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하는 신설 지주사 ‘LX홀딩스’가 출범을 앞두고 계속되는 ‘사명 논란’에 진땀을 빼고 있다. 논란은 ‘LX’를 영문 사명으로 사용하던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LG그룹의 LX홀딩스 사명 사용을 제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한 것이 발단이 됐다. 몇달째 이어지는 LX와 LG그룹과의 사명 싸움은 장기전이 예상된다. LX는 다음 달 1일 LX홀딩스가 출범할 시 법원에 LX 상표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LG 측은 대화로 풀자는 입장이다. 다음 달 1일 구본준 고문이 이끄는 LX홀딩스가 출범도 하기 전, 사명을 두고 LX와 분쟁에 휩싸이면서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 “대화가 바람직·이슈 확대에 유감… 사업 방해할 소지 없어”
한국국토정보공사, LX 상표 사용금지 가처분신청 제기 계획
LX홀딩스는 구광모 LG그룹 대표의 작은아버지인 구본준 고문이 이끄는 신설 지주사로,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MMA 등 4개 자회사를 계열 분리한다. LG그룹은 지난달 11일 ‘LX’로 사명을 확정·공시했다. LX의 뜻은 LG그룹의 ‘L’과 변화와 혁신을 뜻하는 ‘X’를 결합했다는 것이 LG그룹의 설명이다. 이후 주주총회에서도 지주사 분할 안건을 의결함에 따라 LX홀딩스는 공식 출범만을 앞둔 상태였다. 그런데 LX가 사명을 두고 자사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 LX 사장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특허청장 찾아
지난 6일 LX의 수장인 김정렬 LX 사장은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브리핑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LX홀딩스 사명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사장은 “LX홀딩스는 양사의 로고 디자인 등이 달라 상표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타인의 성명이나 상호 표장, 그 밖의 것을 유사하게 사용해서 타인의 활동과 혼동하게 하거나 오인하게 하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상표만이 아니라 성명·상호·표장 등의 표시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해도 부정경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사장은 “민간 기업규제가 바람직하지는 않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면서 “LX홀딩스 대표와 만나 건설적인 대화를 하길 희망한다”라고 LG그룹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김 사장이 김용래 특허청장을 만났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또 다시 갈등은 고조됐다. 지난 13일 한 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전날 직접 특허청을 찾아 특허 심사 절차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 보도 다음 날인 지난 14일, LX 측은 LG그룹을 불공정거래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LX는 LG그룹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23조 제1항에 명시된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LX는 “LX 명칭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가 2012년부터 사용해 온 영문사명”이라며 “약 10여 년간 LX라는 이름으로 지적측량, 공간정보, 해외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332억 원을 투입하는 등 LX 브랜딩에 공을 들여 왔는데 LX홀딩스가 출범하게 되면 국민에게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민간 기업과 같은 사명을 사용하게 되면 공공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신뢰성과 공신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LG 공정위 신고 유감
LX 가처분신청 계획
당시 LG그룹은 LX가 공정위에 신고한 것에 유감을 표했다. LG그룹은 “이 문제는 법률에 따라 현재 특허청에 상표 출원 후 등록을 위한 심의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양사 대표 간 대화가 바람직한데도 이런 방향으로 이슈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로 겹치는 사업 활동이 없어 사업을 방해할 소지가 없다”며 “공정위 신고가 법률적으로 성립되는지도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LX는 LG그룹을 상대로 공정위에 신고한 이후 LX홀딩스가 다음 달 출범하면 법원에 LX 상표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계획이라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LX 관계자는 “LX홀딩스가 출범하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라며 “상표 사용을 저지하기 위한 법적인 조치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LX의 이 같은 입장에 LG그룹은 충분한 법률 자문을 거쳤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G그룹은 “이미 LX홀딩스는 특허청 상표 출원 후 등록을 위한 심의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라며 “한국국토정보공사와 겹치는 사업 활동이 없는데도 공정위에 신고가 성립되는지 의문이며, 양사 대표의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알파벳 두 자가 같다는 것만으로는 LX와 LG그룹의 법적분쟁 소지는 뚜렷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상표법상 알파벳 두 자로 구성된 간단한 문자는 이 자체만으로 등록될 수 없기 때문에 도형 또는 독특한 필체 등으로 식별성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특허청 정보검색서비스에서 ‘LX’로 검색되는 상표 수만 1000여 건에 달하기도 했다. LX가 해당 사명을 영어로 쓰기 시작한 2012년 전부터 동일한 문자를 적용한 상표도 있었다. 또한 LX는 현재까지 LX에 대해 상호 또는 별도 상표를 등록하지 않고 ‘LX한국국토정보공사’로만 상표 등록을 해놓은 반면 LG그룹은 지난달 초 특허청에 LX 상표와 이미지 100건 이상을 출원한 상황이다.
신유진 기자 yjsh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