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서울에는 다양하고 독특한 명소, 그리고 장인(匠人)들이 있다. 일요서울은 드넓은 도심 이면에 숨겨진 곳곳의 공간들과 오랜 세월 역사를 간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서울 시내의 ‘숨은 야경 명소’로 손꼽히는 ‘용봉정 근린공원’이다.
서울시내의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는 우수조망명소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용봉정 근린공원에서 서울의 야경을 관람하기 위해 저녁 9시쯤 노들역 3번 출구에 도착했다. 지도는 노들역 출구를 나와 용양봉저정을 지나야 용봉정 근린공원에 도착할 수 있다고 가리키고 있었다. 출구에서 조금 걷다 보니 ‘용양봉저정’이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표지판에 쓰인 대로 길을 따라 용양봉저정을 향해 걸었다.
용봉정 근린공원을 거쳐 가는 길목에 위치한 용양봉저정(龍驤鳳翥亭·서울시 시도유형문화재 제6호)은 조선 제22대왕 정조가 15년(1791)에 지은 행궁이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경기도 화성)으로 향하는 능행길에 (한강을 건너기 전후) 잠시 들러 쉬었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용양봉저정은 ‘용이 뛰놀고 봉황이 높이 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조가 이곳 경치를 둘러보고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용양봉저정은 한강 남쪽에서 노들섬을 비롯해 한강과 남산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명소다. 인근에는 노량진 수산시장, 사육신공원 등 역사·문화·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용양봉저정 앞을 지나 주택들이 모여 있는 골목길 사이로 오르막길을 10분 정도 걸어 쭉 올라가면 용봉정 근린공원 인근에 도착한다. 공원에서 전망대로 가는 길목에는 가족공원 조성과 공원의 데크 길을 만드는 공사 등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 조금은 어수선해 보이기도 했다.
이윽고 전망대에 다다르자 벤치가 설치된 작은 쉼터의 모습 뒤로 탁 트여 불빛이 화려하게 반짝이는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원효대교, 동작대교, 한강철교, 한강대교 등에도 조명이 켜져 한강의 물결이 더욱 돋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노들섬, 용산역, 국립중앙박물관, 북한산, 남산 사이의 63빌딩, 남산서울타워, 롯데월드타워 등 고층 건물들의 화려한 모습도 펼쳐져 있었다. 서울의 야경 명소답게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가족, 연인, 친구 등과 함께 이곳을 산책하는 몇몇 시민들이 보였다. 삼삼오오 모여 조용히 하늘 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야경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한편 용양봉저정은 일제강점기에 음식점, 무도장 등 위락 시설로 이용되며 ‘용봉정’이라고 불렸고 이후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에 동작구는 지난달 29일 용봉정 근린공원의 새로운 이름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구는 “지역 주민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아 일제 잔재를 청산해 올바른 역사를 세우고자 공모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도심 속 숲’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했다.
복잡한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이곳에서 휴식을 취해보는 건 어떨까.

김혜진 기자 trust@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