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회사 태광에 고급정보 제공 의혹
청와대 이메일 파문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용산참사의 여론을 강호순 사건으로 무마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이성호 전 행정관은 파문이 거세지자 사직서를 제출했다. 청와대도 개인이 한 일로 치부하며 일단락 됐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이를 비난하며 윗선의 개입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번 파문의 주인공인 이 전 행정관이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친인척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태광그룹이 이 전 행정관으로부터 많은 정보를 제공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은 이 전 행정관의 아버지 이기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의 외조카다. 이호진 회장의 어머니가 이 부의장의 누나인 것이다.
이 부의장은 지난 2007년 7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을 맡았다.
이 전 행정관은 미국 드렉셀대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태광그룹 케이블 방송 계열사인 강서방송 마케팅 팀장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지난 해 2월 청와대에 입성해 행정관으로 근무하게 된다. 당시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 정무수석 산하 홍보기획비서관실에서 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 전 행정관은 지난 7월 전국을 촛불로 물들이던 미국 쇠고기 문제로 국정 운영에 난항을 겪자 홍보와 인터넷 여론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국민소통비서관실이 신설되면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와 관련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자신의 친인척이 오너로 있는 태광측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보자 A씨는 “태광그룹 측은 이 전 행정관이 청와대에 들어가자 정책을 조율할 사람이 들어가서 잘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태광측은 케이블TV 관련 정책들을 앞질러서 알 수 있었다. 업계쪽에서는 태광측이 어떻게 이런 정책들을 미리 알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전 행정관은 뉴미디어(케이블과 인터넷), 인터넷 포털 여론담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블 방송과 관련된 정보를 태광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파다한 얘기”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행정관 5급이라도 직위가 있기 때문에 방송위나 각 부처 간의 돌아가는 사정을 이 전 행정관이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내부망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접해던 것으로 A씨는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전 행정관의 사직으로 인해 태광측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최고의 정보통이었던 이 전 행정관이 사직하자 향후 업무에 차질이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케이블TV SO협의회장에 선출된 이화동 강서방송 대표이사가 임명된 이유도 이 전 행정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SO협의회 임원들은 이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를 만큼 이 업계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태광측에서 ‘이 대표가 회장이 되어야 우리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해 만장일치로 선출했던 것 같다. 이 대표는 이호진 회장의 작은 아버지다. 이 전 행정관과 친인척으로 얽힌 인물이 새 대표로 선임됐다”고 말했다.
결국 A씨의 주장대로라면 태광이 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전 행정관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태광측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다.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이메일 사건의 이 전 행정관이 누구인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파문의 진원지인 청와대는 이 전 행정관이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일단락 됐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
지난 19일 일주일 만에 브리핑을 한 이동관 대변인은 “행정관이 사표를 냈으니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며 “지휘책임을 물을 만한 사안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 현 부대변인은 “편리한 계산법이다. 문제를 일으킨 측에서 끝내자고 하면 끝인가”라며 반문했다.
김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청와대가 처음엔 발뺌을 하더니 이제 사직서를 제출했으니 끝내자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처사”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청와대, “사직서 제출 후 일단락”
참여연대도 최근 성명을 통해 “청와대의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모르쇠’ 대응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는 “연쇄살인사건을 활용해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여론을 돌리라는 여론조작 의혹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는 행정관의 사표를 받고 꼬리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 ‘청와대 홍보지침 이메일’ 사건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 해명을 촉구하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각종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이메일 파문은 당분간 정계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측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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