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팩트체크] 거세지는 ‘김일성 회고록’ 논란 짚어 보니
[주간 팩트체크] 거세지는 ‘김일성 회고록’ 논란 짚어 보니
  • 조택영 기자
  • 입력 2021-04-30 17:55
  • 승인 2021.04.30 18:18
  • 호수 1409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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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매 문제없나···시민단체 ‘가처분 신청’ 경찰 ‘본격 수사’ 주목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표지. [뉴시스]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표지.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북한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출간과 관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출판사 ‘민족사랑방’이 일명 ‘김일성 회고록’을 지난 1일 국내에 출간한 사실이 지난 21일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교보문고에 이어 예스24, 알라딘 등도 판매를 중지했다. 정부와 정치권까지 나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일요서울은 거세지는 ‘김일성 회고록’ 출간 논란을 자세히 짚어 봤다.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등 판매 중단’···간행물윤리위 심의 대상 아냐

논란은 출판사 민족사랑방김일성 회고록을 국내에 출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지난 1일 민족사랑방이 김일성 회고록으로 불리는 세기와 더불어’(8월 세트)를 출간했고, 과거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펴낸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 왜곡, 법 위반 등 논란이 일었다.

민족사랑방은 김승균 전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이 지난해 말 등록한 출판사다. 김 대표는 북한 관련 무역 등을 담당하는 남북교역 주식회사 대표이기도 하다.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사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조선노동당 출판사에서 대외선전용으로 발간했다.

민족사랑방 측은 인터넷 서점 책 소개에 “1945815일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는 그날까지 중국 만주벌판과 백두산 밀영을 드나들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던 생생한 기록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책의 출판이 민족의 고귀함을 일깨우고 남북화해의 계기가 된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판매 수익금은 통일운동기금에 사용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통일부는 논란에 대해 지난 22해당 출판사가 출판 관련 사전 협의, 반입 승인 등을 받은 바 없다. 경위 등을 파악하면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하겠다면서 세기와 더불어 국내 반입 승인은 2012년 있었는데, 당시 승인 주체는 남북교역이었고 이때 목적은 특수자료취급 인가기관 대상 판매였다고 밝혔다.

이어 출판 목적으로 국내에 북한 도서를 반입하고자 할 때는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반입 외 다른 출판 경로가 있을지 등은 판단해 봐야 할 것이라며 살펴보면서 입장을 정리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 “회고록, 우리 체제 위협

이 책의 출간과 관련해 가장 큰 논란은 국가보안법 위반 가능성이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23일 서울서부지법에 김일성 회고록에 대한 판매·배포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연대(NPK) 등은 이 책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낸 이유에 대해 반인도 범죄자인 김일성을 미화한 책을 제한 없이 판매하는 것은 헌법과 국가보안법의 원리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지난 27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장판사 박병태)의 김일성 회고록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 참석, 기자들과 만나 김일성 회고록은 대표적인 이적 표현물이라며 “(북한 체제에 관한) 일종의 바이블인 이 책이 유통되는 건 우리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북 전단 등을 포함해 유독 김일성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선별적으로 일관적이지 않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건 속임수라며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될 수 있고, 이 책의 발간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권, 헌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김일성은 장기간 동안 수십수백만에게 끔찍한 고통을 가한 반인도적 범죄자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 대형 서점들은 이 책의 판매를 중단했다. 대형 서점들은 고객 보호라는 취지로 회고록에 대한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 이례적인 반응 보인 정치권?

정치권에서도 입장을 밝혔는데,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 상당하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김일성 회고록에 속을 사람이 어딨나. 높아진 국민 의식을 믿고 표현의 자유 적극 보장하자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김일성 회고록은 상당 부분이 허구인데, 미사여구를 동원했다고 해서 김일성 우상화 논리에 속아 넘어갈 국민은 없다며칠 전 전남대 게시판에 친북적 성향의 대진연이라는 단체가 김정은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전남대 학생들의 거센 비판과 항의, 조롱만 받았다. 우리 사회에 북한 찬양 주장이 발 디딜 틈은 없다고 적었다.

여기에 박기녕 국민의힘 부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김일성이 주인공인 허황된 소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일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해 선전선동에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되지만, ‘중국 만주벌판과 백두산 밀영을 드나들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던 생생한 기록이라는 허구에 속아 넘어갈 국민 수준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하 의원은 일요서울에 김일성 회고록에 대한 입장을 추가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27일 오후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우리 당(국민의힘)이 많이 바뀌고 있는 거다. 나는 당이 바뀌어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주호영 대표가 나보다 좀 더 보수적이라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거는 이해가 되는데, 이제 보수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북한한테 체제 경쟁에서 이긴 게 언젠데, 아직도 북한처럼 똑같이 제한을 하고북한하고 달라야 할 것 아닌가라며 북한하고 똑같은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거다. 그만큼 국민의 수준도 높아졌다. 특히 이번에 청년층이 대거 우리를 지지했는데,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굉장히 청년들이 민감해서 그런 기대에 부응할 필요도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나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주 권한대행은 성숙한 국민 의식을 토대로 책의 문제점들을 잘 판단할 거란 시각도 있고, 또 일부는 국가보안법에서 말하는 이적표현물 아니냐, 제지해야 되지 않냐는 의견도 없지 않다. 어떤 과정을 거쳐 당의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찬성과 반대 측 나뉘고 있다는 것.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논란의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간행물윤리위원회(간행물윤리위)에 김일성 회고록의 심의를 요청했고, 간행물윤리위는 심의위원 임시 전체회의를 연 뒤 이념성 도서는 심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간행물윤리위의 이번 결정으로 세기와 더불어책 판매를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현재 시중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이 낸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판매 가능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편 경찰은 김일성 회고록에 대한 다수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경찰은 남북교류협력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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