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타이틀매치 ‘정도령 전쟁’
민주당 타이틀매치 ‘정도령 전쟁’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2-24 09:57
  • 승인 2009.02.24 09:57
  • 호수 774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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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鄭동영-정丁세균 “누가 호남 맹주가 되나”
정동영 · 정세균

민주당이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4월재보선 출마설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정 전 장관의 복귀는 현 정세균 대표 독주체제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당내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텃밭이 똑같이 호남으로 겹치는 두 인사는 호남 맹주 자리를 놓고 대전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정 전 장관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면서 우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후 대선패배, 총선 패배 등 연패에 파진 정 전 장관은 도전자인 정 대표에게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이 복귀를 한다면 단박에 정 대표의 라이벌로 급부상할 공산이 높다. 이에 정 대표 진영에서는 4월 재보선 출마설이 나오는 정 장관이 ‘따논 당상’인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수도권 출마를 통해 생사를 건 도박을 하길 내심 바라고 있다.

현재 4월 재보선이 열리는 지역구는 총 4곳이다. 인천 부평을, 경북 경주, 전주 완산, 전주 덕진이다. 정동영 전 장관으로서는 자신의 옛 지역구인 전주 덕진으로 출마할 경우 금뱃지는 따논 당상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급으로 위상이 올라간데다 서울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긴 상황에서 다시 고토수복에 나선다는 것이 부담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선 경쟁자였던 손학규 전 도지사의 경우 일찌감치 4월 재보선 출마를 접은 점 역시 부담이다. 같은 대선 후보급 인사로 비견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 전 장관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은 당의 입장이다.


DY의 딜레마, ‘수도권이냐’ ‘텃밭이냐’ 기로

정 전 장관은 일단 “신중하게 생각해서 과단성 있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의 입장은 냉랭하다. 무엇보다 정 대표측은 정 전 장관의 불출마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출마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측이 반발하자 정 대표가 나서 ‘지금은 제2차 입법전쟁을 준비할 때로 공천을 운운할 시기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 두 인사의 신경전은 잠시 소강상태로 빠졌다.

그러나 실제로 물밑에선 두 잠룡들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정 대표측은 입으로 4월 재보선 관련 언급을 삼가라고 하면서 DY 지역구인 전주 덕진에 유재만 전 서울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당 지도부는 내심 인천 부평을에서 정 전 장관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간의 대결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유 전 부장검사는 전북 정읍출신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엘리트 검사 출신이다. 사시 26회 출신으로 서울지검 검사, 청와대 비서실 법무이사관, 대검 중수 2, 1과장을 거쳐 서울지검 특수부 부장을 지낸 인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 전 장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보통 정 전 장관의 정치 스타일상 ‘No’와 ‘Yes'가 분명한 데 장고에 빠진 것은 출마를 전제로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당내 폭넓게 퍼져 있다.

또한 자신이 금뱃지를 달고 당에 복귀해도 옛 정동영계보를 회복할 수 있느냐는 것 역시 미지수다. 민주당 한 핵심 당직자는 “정동영계도 옛 말이다”면서 “정 장관이 일선 정치를 떠나면서 측근 국회의원들의 단도리를 잘 못해 인사들이 다 떠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DY계로 지목되는 인사로는 지난 태국 골프회동으로 모인 노영민, 박기춘, 박영선, 양승조, 우윤근, 이강래, 전병헌, 주승용, 최규식, 이강래 등 민주당 의원 10여명이다. 당내에서는 원외 위원장의 경우 역시 전국적으로 10~12개 정도가 될 뿐 정 전 장관이 세력이 많이 빠졌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현직만 50여명이 넘었던 기세와 비견해 상당히 빠진 셈이다.

그렇다고 정 전 장관에 맞서는 정세균 대표의 당내 입지가 확고한 것은 아니다. 정 전 장관은 강기정 대표 비서실장이나 송영길, 김부겸, 전병헌 의원등 손학규 전 지사를 지지했던 386 의원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상황이다. 실제로 정 대표의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인사들이 드물다는 평이다.

당내 한 인사는 “정 대표가 참여정부 당시 장관직을 역임하고 당 의장까지 역임해 소위 386 의원들과 사이가 나쁠게 없다”면서 “호남 출신에 수도권 386 출신 인사들과 연대는 다분히 양자 모두 전략적 제휴일뿐 손 전 지사가 복귀할 경우 386은 썰물 빠지듯 빠져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세균, ‘보이는 함정’에 DY의 선택은…

한마디로 정 대표 역시 386과 동거는 임시적 방편일뿐 자신의 대권 플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확실한 우군이 없다는 게 정 대표실의 고민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전 장관의 복귀를 정 대표가 환영할 수 없는 정치적 배경이 되고 있다. 결국 정 대표의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복안이 바로 정 전 장관의 수도권 출마 종용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는 4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승부처는 당연히 인천 부평을이다. 의원직을 상실한 구본철 전 의원은 한나라당으로 나와 당선됐다. 민주당이 자신할 수 있는 지역은 아니다.

이런 지역에 정 전 장관이 ‘백의종군’내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당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게 당 지도부의 기대다. 반면 정 전 장관 측근들의 생각은 다르다.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를 놔두고 자칫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는 수도권 출마는 위험천만하다는 주장이다.

속 보이는 정 대표측의 암수에 정 전 장관이 기존 정치 스타일대로 ‘정면 돌파’를 할 것인지 안전하게 자신의 텃밭을 선택할지 그의 선택이 주목되고 있다.



#민주당 차기 원내 사령탑은…김부겸 ‘유력’

이강래, 정세균 ‘복심’얻을 수 있나 ‘관건’

오는 5월에 임기를 마치는 원혜영 원내대표 후임으로 박주선, 이강래, 김부겸, 박병석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박주선 의원의 경우 최고위원으로 선출직이기 때문에 쉽게 출마를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충청도 몫으로 나서는 박병석 의원은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당내의 지배적인 분위기는 이강래의원과 김부겸 의원의 양파전으로 흐를 공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정세균 당 대표의 입장이다. 전북 출신으로 같은 동향의 이강래 의원이 원내대표로 될 경우 호남 일색 당 지도부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에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정 대표와 전략적 제휴관계인 386 출신의 김부겸 의원이 유력하다는 게 당내외 전망이다.

홍준철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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