국의 정통회화를 미적으로 재해석한 블록버스터급 목판화전 전시 ‘나무, 그림이 되다’ 展이 오는 5월4일부터 5월30일에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전시된다.
국토·사람·생명 (LAND·HUMAN·LIFE)이라는 테마로 국내 목판화가 18인의 작품을 현대적인 양식으로 재구성한 대형 목판화전으로 우리 주변의 익숙한 장소와 인물을 주제로 친근하게 표현한 작품이 다수다.
전시된 작품 중에는 실제 방문 가능한 장소를 생생하게 형상화한 작품도 있다. 이 작품의 대부분은 한지에 목판 작업으로 이뤄진 수작업 작품으로 정비파의 ‘낙동강-그리운 고향’ ‘ 지리산 이야기’ 김억의 ‘해남 땅끝마을’ ‘한라산과 영실계곡’ 등이다. 이 작품들은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과 상상력을 자극해 각 세대의 정서를 아우르는 공감력을 잘 표현해 냈다는 평을 받았다.
3가지 테마로 구성된 서예박물관 2, 3층 전관에서 이뤄지는 전시중 ‘국토’관에서는 우리 삶의 터전을 환유와 상징으로 표현한 김준권, 류연복, 김억, 정비파, 손기환, 홍선웅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어 ‘사람’ 테마관에서는 다양한 인물사의 역사적 서사와 현실적인 생태를 비판적 사실주의로 표현한 정원철, 이태호, 유근태, 강경구, 이동환, 이윤엽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생명’테마관에서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발현되는 기운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관조적 형상화한 작품으로 윤여걸, 유대수, 안정민, 배남경, 김상구, 강행복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미술평론가 이자 목판 연구가인 전시 감독 김진하는 “2000년대 한국 목판화의 주요한 흐름을 대중의 소통속에 풀어내기 위해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블록버스터급 판화의 세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1000여 점의 대형 목판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방명록에 서명한 평화의 집에 배치됐던 김준권의 ‘산운’. 해남에서 보길도까지의 여정을 담아낸 김억의 ‘남도풍색을 비롯해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대형 목판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전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목판 문명을 탄생시켰는데 여전히 목판화라는 장르가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세대가 목판화가 인상파나 현대 미술만큼이나 흥미롭고 볼거리가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