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이재오, 정두언 밀월 ‘찻잔 속의 태풍’
이상득, 이재오, 정두언 밀월 ‘찻잔 속의 태풍’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3-03 15:01
  • 승인 2009.03.03 15:01
  • 호수 775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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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친형 李 광폭행보 견제나서
이상득 전 부의장(상단좌) · 이재오 전 최고위원(상단우) · 정두언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민소통 위원회 국민소통의 날 '통(通) 하였느냐' 행사에서 사회자로 토론회 진행을 하고 있다.

이상득 전 부의장의 광폭행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갈등을 겪었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 정두언 의원과 적극적인 화해를 통해 친이계의 결집을 이뤄내고 있다. 친이계의 결집은 바로 효과를 발휘했다. 쟁점법안인 미디어법을 상정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전 부의장이 범친이계의 결집을 이루면서 MB정부의 국정 드라이브는 속도를 내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이계의 결집이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권력의 특성상 한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은 갖지 못한 사람들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친이계의 결집은 끝이 보이는 시한부 환자와 같다는 것이다.

최근 여야간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던 쟁점법안인 미디어법이 25일 한나라당의 직권상정으로 처리됐다.

야당과 언론은 이 같은 배후에 이 전 부의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은 “MB와 이상득 전 부의장의 형제체제가 MB악법을 직권상정했다”며 반발했다.

25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미디어법 관련 논란은 계속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전 부의장의 발언으로 모든 논란은 종식됐다.

이 전 부의장은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밀어 부쳐야 한다”는 식의 강경 대응을 주문했고 일순간 회의장은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한다.

결국 이 전 부의장의 이 같은 발언 이후 한나라당은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고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전혀 낌새를 눈치 채지 못했다.

이후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고흥길 위원장은 일사천리로 직권상정을 강행했고 민주당 의원들이 단상을 향해 뛰어들었지만 이미 미디어법은 상정처리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전 부의장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물론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전 부의장이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감히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전 부의장은 이를 위해 올 연초부터 열심히 발품을 팔고 다녔다. 관계가 소홀해진 친이재오계 의원들과 만남을 이어갔고 최근에는 친박 중진의원들과 부산에서 만나 당을 위해 화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친박과의 만남에서 이 전 부의장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결의에 차 있었다고 한다.

결국 친박까지 아우르는 광폭행보가 미디어법이라는 쟁점법안을 말 한마디로 직권 상정하는 힘을 발휘한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이 전 부의장이 모든 욕을 듣더라도 짐을 지고 나갈 태세다. 하지만 이는 법안 처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4.29재보궐 선거와 당협위원장 선출, 더 나아가서는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친이계 내부의 또 다른 계파갈등

현재 한나라당의 화합은 친이계 안에서도 계파들끼리 갈린다. 우선 친형인 이 전 부의장으로 통하는 ‘친이상득계’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축으로 하는 ‘친이재오계’가 있다. 여기에 안국포럼 출신인 정두언 의원도 한축을 이루고 있다. 친이계에서도 계파가 다시 나뉘는 것이다. 이들이 지금은 당의 화합모드에 일조하고 있으며 MB정부의 친위부대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이라는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결국 말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MB정권 초기에 있었던 ‘권력 사유화’ 논란을 보면 알 수 있다.

친이계측 관계자는 “당시 이 전 부의장과 청와대 몇몇 비서관들이 내각과 관련된 인사전횡 때문에 정 의원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하지만 이 발언 때문에 정 의원은 한동안 청와대와 등을 져야 했고 최근에 와서야 청와대의 부름을 받아 활동을 재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정 의원과 이 전 부의장의 앙금은 녹록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생리상 그 앙금이 한 번에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전 최고위원의 경우도 비슷하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 파동으로 인해 잡음이 끊이지 않자 낙선을 한 이후 외국으로 나가야만 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당시 18대 공천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았다. 이 전 부의장측은 당의 화합을 위해 친박과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전 최고위원측은 내쳐야 한다는 강경론을 폈다. 강경론이 힘을 받아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이어졌다. 결국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탈당을 해 무소속과 친박연대라는 정당을 만드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고 말했다.

서로 이해득실이 다른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완전히 앙금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전 부의장과 이 전 최고위원의 화합이 오래 못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벌써부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친이재오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 전 부의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우회적인 비판을 했다.

공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친형이기 때문에 이런 행보가 오히려 ‘호가호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전 부의장이 적극적으로 나서는데도 우리의 목표가 이뤄지지 않으면 책임이 대통령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 전 부의장의 광폭행보에 일침을 가했다.

공 최고위원의 발언과 같이 이 전 부의장의 행보에 이미 반감을 사는 친이계 인사들이 있다는 것은 결국 완전한 화해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MB정권을 위해 잠시 휴전

그렇다면 친이계의 결집이 이렇게 급속도로 이뤄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간단하다. MB정부의 성공과 실패가 올 한해 어떻게 국정운영을 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MB정부가 집권 2기를 맞이하면서 청와대와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당의 화합을 통해 올 한해를 국정 운영을 위한 최적기라는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올해야말로 MB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MB정부를 창출한 이들에게는 무척 중요한 해이다. 올 한해 국정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MB정부의 성공과 실패가 좌지우지 될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도 결국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대운하를 띄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한해 MB공약들이 어떻게 실행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치상황이 각 계파로 나뉘어 있던 친이계를 결속시키는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결속 자체가 견고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떨어져 나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MB정부를 탄생시킨 실세들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내포된 상황에서 결집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와 4.29재보궐 공천, 그리고 당협위원장 선출에 따르는 이해득실이 얽혀 있는 5월에는 친이계 안의 또 다른 계파들 사이에 전쟁이 시작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급조된 화합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이 전 부의장이 원로이기 때문에 집권여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당의 화합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4월 재보궐 선거도 있고 중요한 시점이 다가오니까 계파간 갈등이 표면화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내홍이 봉합된 상태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향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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