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PicK] 윤여정 오스카상 수상, 미국 내 ‘아시아 증오범죄·인종차별’ 종식 신호탄될까?
[이슈 PicK] 윤여정 오스카상 수상, 미국 내 ‘아시아 증오범죄·인종차별’ 종식 신호탄될까?
  • 신수정 기자
  • 입력 2021-04-26 18:23
  • 승인 2021.04.27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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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74) 씨가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오스카상 수상의 명예를 거뒀습니다. 

25일(현지시간) 윤여정 씨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 된 영화로,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그려냈습니다. 

윤여정 씨의 오스카상 수상은 사요나라(1957)의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아시아 여성 배우 중에서는 두 번째 수상입니다. 

이번 윤여정 씨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월 ‘미나리’는 미국 대표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습니다. 

약 1년간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미나리’는 100여 차례 수상을 했고, 그 중에서도 30개 가량의 상은 윤여정 씨의 연기상이었습니다. 

윤여정 씨는 미국 연에매체 E뉴스가 진행한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한국 배우로서 처음으로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올랐고, 한국인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나에게는 정말 신나면서도 무척 이상한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한편, 비슷한 시기 미국 내에서는 중국인·한국인 등 아시아인들을 향한 혐오 범죄가 발생했고, 이를 직접적으로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윤여정 씨는 오스카 시상식 방문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일정에서 “최근 아들들이 미국 방문을 염려하고 있다”며 “증오범죄 가해자들은 아시아계 여성과 노인들을 노리고 있다. 경호원이 필요하다. 아들은 내가 공격받을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윤여정 씨의 오스카상 수상은 더욱 국내외의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미국 내 마이너리티(소수자)에 속하는 아시아인들에게 보수적인 것으로 이름 높은 오스카에서 아시아에 뿌리를 둔 이민자들이 현 미국 사회의 정서를 담아낸 작품을 그려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입니다. 

정이삭 감독은 영화 전문 매체 데드라인과의 인터뷰에서 “미나리의 주제 의식이 아시아 커뮤니티를 벗어나 다른 공동체로도 널리 퍼지고 있다는 점이 기쁘다”며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낭한 폭력 행위가 급증한 것에 낙심했지만 미나리가 통합을 가져다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던 봉준호 감독도 “인류의 일원으로서 아시안 증오범죄와 흑인 인권운동(BLM)을 유발한 사회를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두려운 일”이라며 “창작자들과 영화 제작자들은 이런 이슈를 다룰 때 더욱 대담해져야 하고 거기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오스카 수상 소식이 전해진 오늘까지도 미국에서 아시아 인종을 향한 증오범죄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미국 사회를 견인하는 엘리트층에서는 “아시아계를 향한 편협한 폭행이 발생하는 모습은 뉴욕 시민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규탄했습니다. 

다양한 국가와 인종을 포함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주의’를 외치며 시작된 미국. 피라미드식의 인종 차별 구조를 없애고 건국 초기의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2021.04.26 일요서울TV 신수정 기자

신수정 기자 newcrysta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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