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경쟁 밀린 위기의 롯데… 귀국한 신동빈 롯데 회장, 新 성장 동력 찾을까
유통 경쟁 밀린 위기의 롯데… 귀국한 신동빈 롯데 회장, 新 성장 동력 찾을까
  • 신유진 기자
  • 입력 2021-04-30 17:03
  • 승인 2021.04.30 17:35
  • 호수 1409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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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의 야심작 ‘롯데온’… 수장 교체 극약처방,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까지
신동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셔틀경영을 이어 온 신동빈 롯데 회장이 최근 한국에 복귀했다. 신 회장은 공들여 키우겠다고 발표한 e커머스 사업이 유통업계 시장에서 뒤처지면서 위기 극복에 나섰다. 신 회장은 고강도 인적 쇄신에 돌입하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온‧오프라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롯데로서는 현재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이 e커머스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유통 사업 실적 회복을 노리고 있다.


롯데쇼핑, 온‧오프라인 모두 실적 부진… 지난해 매출‧영업이익 감소

떠난 조영제 사업부장 대신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부사장 영입

롯데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매년 실적 악화가 이어졌고 특히 유통 부문에서는 지난해 오프라인 매장 100여 개를 닫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매출 감소세는 막지 못했다. 지난해 롯데쇼핑의 매출은 연결 기준 16조7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8.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461억 원으로 19.1% 줄었다. 오프라인 강세였던 롯데였지만, 현재 오프라인과 온라인 두 영역에서 모두 부진한 실적을 보이며 유통업계에서 존재감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이었던 ‘롯데ON(이하 롯데온)’의 실적 부진은 신 회장에게 큰 타격으로 다가왔다. 롯데온은 지난해 4월 백화점·마트·슈퍼·롭스·하이마트·홈쇼핑·e커머스 등 7개 롯데 계열사의 온라인 쇼핑 부문을 통합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관심과 기대 속에서 출범했다.

- 온라인 쇼핑 거래액 비중 4.7%
  라이벌 이마트와 격차↑

하지만 지난해 롯데온의 거래액은 7조6000억 원으로 7개 계열사의 직전 연도 온라인 거래액을 합친 것보다 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161조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4.7%에 불과했다. 경쟁 업체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이마트는 SSG닷컴이 이마트몰을 흡수하면서 지난해 거래액이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이 외 쿠팡(22조 원), 이베이코리아(20조 원), 네이버 스마트스토어(15조 원) 등 온라인 유통 강자들과 롯데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이에 롯데 입장으로서는 롯데온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실망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결국 지난 2월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이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1년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사측은 조 사업부장이 건강 악화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했으나, 일각에서는 조 사업부장의 사임을 두고 신 회장이 책임을 물은 사실상 경질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 사업부장의 사임 이후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부사장을 영입했다. 롯데의 나 부사장의 영입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롯데의 이베이코리아 인수합병(M&A) 영향이 크다. 업계에서는 나 부사장이 e커머스 전문가이자 이베이코리아 출신이라는 점이 롯데가 이베이코리아에 관한 정보를 나 사장으로부터 얻고 인수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나 부사장은 신 회장이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 임무에 대한 수행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나 부사장은 인사 발령 당일 “롯데그룹의 디지털 전환이 이 자리에 오게 된 이유이자 나의 미션”이라며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롯데그룹은 디지털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거기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혁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것을 우리 e커머스 사업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롯데온]

 

- 롯데어워즈 참석
  직원들에 “롯데의 자긍심‧희망”

조영제 사업부장이 떠나고 나영호 부사장이 바톤을 이어받은 가운데 신동빈 롯데 회장은 약 두 달간의 일본 일정을 마무리하고 4월 초 한국으로 귀국했다. 신 회장은 귀국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롯데어워즈’에 직접 참석‧시상했다. 지난달 23일 진행됐던 롯데어워즈는 롯데그룹의 브랜드 가치 상승에 기여한 직원에게 시상하는 롯데만의 축제로 대상은 롯데칠성음료 생수지원팀이 받았다. 생수지원팀은 국내 최초로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없앤 생수 제품을 개발 및 판매하며 친환경 패키징 문화를 선도했다. 신 회장은 이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딛고 묵묵히 걸어 온 여러분의 여정을 지켜봤다”며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과 동료를 믿고 치열하게 도전한 끝에 새로운 변화를 일궈낸 여러분이 롯데의 자긍심이고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첫 공식 일정을 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택한 것에 대해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은 귀국 이후 이베이코리아 인수 작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위해 실탄 공급에 나섰다. 최근 롯데쇼핑은 보유 중이던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지분 15% 전량을 롯데물산에 매각하며 약 8300억 원을 조달했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에도 롯데리츠에 부동산들을 양도하면서 7300억 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년 사이 약 1조5000억 원을 확보한 것이다.

현재 롯데쇼핑은 이베이코리아 숏리스트(적격 인수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황으로 오는 5~6월 예정된 본입찰에 대한 참여 여부를 두고 최종 결정만 남겨두고 있다. 지금으로서 롯데의 변수는 이베이코리아의 높은 몸값이다. 이베이 측은 이베이코리아 희망 매각가를 5조 원에 제시했다. 롯데쇼핑뿐만 아니라 이마트와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등 막강한 경쟁자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었기에 눈치작전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유진 기자 yjsh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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