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삼국지 경주 재선거 李-朴-昌 ‘전초전’

“내년 2010년 지방선거전후, 집단탈당사태 올 수도…”
이명박 정권이 집권 2년차를 맞아 ‘MB식 개혁정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나 공식 축하 행사 없이 넘어가는 이명박 정권의 뒷모습은 다소 씁쓸하다. 막상 지난 1년전 출발과 비교해 ‘직할 정치’, ‘측근 정치’를 강화한 것 외에 정치적 상황은 변화된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80여석의 소수 야당인 민주당의 발목 잡기는 계속되고 있고 당내 ‘여당속의 야당’이라는 박근혜 전 대표 역시 ‘거리두기’는 여전하다. 특히 당내 친박 세력을 끌어안지 못하는 이 정권의 모습은 4월 경주 재보선에서 친이 친박간 세대결까지 예고하고 있다.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의 ‘평행선’은 4월, 10월 재보선, 2010년 지방선거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감속에 한나라당의 분당 시나리오가 나오는 배경이다. 분수령은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찾아오는 2010년 지방선거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나 박 전 대표 둘 중의 한명은 ‘탈당’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면 하나. [친이 VS 친박 충돌]
4월 경주 재선거 현장
한나라당이 4월 재보선을 맞아 지난 18대 총선과 똑같은 공천 파동을 겪고 있다. 친이 핵심이자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충복인 정종복 전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의 안보 특보를 지낸 무소속 정수성 전 예비역 후보가 동시에 경주 재선거에 출마한다. 당초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양쪽 진영의 반대로 범 한나라당 후보로 제각각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여기에 ‘어부지리’를 노리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측근인 이채관 후보의 출마 선언까지 보수 인사들이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에서 3파전 양상을 띄고 있다.
정 전 의원 진영에서는 이상득 의원을 비롯해 정몽준 최고위원까지 가세해 적극 돕고 있는 실정이다. 박 전 대표는 진작에 정수성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면서 지지를 표현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2번이나 출마해 낙선한 이 총재까지 가세해 차기 대권 삼국지를 미리 보는 형국이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지지를 등에 업은 정수성 후보의 압승이 예고된다는 평이 주류다. 만약 정 후보가 당선된다면 친이 진영은 다시한번 박 전 대표의 TK에서 ‘영향력’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이상득 의원이 그동안 보여줬던 친이 친박 갈등 봉합 행보 역시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직할통치’를 선호하는 이 대통령 역시 재차 ‘박근혜 역할론’에 휩쌓여 정국운영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친이 친박 간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친박 진영의 한 인사는 “경주 재선거는 단순히 경주에 한해 승패를 보는 것이 아니다”면서 “오는 10월 재보궐선거뿐만아니라 내년에 있을 영남 지역 지방선거까지 어느 진영이 우세하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재보선”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후광으로 선거를 치루는 정 후보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한나라당으로 복당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 18대 총선에서처럼 당을 뛰쳐나가 당선돼 복당한 사례가 재현 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친이 진영의 분위기다.
장면 둘. [친이 VS 친박 충돌]
10월 재보궐 은평을 선거
4월 경주 재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친박 진영은 오는 10월 재보궐 선거에도 친이 핵심 인사들의 대한 견제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10월 재보궐선거가 치뤄질 공산이 높은 지역구를 보면 은평을 창조한국당 문국현, 금천구 한나라당 안형환, 수원 장안구 박종희, 안산 상록을 홍장표, 울산 북 윤두환,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의 민주당 김종률, 강릉 무소속 최욱철 의원 등이 그 대상이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문 대표 지역구다. 문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을 탈락시켰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친박 진영의 ‘공공의 적’이기도 하다. 이에 10월 재보선에서 은평을 지역구가 재선거를 치러질 경우 친박 진영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더라도 ‘이재오 낙선 운동’을 벌일 심산이다. 은평을 지역구에 출마를 저울질하는 인사로는 이 전 의원을 비롯해 진보신당 심상정 대표가 가장 대표적이다.이는 지난 경남 사천에서 친이 핵심 인사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패한 이방호 전 사무총장을 연상케 한다.
특히 친박 진영에서는 이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친박 연대가 후보를 내 이 전 의원의 당선을 저지하는 데 일조하도록 작업을 병행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한나라당내 친박 진영에서 후보자를 내놓지 못할망정 이 전 의원이 뱃지를 다는 것은 적극 방해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이 후보 연대를 할 경우 이 전 의원의 금의환향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장면 셋. [친이 VS 친박 충돌]
2009년 연말연초 조기전대 개최
친이 친박간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은 당연히 내년 있을 6월 지방선거다. 당장 6월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기위한 친이 친박간 정치적 수싸움도 한창이다. 이번 4월 재보궐선거는 인천 부평을을 제외한 기타 지역이 여야 텃밭인 관계로 한쪽이 참패한다고 해도 양당 지도부에게 ‘책임론’을 제기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경우 변수는 존재한다. 박희태 당 대표가 대표직을 걸고 인천부평을에 출마해 낙선할 경우 대표직 유지가 힘들 수 있다. 그러나 작년 전당대회에서 2위한 정몽준 최고위원이 승계할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조기전당대회 개최 요구는 있겠지만 ‘찻잔속의 태풍’으로 잦아들 공산이 높다.
