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 합병반대, SKT 정치권 전방위 접촉 의혹
KT-KTF 합병반대, SKT 정치권 전방위 접촉 의혹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3-03 15:26
  • 승인 2009.03.03 15:26
  • 호수 775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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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이통사 - 정치권 커넥션 ①탄
지난 2월 20일 서울 서초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KT-KTF 합병 토론회 시작 전 SK텔레콤 남영찬 부사장(왼쪽 두번째)과 SK브로드밴드 조신 사장(왼쪽) 등 SK측 참석자들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월16 여야합동정책토론회가 국회에서 개최됐다. 문방위 출신의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과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주최해 열린 이번 토론회 주제는 “통신시장 환경변화와 통신사업자 합병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부제에는 ‘KT와 KTF의 합병인가신청을 중심으로’ 라며 특정업체의 합병관련 토론회였다.

토론회에는 서정수 KT 부사장, 이형희 SKT 전무, 이호영 교수, 이내찬 교수, 최선규 교수, 신종원 YMCA 부장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서 부사장은 KT-KTF 합병관련 토론회가 부담스러운 듯 “KT가 남의 밥그릇을 빼앗으려는 건지, 전세계 통신사업의 개척자(Leading Edge)가 될려는 건지를 판단해 달라”며 “작은 우려 때문에 큰 변화를 막는 일은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경쟁사인 이 전무는 작심한 듯 “합병전에 KTF 분리 및 KT 민영화 정책 취지가 달성되었는지 생각해야 되며 KT 생산성이 타 업체에 비교해 열위에 있다”고 지적하며 “KT 지배력의 원천은 통신주, 관로 등 필수 설비에 대한 독점적 지배 및 유선전화 가입자 90% 확보 등에 있다”고 거대 공룡 통신 업체의 등장에 불만을 토로했다.


KT-KTF 합병 토론회 배후는 SKT? ‘묵묵부답’

토론회 자체는 열띈 분위기속에 진행됐지만 문방위 관계자들은 민영화를 추진중이거나 추진된 회사관련 합병 토론회가 국회차원에서 개최된 것과 관련 의구심을 제기했다.

문방위 소속 한 의원실의 모 보좌관은 “비싼 통신요금의 적정화 실현이나 KT 보유의 필수설비에 대한 정책적 접근 등이 주제라면 이해되지만 합병관련 토론회는 이해할 수 없다”면서 “특정 업체의 요구로 토론회가 개최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SKT나 KT-KTF가 공기업일 당시부터 오랫동안 감독기관을 지낸 한 보좌관 역시 “토론회 제목을 보고 요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최 저의가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K-K 합병을 반대하는 진영에서 국회의원에게 의뢰해 개최됐을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문방위 국회의원 소속 관계자는 “SKT의 경우 하나로 텔레콤과 합병할 당시 토론회를 개최하지 않았다”면서 “K-K 합병으로 인해 자신의 국내 시장 지배력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국회차원에서 이슈화 할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특히 이동통신사들의 경우 대외협력팀이라는 명목으로 타기업에 비해 국회출신 인사나 언론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국회에서 활동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통사의 국회담당 대외 협력팀의 경우 해당 사업관련 이슈들 뿐만아니라 국회 동향, 사전 질문서 확보, 이슈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이번 토론회 개최 배경에도 정치권과 통신업계의 오랫동안 형성된 이해관계로 인해 개최된 게 아니겠느냐”고 의혹어린 시각을 보냈다.

이와 관련 이경재 의원실측에서는 “특정 업체의 로비나 요청은 없었고 자체적으로 필요해서 개최했다”면서 “세간의 의혹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반면 SKT측에서는 본지의 취재 요청에도 불구하고 ‘회의중이다’, ‘메모를 남겼다’며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문방위 관계자들의 증언은 현안이 생길 때 SKT가 KT에 비해 적극적으로 대국회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SKT의 이모 실장의 경우 최태원 회장과 신일고 고대 동문으로 대외협력팀을 총괄하고 있으며 국회 및 시민단체 동향까지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K-K 합병’관련 독과점 가능성이 없다며 합병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심의 결과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됨으로써 SKT를 비롯한 반KT 전선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됐다.

방통위는 지난 24일부터 서울시내 모처에 14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이 합숙심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에 반KT진영에서는 공정위 결정에 강하게 반박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한 다양한 경로로 합병의 부당성과 함께 사전 규제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신업체 ‘우물안 개구리’ 메이드인코리아 돼야

이런 SKT의 다급한 상황에 비해 공정위 결정 탓인지 KT의 입장은 다소 여유가 느껴졌다. KT 대외협력팀의 한 인사는 “합병 인가를 까다롭게 해서 이후 우리 유무선 통합 사업에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로 합병을 반대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통사들끼리 과도한 정치권 로비나 접촉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실제로 KT와 KTF는 모자회사로 합병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서 “이통사들끼리 치열한 주도권 싸움에 정치권까지 개입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양쪽 진영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정치권 로비는 없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에서 장기간 근무한 한 인사는 “공기업에서 출발한 특성 때문에 국회담당 연락관이 있지만 로비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국회출신 보좌관들이 많이 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손 꼽을 정도”라고 옹호했다.

오히려 그는 “이미 KT와 KTF는 ‘눈가리고 아웅’이었지 사실상 합병 수준이었다”면서 “같은 회사로 회계상만 분리됐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SKT 역시 신세기 통신(017)과 018을 흡수 합병한 사실을 들며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나아가 그는 “그동안 대형이통 사업자가 국내 경쟁에만 매몰되서 파이를 키우는 데 소홀했다”면서 “거대통신사업자가 생겨 국내통신업계의 경쟁력도 커져서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고 통합에 적극 찬성의 입장을 보였다.

특히 그는 국내 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들어 SKT 역시 SKB(구 하나로 텔레콤,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해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K-K합병에 반KT 규제론 펼쳐

통신기업인 KT와 KTF의 합병이 사실상 승인됨에 따라 나머지 사업자들은 각종 규제사항을 넣기 위해 고심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K-K합병에 조건 없이 승임함에 따라 이제 최종 승인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만이 남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KT와 KTF의 합병은 이제 기정사실화 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머지 사업자들은 방통위의 결정이 나기 전까지 다양한 사전 규제 장치를 도입하도록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반 KT사업자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규제 장치로는 ▲지배력 전이 수단인 보조금, 결합판매 등의 금지 및 제한 ▲저대역 주파수 할당 제한 ▲필수설비인 시내망 분리 등의 인가조건 부여 등이다.

이에 대해 LG텔레콤 관계자는 “방통위가 통신시장의 경쟁환경과 주파수가 갖는 지배력 등을 고려해 통신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꾀하고, K-K합병에 따른 경쟁제한적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도 이번 합병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면서 “방통위가 방송 통신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전문가적 관점에서 면밀하게 검토하고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향후 방송 통신 시장의 지각변동을 몰고 올 K-K합병의 파급효과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준>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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