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울시장 막전막후
한나라당 서울시장 막전막후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2-24 09:43
  • 승인 2009.02.24 09:43
  • 호수 774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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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친이 접고 친박 기웃?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소통령’이라 불릴 만큼 대통령 다음으로 권한과 책임이 막중한 자리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서울시장이 대권으로 가는 코스로 인식돼 있는 만큼 더욱 눈치 보기가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친박 인사들과 잦은 만남을 갖는다는 얘기가 여의도 정가에 파다하다. 오 시장이 지난 18대 총선에서 일부 친이계 의원들과 ‘뉴타운’ 법정공방을 하면서 틈이 벌어지게 된 것. 이와 함께 친이계측 인사들이 대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당내 입지가 좁은 오 시장으로선 돌파구를 찾아야 할 상황인 것이다.

지난 18대 총선 선거기간 내내 정몽준 최고위원은 자신의 선거공약으로 ‘뉴타운’을 들고 나왔다.

정 최고위원은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통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동작을 지역구 유세에 뉴타운 바람을 일으켰다. 결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전 의장을 박빙의 승부 끝에 제치고 당선됐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오 시장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뉴타운 추가 지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게 됐고, 결국 법정공방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


오, 친이계와 사이 벌어져

한나라당 관계자는 “다른 당이었다면 몰라도 같은 당에서 나온 후보의 얘기를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막중한 책임이 있는 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친이계측에서는 대단히 섭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전부터 당내 인사들과 오 시장의 사이는 이미 벌어져 있었다는 게 한나라당 내 공통된 의견이다.

오 시장이 당선 되면서 당내 인사들과의 교류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당선될 당시 한나라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힘이 컸다. 특히 미래연대에 소속된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오 시장을 지지했고 실제 선거캠프에서도 활약했다. 그러나 당선된 이후 이들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말했다.

미래연대는 지난 16대 총선을 앞두고 2000년 1월 창립한 모임으로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내부에 젊은 개혁 성향의 목소리가 들리게 된 동기가 된다.

이 모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인사들이 현재는 친이계로 통하는 정두언, 임태희, 김성식, 조해진 의원 등이다. 여기에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 중도 소장파들도 포함돼 있다.

물론 오 시장도 미래연대에 소속돼 있었다. 그런 중에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는 후보를 내세우게 된다. 그 후보가 바로 오 시장인 것이다. 경선에 참가한 오 시장은 참신한 이미지를 등에 업고 바람을 일으키며 경선에서 승리,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하지만 당선된 이후 이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고 결국 틈이 벌어져 버렸다. 지난 해 원 의원은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오 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친이 후보군 다수 존재

원 의원은 “오 시장의 탄생 자체가 소장파들의 힘을 얻어 된 것인데 당선된 후 교류가 전혀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당내 다른 의원들과도 관계가 소원해졌다. 결국 이런 이유 때문에 당내 지지기반이 좁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총선에서 뉴타운 공방이 불거지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것이다.

친이계측 관계자는 “오 시장은 재선을 노리고 있지만 우리쪽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친이계측 인사들 중에도 적임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당 인사들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오 시장을 다시 밀어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말해주듯 친이계 공성진, 정두언 의원 등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연일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인촌 장관까지 서울시장 출마설이 대두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태다. 유 장관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과 20년 지기로 코드가 맞는 최측근 인사로 손꼽힌다. 특히 타 후보들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에서 월등이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코드를 잘 살린다면 서울시장 도전이 허황된 생각만은 아닌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이 대통령의 영화 ‘워낭소리’ 관람도 유 장관의 입김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유 장관의 관계는 다른 친이 직계 의원만큼 돈독하다. 만약 유 장관이 마음먹고 서울시장에 도전할 의사가 있다면 충분히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잠재된 후보군으로도 쟁쟁한 인물들은 많다. 홍준표 원내대표와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도 부상하지 않은 서울시장 후보군 인사다. 이들은 지난 2006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 오 시장과 함께 참가했던 경험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재선을 노리려면 당내 인사들과 경선을 거쳐야만 한다. 당내 입지가 좁은 오 시장이 경선을 치러야 될 상황까지 간다면 한나라당 대표선수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친박과의 연대 가능성

결국 오 시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친박과의 연대다. 아직 친박측에서는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진영 의원만이 거론될 뿐이기 때문에 더욱 오 시장에게는 좋은 파트너가 될 소지가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최근 들어 오 시장이 친박측 인사들과 교류를 넓혀가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친박의원들이 그리 많지 않은 가운데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 시장으로선 관계가 소원해진 한나라당 중도·소장파 의원들과의 관계 개선도 필요한 상태다.

당장 중도성향의 나경원 의원과 권영세 의원 등도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소장파인 원희룡 의원은 서울시장에 도전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친박의 지지를 얻은 다음 중도·소장파들과 연합해 단일후보로 선출된다면 친이계 후보들과 경선에서 박빙의 승부를 연출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마련된다.

이에 대해 오 시장측은 특정계파와의 연대에 대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시정과 관련돼서 집권여당의 협조를 구하는 자리에 자주 참석한다고 한다. 특히 계파를 막론하고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친이계와의 화해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 시장 측에서 최근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 추진했던 뉴타운 사업에 대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친이계의 이상기류를 잘 알고 있는 오 시장측에서 지지부진 했던 뉴타운 사업을 가속화 해 임기 내에 성과를 거두려는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자칫하면 재선을 향한 꿈이 한낮의 달콤한 낮잠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오 시장측에서 어떤 카드를 들고 재선을 이뤄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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