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측 ‘안만났다’ 이상득 ‘침묵’

박근혜는 힘이 쎄다. 미디어법 관련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파행국회를 정상화로 이끈 힘이 박 전대표였다. 2일, 박 전 대표는 “여당이 그간 양보를 많이 했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도 노력을 했으니, 이제 야당이 양보하라”는 것이다. 그로부터 3시간 뒤 야당이 “미디어법을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처리하겠다”고 양보 안을 내놓았다. 박 전 대표의 요구에 화답했다. 2월 임시국회를 마무리하는데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박 전 대표의 한마디는 파행국회를 정상화시키는 보이지 않은 힘, 비공식적인 힘이라는 사실을 실감케했다. 4일,한 보수 언론은 “28일 박전대표와 이상득 의원이 서울 성북동 인근 모처에서 비밀회동이 있었다”고 기사화했다. 이에 대해 박측에선 “만난적 없다”면서 해당 언론사에 대해 즉각적인 언론중재위에 재소를 했다. 반면 이상득 측에선 침묵했다. 이-박 비밀회동을 둘러싼 진실공박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달 28일 미디업법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동안 이상득 전 의원은 안국포럼 인사를 비롯해 친이 인사들과 광화문 인근에서 저녁식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윤성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정두언, 이춘식, 김성태, 권영진, 신상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부의장이 ‘모래알 같은 친이 진영’을 단도리하고 나선 것은 하루 이틀 있는 일이 아니라 크게 세간에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 의원과 ‘각’을 세웠던 정 의원과 만남 역시 잊을만하면 ‘회동’한 두 인사였기에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는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가 파한 이후 이 의원이 광화문 근처에 일정이 있었던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났다는 한 보수 인터넷 매체인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4일자 데일리안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상득 의원이 서울 성북동 인근 모처에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기사화했다.
보도대로 박 전 대표가 이 의원을 만났다면 최근 미디어법 관련 ‘야당이 양보해라’는 발언 배경과 이 의원이 ‘잘한 것 아니냐’는 호평이 ‘짜고 친 고스톱’으로 비쳐져 박 전 대표의 리더쉽에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박 전 대표측은 즉각적으로 해당 매체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기로 해 강경대응책을 취했다.
박근혜 전 대표 공보특보로 유명한 이정현 의원은 국회출입기자들에게 ‘박근혜-이상득 회동설 사실무근’이라는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다.
무엇보다 이 매체는 인터넷 신문이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박 전 대표가 인터뷰에 응해줬을 정도로 애정을 보여줬던 친박 매체라는 점에서 양측의 진실공방이 어떻게 끝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박 전 대표와 만남을 가졌던 또 다른 당사자인 이 의원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 역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한편으로 ‘화장실에서 웃고 있는 게 아니냐’는 친박측의 볼멘소리가 나올만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 의원과 함께 저녁식사에 참석한 이춘식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하고 밥먹고 나선 것이 8시15분정도였다”며 “당시 상황은 정두언 의원이 약속있다고 먼저 가고 이윤성 부의장 역시 일정으로 일찍 일어서면서 ‘할 말이 더 있었던 이 의원 역시 마지못해 일어섰기 때문에 약속이 있어 나간다는 느낌은 안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만났는지 안만났는지 본인들만 알지 난 모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개인적으로 나는 두 인사가 만났다고 얘기를 들었다”면서 인터넷 매체 보도에 힘을 실어줬다.
두 인사의 회동 사실 여부를 떠나 정치권은 회동했다면 ‘무슨 얘기’를 했느냐’가 화두로 부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회동이 사실이라면 경주 재선거 관련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는 게 주목적이 아니였겠느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경북 경주 재선거의 경우 친이 정종복, 친박 정수성 두 후보가 불꽃 튀는 맞대결이 벌일 예정으로 친이 친박간 계파 갈등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인사는 “공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는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 정도가 나서야 박 대표에게도 진정성이 보이고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며 “친이 핵심인 정종복 후보건 박 대표 특보 출신인 정수성 후보로건 후보 단일화를 논의하는 자리였을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그는 “이 의원이 정종복 카드를 포기하고 대신 정수성 후보를 한나라당 후보가 되도록 하겠다는 밀약을 했을 수 있다”고 빅딜설마저 제기했다. 대신 박 전 대표는 미디어법 관련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발언’을 요구했다는 그럴듯한 해석이다.
친이 직계인 이춘식 의원 역시 경주 재선거관련 의미 있는 발언을 던져 친이 진영이 얼마나 경주 재선거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 의원은 “중앙당에서 공천을 주기까지 1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발언을 한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공천 관련) 행보를 잘 하리라 믿는다”고 의미 심장한 발언을 보냈다. 친박 후보와 친이 후보간 막판 극적으로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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