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복합문화타운 조성 사업으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최문순 강원지사 [뉴시스]](/news/photo/202104/449688_366856_5726.jpg)
- 단지 내 집단주거시설 조성은 불법…‘차이나타운’ 주장, 사실과 달라
- ‘반중 정서’ 확산에 투자금 유치 난맥상, 시행사 “첫 삽도 뜨지 않아”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난 2011년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3선 임기를 1년 남겨 둔 상황에서 최근 갑론을박이 뜨거운 ‘한중복합문화타운’ 논란에 휩싸이며 위기를 맞았다. 중국의 ‘신(新)동북공정’으로 반중 정서가 팽창한 가운데, 중국 투자 자본을 들여 한‧중 교류 사업을 펼친다는 최 지사의 구상이 지역사회와 국민들의 큰 반감을 사면서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고 있는 것. 이후 동계올림픽 호재를 살리지 못한 평창 알펜시아 매각, 도유지를 비싼 값에 되산 춘천 레고랜드 사업 등 최 지사의 도정(道政) 능력에 대한 비판론으로까지 일파만파다. 이번 한중 교류사업 논란의 경과와 무관하게 여권 차기 대선 잠룡으로도 지목됐던 최 지사는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한중복합문화타운’ 사업을 둘러싼 주요 쟁점들의 사실관계를 파악해 봤다.
지난 23일 현재 청와대 게시판에는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 달라”는 청원에 무려 63만여 명이 동참한 데 이어, 5만5천여 명이 동의한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탄핵을 촉구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이에 최 지사는 지난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민청원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내용 대부분이 가짜뉴스”라고 해명한 데 이어, 강원도의 ‘차이타나운 조성’ 논란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팩트체크’ 성명을 내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그러나 김성태 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국민의힘 당원협의회가 “최 지사는 오히려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하며 공개토론을 요구하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춘천‧홍천 라비에벨 관광단지 내 빈 부지로 최문순 지사가 한중문화복합타운을 조성하려 했던 곳이기도 하다. [정두현 기자]](/news/photo/202104/449688_367024_300.jpg)
차이나타운?, 문화단지 내 ‘집단거주시설’ 조성 불가
‘한중복합문화타운’은 춘천과 홍천 일대(강원도 홍천군 전치곡리)에 내년까지 인천 차이나타운의 10배에 이르는 120만㎡(약 36만 평) 규모로 한‧중 문화교류의 장을 조성한다는 강원도의 문화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중국 전통 거리, 미디어아트, 한류 영상 테마파크, 소림사 체험 공간, 중국 전통 정원, 중국 8대 음식과 명주를 판매하는 푸드존 등이 ‘중국존(zone)’에 들어설 예정이다. 한국 문화를 중국에 소개하는 구역인 ‘한국존(zone)’은 별도로 조성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최문순 강원지사의 한중복합문화타운 사업이 사실상 또 하나의 ‘차이나타운’을 조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21일 김진태 국민의힘 당원협의회 위원장은 해당 사업이 “본질적으로 차이나타운 사업”이라며 “거주와 사업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문화타운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관광단지에 거주시설을 들이는 것은 불법이다. 현행법(관광진흥법)에 따르면 관광 목적으로 조성된 부지 또는 단지에는 집단 거주용 시설 공사가 금지돼 있다. 다만, 관광객을 위한 숙박용 시설은 인허가를 낼 수 있다.
결국 관광객 유치 목적으로 국내 기업이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해당 관광단지는 중국인들이 자국 문화를 유지하며 거주하는 집단촌을 일컫는 ‘차이나타운’과는 엄연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김진태 위원장 등이 주장한 ‘차이나타운 조성설’은 실제 사업 취지와는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한중복합문화타운 사업계획도 [코오롱글로벌]](/news/photo/202104/449688_366858_5827.jpg)
투자 유치 난맥상에 ‘첫 삽도 못 뜬’ 한중문화복합타운
강원도의 한중문화타운은 지난 2009년부터 484만㎡(약 146만 평) 규모로 ‘춘천‧홍천 라비에벨 관광단지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관광단지 조성 시행사는 코오롱글로벌(대표이사 사장 윤창운)이다.
