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김원웅 광복회장 ‘멱살’ 잡은 김임용 회원, "회장이 협회 사분오열 조장"
[일요초대석] 김원웅 광복회장 ‘멱살’ 잡은 김임용 회원, "회장이 협회 사분오열 조장"
  • 정두현 기자
  • 입력 2021-04-30 17:09
  • 승인 2021.04.30 18:17
  • 호수 1409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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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정치 편향적 언사와 ‘내 사람 채우기’ 극심"
김임용 광복회 회원 [정두현 기자]
김임용 광복회 회원 [정두현 기자]

- 공식 석상에서 ‘토착 왜구’, ‘친일 반민족 세력’ 용어 사용 비일비재
- 친여 성향 단체 회원들 광복회 요직에 앉혀…‘協 사유화’ 논란까지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난달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돌연 한 노년 남성에게 멱살을 잡힌 사건이 있었다. “광복회의 명예와 정체성을 훼손한 김원웅은 물러나라”는 외마디 함성과 함께 김 회장의 멱살을 움켜쥐었던 남성은 바로 임시정부 입법기관인 임시의정원 의장을 지낸 당헌(棠軒) 김붕준 선생의 손자인 김임용 씨(69)로, 당헌 선생 외에 처자식과 사위 등 일가족 7명 모두 독립유공자인 애국지사 집안의 후손이다. 같은 애국지사 후손으로서 호국영령을 기리는 기념비적인 날 그는 왜 김원웅 회장과 주먹다짐까지 불사하려 했을까. 일요서울이 ‘김원웅 멱살’ 논란의 주인공 김임용 광복회 회원을 만나 그 속내를 들어 봤다.

▲지난달 김원웅 광복회장의 멱살 사건, 왜 그랬나.

김원웅 회장은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 애국지사들과 그 후손들의 피땀 눈물로 벼려진 광복회의 명예와 숭고한 가치를 훼손시킨 장본인이다. 그 때 김 회장의 멱살을 잡은 것은 결코 즉흥적인 사건이 아니다. 비록 독단에 따른 행동이었지만 변질되어 가는 광복회의 모습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 김원웅 회장의 조상들이 과연 애국지사들이 맞는지에 대한 회의론도 광복회 내에선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그간 광복회 회원들 사이에서 쌓이고 쌓였던 울분과 분노를 대변하고, 김 회장 본인의 정치 이념과 사리사욕을 위해 우리 단체를 갈라치기한 데 대한 응징을 하기 위함이었다. 무엇보다 김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애국지사 후손들의 사무친 목소리도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김 회장의 2020년 광복절 기념사를 두고 여전히 세간에선 설왕설래다.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김 회장은 “제주4·3항쟁, 4·19혁명, 부마항쟁, 광주5·18항쟁, 6월 항쟁, 촛불혁명은 친일 반민족 권력에 맞선, 국민의 저항”이라고 했다. 또 이들 항쟁은 일제강점기에 맞섰던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했다. 도대체 이 사건들이 독립운동과 무슨 관련이 있나. 김 회장은 호국영령과 순국열사들을 기리는 순수하고도 숭고한 자리에서 저런 정치 편향적인 말들로 우리 단체의 상징성을 철저히 왜곡시켰다. 

광복회 최대 행사 자리에서 (김 회장은) 그야말로 ‘정치쇼’를 하고 있었다. 광복절뿐만 아니라 각종 공식석상에서 지금의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반하는 세력에 대해 ‘토착 왜구’에 ‘친일 반민족 세력’이라는 막말 표현과 비난을 일삼기 일쑤였다. 심지어 지난 2018년 서울 중구에 있는 향린교회에서 ‘김정은 왜 위인인가?’를 주제로 흡사 북한 통치자를 찬양하는 맥락의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친여(親與) 성향의 한 언론사와 통화에서는 “박근혜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김정은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개념 있어 보인다. 친일 가문에서 자란 사람보다 독립운동 가문에서 자란 사람이 낫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한 바도 있었다. 

진영논리에 빠져 자신이 돌보고 아울러야 할 회원들을 정치 이념에 따라 내 사람과 아닌 사람들을 구분 지으며 광복회를 사분오열시켰다. 광복회장은 철저히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위치임에도 그는 중도(中道)를 지키지 못했다. 회장으로서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일부 언론에선 김원웅 회장과 다른 정치색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라고도 하던데.

물론 정치색이 다른 부분은 있다. 하지만 김원웅 회장은 입장이 다르지 않나. 일부 언론들은 (내가) 휴대폰 메신저 단체 채팅에서 다른 회원들에게 보수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다는 취지로 보도했던데, 이건 어디까지나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친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개인 의견을 표현한 것일 뿐이다. 

누구나 정치 성향은 있을 수 있고, 사람마다 그 노선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김원웅 회장은 협회를 이끄는 리더로서 중립성은 고사하고 노골적으로 본인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면서 협회를 갈라치기 하고 있다. 협회의 단합을 주도해야 할 광복회장이 정작 자극적 용어로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유발하는 것이 상식적인가 묻고 싶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김 회장은 함세웅 신부가 단체장으로 있는 ‘항단연(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을 광복회에 끌어들였다. 항단연은 민족주의가 뿌리 깊은 친여 성향의 독립가 후손들의 단체다. 함세웅 신부는 김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김 회장이 취임한 뒤 항단연의 인사들이 광복회의 지부장 등 요직을 꿰차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요직에서 좌천당한 광복회 회원이 생겨났고, 일부 회원들 사이에선 “항단연이 광복회를 접수했다”는 말까지 돌았다. 

▲지난 1차 상벌위원회가 파행하고 2차 상벌위가 오는 7일 예정돼 있다. 1차 상벌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김원웅 회장은 지난달 23일 1차 상벌위원회에서 광복회원이 아닌 용역 직원들을 동원하여 당일 회관 앞 시위에서 김 회장의 퇴진 요구와 광복회의 민낯을 고발했던 광복회 동료들의 회관 진입을 막았다. 2평 정도의 좁은 방 안에서 8명의 상벌위원들과 논의를 한다는 것이 상식적인지 묻고 싶다.

이것은 명백히 김원웅 회장이 평소 정치적 편파성과 협회 개인 사유화 등의 작태로 생긴 애국지사 후손들의 공분을 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서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광복회를 내분으로 몰아간 장본인인 김 회장 본인이 직접 참석해 그간의 상황을 소명해야 한다. 전 대의원 상벌 논의와 같이 광복회 대강당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상벌위를 개최하는 게 맞다. 

오는 7일 2차 상벌위원회에는 당당하게 참여할 생각이다. 이날 독립가의 후손이라 주장하는 김 회장의 부모가 독립운동에 참여했는지 진위를 밝히고, 광복회 내부에서 벌어진 운영상의 전횡들은 증거와 증인들을 참여시켜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이 밖에 독자들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이 자리에서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번 일로 광복회가 부정적으로 변질된 모습들을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한다. 광복회의 번영과 순국선열들의 후손으로서 지켜야 할 엄중한 가치들이 훼손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광복회는 정치 이념과 알력 다툼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라를 위해 순국하진 애국지사들의 영을 기리는 고결하고 순수한 초심으로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 광복회에 깃든 부정과 끝까지 싸우겠다.

정두현 기자 jdh2084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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