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로명 [뉴시스]](/news/photo/202104/450362_367548_389.jpg)
[일요서울] 국립외교원 외교사연구센터에서 ‘외교’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 현대사를 조명하기 위해 오럴히스토리사업 ‘한국 외교와 외교관’ 도서 출판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총 17권의 책이 발간됐다. 일요서울은 그중 공로명 전 외교부장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의 내용 중 일부를 지면으로 옮겼다.
오스트리아 러시아 방문
“4자회담, 러시아 이해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 1996년 5월에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방문하셔서 오스트리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이 있었다. 어떤 내용이 오고 갔나?
▲ 그 다음에 브라니츠키 수상이 “외무부장관이 오스트리아를 방문했는데 이것을 계기로 해서 고위인사들의 방문이 자주 있기를 바란다. 양국 기업 간에 많은 협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햇다. 좋은 사례로 오스알파인과 포스코의 협력이 유명하다. 포스코 초창기 일본은 협력을 상당히 꺼렸는데, 오스트리아의 오스알파인이 우리에게 기술을 제공하고 대단히 양호한 관계에 있었다.
브라니츠키 수상은 그런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가 상시적 OSCE 참여에 관심을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하는데, 경제적인 난관이 남북관계, 한반도 긴장 완화 측면에서 위험요소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을 겪을 때다. 중국·소련에서 원유 100만 톤씩 받고 있었는데, 러시아가 1992년 이후에는 경화가 아니면 기름을 주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북한에 1990년부터 경화 결제를 하기 위해서 멈추었기 때문에 4만 7,000톤밖에 안 들어갔다. 그러니까 3분의 2 이상이 부족했다. 중국이 120만 톤으로 늘려서 북한에 주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3분의 1이 부족한 상태였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게 한반도 상황이 좋지 않기에 우리가 4차회담을 제안한 것이라는 배경을 설명을 했고 오스트리아의 지지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브라니츠키 수상이 북한과의 관계,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가 어떤지를 물어봤다. 당시 비탈리 이그나텐코 부총리가 알렉산드르 파노프 아태담당 차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래서 방북시 러시아 측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회의를 제의했는데, 그 자리에서 거부 해버렸다.
북한은 러시아가 한국과 국교를 열었다는 데 비틀어져서 관계가 좋지 않았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러시아 측에서 이그나텐코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고 파노프 차관과 함께 방문하는데, 별로 신통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중국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고, 특히 북한이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원래 좋아하지 않아서, 관계가 좋지 않고 서먹서먹하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그다음에 브라니츠키 수상의 방한이 내년 중에라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이야기했고, 5월 하순에 이수성 총리가 오스트리아를 비공식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마침 벨기에와 아일랜드 방문 때문에 자리에 없어서 재무부장관이 대신 만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서, 돌아가면 이수성 총리에게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외무부장관과 공동기자회견을 가진 후에 국회 하원 부의장을 예방했다. 이분이 한·오스트리아 친선협회 회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예방을 하고, 환담하고 오스트리아 방문을 끝내고 바로 러시아로 갔다.
러시아 외무부장관으로서 공식방문을 했는데, 5월2일 목요일부터 5월5일 일요일까지 3일간의 일정이었다. 그때 방문한 가장 큰 목적은 균형 잡힌 4강 외교를 전개하자는 생각이었다. 4자회담, 평화체제 문제, 북한 문제 등 러시아와의 이해와 협조가 상당히 필요하지 않나. 그러한 면에서 러시아와 관계를 잘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외무부장관을 방문했는데, 4자회담에서 빠졌다는 이유 때문에 상당히 강한 저항을 받았다.
전 주러대사가 외무부장관으로서 방문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환영을 받아야 할 텐데, 마음으로부터의 환영은 못 받은 것 같은 약간 긴장된 대화들이 많이 오고 갔다. 그해 방문은 옐친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의 합의 사항의 이행을 위한 목적도 있었다. 핫라인 교환에 관한 협정 문제, 그리고 월드컵 개최에 대한 러시아 측의 지지를 염두에 두고 옐친 대통령에 대한 예방을 신청했다. 대통령의 친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요청을 했습니다만 예방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주요한 일정은 5월5일 일요일 저년 5시 반인데, 블라디미르 루킨 하원 외무위원장이 찾아와서 만났다. 5월6일에는 무명 용사묘 헌화를 하고, 우리 대사관 부지, 이대 서울의 구러시아총영사관 부지를 비워줄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 측에 빨리 부지를 마련해서 교환해야 했다. 그래서 러시아 측이 마련한 모스크바의 부지를 시찰했다. 그다음에 12시 반에서 2시 반까지 오찬을 겸해서 이그나텐코 부총리와 면담을 하기로 하고 다음 날 화요일에 한·러 외무장관회담을 갖기로 했다.
다음에 공동 기자회견, 5월8일 수요일에는 모스크바 국립 국제관계대학교에서 연설하기로 하고, 특파원과 오찬을 한 후에 서울로 떠나는 일정이었다. 루킨 외무위원장과는 구면인데, 그분이 제가 묵는 영빈관을 찾아와서 내일부터 슬로바키아 출장을 가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밤중에 찾아왔다고 이야기 했다. 4년 반 만이라 꼭 만나고 떠나야겠다고 생각해서 찾아왔다는 것이다. 고마웠다.
그래서 4자회담에 대한 러시아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 그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을 했더니, “4자회담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가능할 수 있는데 문제점은 3가지다. 러시아는 대선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대외정책의 활성화가 요구되는데, 중요한 한반도와 관련된 문제에 러시아가 배제된 것에 대해서 러시아 의회 내에서 상당한 비판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 측에서는 “만약에 러시아가 4자회담 대상국이 될 경우, 일본의 참여가 어렵지 않느냐. 당시 우리는 북한이 정전협정 사문화를 들고 나왔기 때문에 정전협정 당사국 간에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고 그 해결이 잘 진전되면, 이후 대화 폭을 넓혀서 동북아시아 다자안보대화로 우리 정부가 제기하고 있던 동북아 안보대화체제로 넘어가면, 2+2+2로 남북, 미·중, 러·일이 참여하는 방법이 있지 않겠나. 그러니 그런 대화는 4자회담과 별도로 앞으로 같이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러시아 측에서는 그것이 어렵다면서, 북한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루킨 외무위원은 “북한은 4자회담을 수락하겠는가. 생각할 때 북한의 승낙 가능성은 65대 35다. 과거 중·소 분쟁을 이용했듯 만약 북한이 러시아가 빠진 것을 알면, 배제된 러시아를 이용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러시아 측은 그다지 기쁘지 않다”는 상황을 이야기했다.
특히 한·러시아 국교정상화 때 역할을 했던 루킨으로서는 한·러시아 발전을 위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일해왔고, 앞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그날 회담을 마쳤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