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핫이슈] ‘대구/경북 패싱에서 쟁탈전’으로 TK 대전 서막
[여의도 핫이슈] ‘대구/경북 패싱에서 쟁탈전’으로 TK 대전 서막
  • 이기우 언론인
  • 입력 2021-04-30 16:38
  • 승인 2021.04.30 18:37
  • 호수 1409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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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구윤철’ 조합 내세워 ‘동남풍’ 재현?

[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야권에서는 요즘 대구·경북(TK) 출신인 국무총리 김부겸- 경제부총리 구윤철조합이 성사될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TK패싱론이 불거졌지만 임기 하반기에 TK출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차기 대선에서 TK민심을 잡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TK 등 영남권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당 동진정책은 여권 대선 승리 방정식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TK 출신인사를 전면에 내세움에 따라 영남권을 중심으로 안방 사수를 통한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여야 간 ‘TK쟁탈전의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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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20% 득표율, 지방선거 선전이후 TK에서 외면
김부겸-구윤철-이재명 TK인사 전면에 서면 TK선전할 수도
- TK지지율 1위 윤석열...야당 검증작업 시작되면 ‘TK’민심 오리무중

대구·경북(TK)은 보수당의 절대 강세 지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20%의 벽을 넘었다. 민주당 불모지이자 보수당 텃밭에서 거둔 결과라는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치다.

여권, 지방선거 TK선전, 이후 TK패싱으로 화답?

이 기세는 2018년 지방선거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보수의 본산이라고 불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 시장을 배출했고, TK 광역의원 90석 중 14석을 확보하기도 했다.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의미 있는 의석수를 거머쥐었다.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면서 민주당의 볼모지인 TK에서도 해볼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때쯤 민주당은 장기 집권론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였다. 그만큼 민주당엔 자신감이 흘렀다. 당시 민주당 소속 TK지역 한 관계자는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런데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서 ‘TK패싱론이 불면서 지방선거 때의 의미있는 성적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실제 TK 인사 및 예산 등에 대한 패싱론이 불거졌고, 덩달아 TK고립을 골자로 하는 민주당 장기 집권 플랜이 떠올랐다. 결국 TK민심은 돌아섰다. 지난 총선에서 TK시도민들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에 힘을 보탰고, 그 결과 보수진영이 모두 석권했다.

TK민주당 관계자들은 “TK패싱론 등으로 인해 여론이 싸늘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TK가 홀대를 받고 있다는 지적에 TK시도민들은 정말 화가 많이 났다.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그 결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까지 주호영 의원에게 대패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앙당에서도 TK를 고립시키려 하는 것 같다차기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록했던 20%의 득표율은커녕 한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다음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정인데 솔직히 당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여권 스탠스는 이런 기류를 그대로 반영한다. 지역현안 사업에 TK는 배제하고 PK현안 사업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은 반대한 반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4·7 보궐선거를 승리를 위해 PK현안 사업에 공을 들였다. 민주당 장기집권 플랜인 ‘PK대권주자 띄우기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K에 대한 민심이 돌아오지 않았고, 부산시장 및 서울시장 보궐 선거 패배라는 결과물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총사퇴하는 등 대선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TK’인사 전면 배치, TK 민심 다시 잡기

그래서일까. 민주당에서는 동남권 전략을 다시 수정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순장조국무총리로 TK출신의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명했다. 국민의힘 등에서 김 후보자의 딸과 사위 등 가족 4명이 라임자산운용의 비공개 펀드에 가입해 펀드 관리 등과 관련한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여야에서는 TK출신인 김 후보자를 낙마시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대구 출신인 구윤철 국무조정실장도 문재인 정부 마지막 부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고자 재정적 역할이 좀 더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을 잘 알고 현 정권의 철학을 가장 많이 공유하는 관료로 구 실장을 꼽는 분위기다. 유력 후보군 중 1명인 노영욱 전 국무조정실장이 신임 국토부 장관으로 내정된 점도 구 실장의 중용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TK출신 총리-부총리로 귀결됨과 동시에 ‘TK 고립에서 벗어나 ‘TK공략에 나섰다는 평가를 부르고 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뉴시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뉴시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인사는 여권에서 김 후보자 다음으로 경제부총리로 구 실장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TK인사를 전진배치한다고 해서 TK민심이 정권 교체에 대한 여론이 높은 데 영향이 있느냐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 인사는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당장 김 후보자가 나온 경북고, 구 실장이 나온 영신고 등에서도 지지를 보낼 수 있다. 안동 출신의 이재명 경기지사도 있다. 이처럼 TK인사를 전진 배치함으로써 차기 대선 정국에서 두 자리수 정도의 지지율은 물론 문 대통령이 기록한 20% 득표율도 목표치로 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부겸-구윤철조합이 완성되면 TK패싱론을 희석시키면서 TK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공간이 넓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TK지역에서 여야를 대표할만한 대선 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TK지역에서 유승민 전 의원은 배신자로 찍혀 TK지지율이 낮고, 홍준표 의원도 TK지역 표심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TK지역에서는 TK출신이 아닌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더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TK지역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성인 1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TK 지역에서 39.7%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326~27일 실시된 조사에선 56.8%였던 것에 비하면 무려 20% 가까이 빠졌다. 이는 최근 야권 일각에서 사면론이나 탄핵 부정론이 제기되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 보수 지지층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짙게 느낄수록 과거 정권에 적폐청산 수사의 칼날을 휘둘렀던 윤 전 총장의 책임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전 총장을 향한 국민의힘 내부 견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문재인 정권과 함께 소위 적폐수사를 현장 지휘했던 윤 전 총장은 친검무죄, 반검유죄인 측면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사과할 일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고 질타했다. 윤 전 총장이 이 같은 TK의 반감을 수습하지 못하면 그의 대권 레이스에는 빨간 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와 여권 등에서 조만간 윤석열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이러한 틈을 파고들어 TK공략에 나서는 등 영남권 공들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차기 전대 앞둔 야권, 집토끼냐 산토끼냐 논쟁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집토끼를 잡은 뒤 외연 확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TK지역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대선 전략이 항상 영남권 대권 후보를 앞세워 대선 승리를 이끌려고 한다국민의힘 내에서 영남권 출신 대선 후보가 나오지 못할 것을 대비해 TK 등 영남권이 당 중심에 서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비영남권을 중심으로 도로 영남당이라는 이미지를 피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에 이목이 집중된다. 차기 전당대회에서는 대구에 지역구를 둔 주호영 의원을 비롯해 PK출신인 조경태·윤영석·조해진 의원, 수도권의 권영세·김웅 의원 등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전 의원 역시 당권 도전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우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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