코오롱글로벌에 따르면 현재는 전체 부지의 30%가량이 골프장으로 운영되고 있고, 나머지는 공지(空地)다. 미개발 부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중복합문화타운 조성 구상이 편입되면서,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 있다. 실제로 강원도와 코오롱글로벌은 해당 사업 진행을 위한 인허가 등 행정 지원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춘천‧홍천 라비에벨 관광단지 내 골프장 [정두현 기자]](/news/photo/202104/449688_367023_2856.jpg)
코오롱글로벌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담론에서 “최근 반중 정서가 여론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이라 첫 삽도 뜨기 전에 투자 유치마저 힘든 상황”이라며 “한중문화타운은 골프장 이외의 부지를 활용해 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인데 이번 논란이 지속될 경우 공사는 고사하고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애초에 강원도와 지난 2018년 MOU를 맺었을 당시 사업계획에는 총 사업비 1조63억 원으로 강원도 지자체 예산 투입 없이 순수 민간 재원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합의됐다”며 “투자 의향이 있는 주체들을 우선 모집한 후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고 투자자 확정 후 관련 인허가 변경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문순 “‘100% 한국 자본’ 투자”…道 사업부 국장 “中자본 유치 필요”
본지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취재해 본 결과 ‘차이나타운 조성’, ‘문화단지 착공’, ‘국민혈세 투입’ 등의 내용은 이미 언론 등에서 알려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지만, 중국 자본 투입 이슈만큼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최 지사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중복합문화타운 사업은 100% 우리 기업의 자본”이라고 밝혔지만 이 사업을 위해 지난 1월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의 출자금 50억 원 중 5억 원을 중국 인민일보의 인터넷 매체인 ‘인민망’이 출자했다. 문화타운 사업에 직접적으로 투자된 중국 자본은 아직 없으나, 이 사업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인민망이 참여했고, 일부 출자한 것도 확인됐다.
![지난해 12월2일 개최된 강원도의회 회의를 기록한 회의록으로 빨간색으로 표기된 부분은 강원도 글로벌사업국장의 주요 발언이다. [강원도의회 홈페이지 캡쳐]](/news/photo/202104/449688_366862_334.jpg)
인민망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인터넷 플랫폼 계열사다. 결국 중국발 자본 유치에 방점을 두겠다는 강원도 측 취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본지가 지난해 12월 2일 개최된 강원도의회 회의록을 조회한 결과, 해당 사업 소관부서인 강원도 글로벌투자통상국의 핵심 고위 관계자가 중국발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허소영 강원도의회 의원이 “라비에벨관광단지 내 중국문화타운을 설치하는 계획과 관련해 현재 진척 사항이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안권용 강원도 글로벌투자통상국 국장은 “금년도(2020년) 초에 SPC법인을 출범시켰다”며 “코오롱(글로벌)하고 인민망하고 이렇게 해서 출범을 시켰는데, 이게 중국 같은 경우에 인민망에서 직접 자기 돈을 갖고 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를 확보한 다음에 이것을 추진해야 되는데 코로나 상황 때문에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조금 지연이 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SPC법인 출범 배경과 투자 유치 현황을 밝혔다.
또 그는 “인민일보는 주요 투자자”라며 “전체 사업비 1조 원 중 유치해야 할 해외 자본은 6000억 원가량이며, (중국 중심으로) 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최 지사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인민망 한국지사 측은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문화타운이 조성될 경우 ‘중국존(zone)’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에 대한 담보 차원으로 법인 설립에 소정의 금액을 지급함으로써 출자에 참여한 개념이지, 이 밖에 별도의 사업비 투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정두현 기자 jdh2084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