하지만 10월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의 참패는 의미가 다르다. 수도권 지역이 4곳, 강원 1곳, 충북 1곳, 울산 1곳으로 일방적으로 패한 정당의 지도부의 경우 조기전당대회 요구가 봇물처럼 터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조기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관련 전권을 행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 진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16개시.도 광역단체장을 자기사람을 심는 다는 것은 차기 대권을 향한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조기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승부처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재오 전 의원의 당대표 도전설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친박 진영 역시 홍사덕, 김무성 의원 등 친박 중진급 인사들이 거론되지만 여차하면 박 전 대표가 재차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로 목을 메고 있는 형편이다.
장면 넷. [친이 VS 친박 충돌]
‘분당’ 분수령 2010년 지방선거
조기전당대회가 개최돼 친이와 친박 어느 진영이 당 지도부를 장악하든 양측 상처는 깊을 수밖에 없다. 조기전대 이후 친이 친박이 ‘건널 수 없는 금단의 강’을 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친이 친박간 대결은 분당사태까지 예고된다. 친박 진영에서는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대한민국에 두 명의 대통령이 존재하게 된다’는 말을 공공연히 퍼뜨린다.
이명박 정권은 이를 사전에 막기위해 지방선거에 ‘올인’할 공산이 높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동지’이자 ‘형.아우’ 사이인 이재오 전 의원의 역할론이 재차 주목된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 전 의원이 복귀하는 데는 신당 창당을 위한 사전 준비 성격이 강하다”면서 “청와대가 MB식 개혁입법을 초반기에 집중하는 것은 후반기에 입법전쟁을 하지 않기위해서”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최근 청와대와 정부는 오는 하반기부터 경제가 좋아진다고 확신하고 있다”면서 “내년 경제가 좋아지면 그 탄력으로 친박 세력 등 정적을 내치고 독자 신당 창당으로 갈 공산이 높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권은 ‘장관 착출설’을 흘리면서 친이 인사들을 심기에 일찌감치 주력하고 있다. 이미 유인촌 문화광관부 장관을 서울시장으로 충북 충주 출신의 윤진식 경제수석비서관을 충복도지사로 착출할 것이라는 얘기가 그럴듯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친박 성향의 정우택 도지사나 친이 진영과 각을 보이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기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표의 병상에서 ‘대전은요?’로 당선된 박성효 대전시장 역시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직을 교체한다는 무리수는 공천권을 통해 철저하게 자기 사람으로 심는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친이 진영이 당권 장악 여부가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최악의 경우 이명박 신당을 창당해서라도 지방선거에 올인할 수 있다는 말마저 나온다.
친이 진영으로서는 당권을 장악 공천권을 통해 인물을 교체하는 것이 자연스런 방식이다. 그럴 경우 친박 진영이 17대 공천 파동처럼 지방선거에서도 반발해 무소속 내지 친박연대로 출마를 할 경우 복당을 불허함으로써 친박 진영을 뛰쳐나가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게 친이측의 바램이다.
장면 현재 [친이 VS 친박 충돌]
이별 시나리오의 출발
결국 친이와 친박의 이별의 순간은 2번의 재보선, 조기전대, 지방선거, 총선까지 위험한 고비가 산넘어 산처럼 남아 있다. 이미 지난 경선에서 대의원의 머릿수에 뒤진 친이 진영이지만 공천과 당협위원장 교체를 통한 대의원 투표에 있어 우위를 자신하고 있는 모습이다.
내부적으로는 친이의 복심인 박창달 전 의원이 이끄는 대의원 중심 국민성공실천연합이 존재하고 외부적으로 구 선진국민연대의 후신인 ‘동행 대한민국’과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선진정책연구원’ 등 역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이 대통령 팬클럽인 ‘MB 사랑’ 역시 이명박 독자신당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문제는 누가 당을 먼저 뛰쳐나가느냐다. 한나라당의 ‘현상 유지’와 ‘분당’에 양날의 칼과 같은 화두다. ‘한나라당’이라는 브랜드를 포기할 수 없는데다 기존 한국 정치사를 볼 때 탈당한 인사가 대권에 성공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떠나려는 자’와 ‘남으려는 자’, 그리고 ‘내쫓려는 자’와 ‘ 내쫓김을 당하는 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양 진영은 희비의 쌍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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