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022년 3월9일에 치르는 20대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차기 대권을 향한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대권 레이스 안에 또다른 대권 경쟁 구도가 자리를 잡고 있다. 전체적인 큰 판은 1강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의 경쟁 구도지만 시선을 돌려보면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간의 쟁탈전도 치열하다. 정치적 이미지가 상당 부분 겹치는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이낙연의 위기는 곧 정세균에게 기회이고 이낙연의 기사회생은 곧 정세균의 위기를 뜻하기도 한다. 남북 전쟁으로도 불리는 ‘이낙연 대 정세균’, 이들의 혈투는 누구의 승리로 끝이 날까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 李-丁’ ‘친문·호남’ 표심 놓고 혈투, 승기 잡아야 ‘이재명 대항마’로 등극
- 이낙연은 ‘친문 집중 공략’, 정세균은 ‘이낙연과 차별화’로 승부
4·7 재보궐선거가 끝이 나면서 이제는 대권주자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2022년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권력 쟁투를 앞두고 대권주자들도 하나둘 링 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국무총리를 맡아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총리직을 내려놓고 등판했다.
정 전 총리는 그동안 제3후보로 꾸준하게 거론돼왔다. 1강 구도를 형성하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대세론이 무너지자 친문에서는 제3후보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제3후보로는 정 전 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거론됐다.
이낙연 지지율 5%대까지 추락... 기회 엿보는 정세균
정세균 전 총리의 등판은 이낙연 전 대표와의 혈투를 의미하기도 한다. 정 전 총리는 이 전 대표와 정치적 이미지가 상당 부분 겹친다. 우선 두 사람은 모두 호남 출신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전남 영광군, 정 전 총리는 전북 진안군이 고향이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첫 번째 국무총리를 지냈고, 정 전 총리는 그 뒤를 이어 두 번째 총리를 역임했다. 또 정 전 총리가 총리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의 서울 종로 지역구는 21대 총선을 통해 이 전 대표가 물려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중도적 정치인 이미지가 강하다.
전남과 전북 출신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혈투를 ‘남북 전쟁’으로 부르기도 한다. 두 사람은 친문과 호남 표심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만 한다. 이들은 모두 범친문으로 분류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친문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에 올랐다. 정세균 전 총리도 친문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정 전 총리의 대권 등판설은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지만 5% 미만의 지지율은 걸림돌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21일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한가’를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정세균 전 총리는 2%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가 위기를 맞으면서 정세균 전 총리가 판을 흔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4월 21대 총선 직후까지만 해도 40%대를 넘나들던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했고 지금은 10%대 안팎을 보이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군소후보들과 같은 수준으로 5%대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표본오차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물은 결과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은 5%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지난 20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정 전 총리는 대권 판이 흔들린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내 조직을 활용해서 범문재인 지지 세력, 호남 세력과 함께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 결국은 지지율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대 정세균’ 남북 전쟁에서 승리하는 사람이 1강을 지키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양강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이들의 혈투 전략은 무엇일까.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면서 치명상을 입었다. 이번 선거는 이 전 대표가 당대표를 맡아 ‘무공천’을 규정한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공천을 밀어붙였다.

이낙연의 필승 카드는 ‘친문 공략’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페이스북 글에서 “저의 책임이 크다”며 “저는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대한민국과 민주당의 미래를 차분히 생각하며, 낮은 곳에서 국민을 뵙겠다”고 밝혔다. 이 때분에 당분간 공개 행보를 자제하며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점차 활동을 재개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자가격리를 마친 뒤 마포의 사무실에서 당내 이낙연계 의원 20여명을 만났다. 지난 22일에는 2019년 4월 발생한 산불로 큰 피해를 당한 강원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를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하고 산불피해 주택들도 둘러봤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위해 ‘친문 표심’ 공략에 포인트를 맞춘 분위기다. 이 전 대표는 재보선 직후에 친문 표심을 겨냥한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우선 목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차기 민주당 정부로의 계승, 발전이다”며 “이 둘은 따로가 아니라 하나다. 국민의 행복과 역사의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이낙연계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별화 필요성이 거론되자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절반 이상을 2인자를 했는데 다른 소리 하는 것은 사기다. 배신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긍정적인 정책적 차별화는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에 대해서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서 ‘문자 폭탄’ 논란에 대해 “절제의 범위를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설득력을 얻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어떻든 당원들의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이낙연과 이미지 중첩’, ‘이재명-윤석열’ 때리기
반면 정세균 전 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와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며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부각시키기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대권주자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최근 JTBC에 출연해 ‘이낙연 전 대표와 차별점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받고 “이낙연 전 총리는 언론인 출신이고 저는 기업인 출신이다”며 “그런 점이 매우 큰 차이라고 저는 본다”라고 ‘경제 전문가’ 이미지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이나 또 정치인들이 비교는 할 수 있겠습니다마는 제가 제 입으로 이낙연 전 대표와 저를 비교 분석하는 것은 그것은 적절치 않다. 지혜로운 일도 아니다”라며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전 총리는 23일 CBS 라디오에서는 “지금은 전환기적 위기 상황이고, 일상의 회복부터 시작해 경제 회복, 국제 위상 회복 등이 필요한데 그런 경험과 역량을 갖춘 사람 중에 (내가)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을 싸잡아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가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도입을 주장한 것에 대해 “현재는 그걸 구매할 필요가 아직은 없다”며 “백신 구매는 식약처나 질병청,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될 일로 지자체가 할 일은 따로 있다. 혼란만 초래할 수도 있다”고 잘라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윤 전 총장에 대해서도 “검사밖에 해본 게 없지 않나. 반사이익 측면이 더 크고 내용물이 없다”면서 “임기도 다 안 마치고 중간에 사임해 정치로 직행한다면 국민들이 계속 박수를 치실까? 검찰 조직에도, 국가에도 불행일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중 한 사람이 친문과 호남 표심을 얻는다고 해도 지지율 반등이 가능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4·7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대참패를 기록하면서 친문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두 사람이 민심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민심이 담보되지 않은 대권 후보가 무엇을 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보인다”며 “자신들 스스로 대선후보라고 생각하고 만족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까 싶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윤사랑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