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권력지형 ‘주이야박(晝李夜朴)’

‘주이야박(晝李夜朴)’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이해 지지부진했던 친이 진영이 다시 결집하고 있다. 친이 직계로 꼽히는 안국포럼 인사들뿐만 아니라 정두언, 이상득 의원 등 젊은 소장파와 원로파 역시 손을 맞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재오 3월 귀국설이 가시화되면서 친이, 친박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친이 진영은 대동단결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반면 친박근혜 진영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차기 대선 주자로 유력한 박 전 대표는 핵심 측근들 사이에 잡음이 흘러나오면서 친박 진영의 ‘권력지형’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박 전 대표 측근으로 분류된 김무성, 이정현, 구상찬 의원 등이 활동이 위축되고 박 전 대표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친이재오 그룹으로 알려진 ‘함께 내일로’의 저녁 모임에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정몽준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범 친이 진영이 다 모인 셈이다.
젊은 소장파 대표격인 정두언 의원은 이전 6일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6월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 정다사로 정무비서관 3인방을 ‘권력사유화’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대통령과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후 8개월 만에 대통령과 만났다.
정 의원은 이어 9일에는 중국 베이징을 방문 이재오 전 의원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이 전 의원이 국내 귀국 후 향후 행보관련 대통령의 ‘밀지’를 전해줬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은 초기 부진을 씻고 이 대통령의 대선캠프였던 ‘안국포럼’ 멤버를 비롯해 친이 의원들과 접촉하면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이 전 의원도 자신의 귀국과 동시에 불게 될 바람을 사전에 잠재우고, 당내 분란을 제거하기 위해 ‘귀국 후 당분간 정치는 안할 생각’, ‘4월 재보선 출마 안 한다’고 말했다.
MB 집권2기를 맞아 '권력 3인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이상득, 이재오, 정두언 등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며 친이 세력이 집결하는 반면, 친박 진영에 자중지란이 일어나는 모습이다.
이재오 귀국에, 친이 ‘화합’‘단결’연출 분주
최근 친박 진영에는 ‘주이야박(晝李夜朴)’을 지향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는 소문이다. 낮에는 권력을 지향하며 친이 진영을, 밤에는 친박 진영을 오가는 인사들이 있다는 것.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 인사들은 ‘엇박자’가 연일 계속되면서 ‘친박 진영이 와해되는 게 아니냐’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첫 번째 신호는 ‘박근혜 남자’라고 불리는 김무성 의원과 불협화음이다. 김 의원은 평소 친박 연대를 비롯해 친박 인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친목을 도모해 왔다. 부산 사나이로서 친화력 역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박 전 대표의 대리인으로서 범 친박 연대 모임을 추진했다. 지금 당장은 박 전 대표에게 부담스럽겠지만 향후 4월 재보선, 조기 전당대회, 내년 지방선거 등 굵직굵직한 정치 일정에 친박 인사들의 단결은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김 의원의 움직임에 박 전 대표가 제동을 걸었다. “지금은 그런 모임을 할 때가 아니다”, “개인 의견이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에 김 의원은 “박 전 대표는 그렇게 말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의원 측의 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이 두 사람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보도한 것은 사실무근이다. 일부 정치세력들이 박 전 대표와 김 의원 관계를 시기해서 만든 날조된 소문이다. 박 전 대표와 김 의원 간에 관계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친박 진영의 한 인사도 “김 의원을 대체 할 친박 인사가 아직 없다”면서 “잠시 서먹해질 수는 있지만 김 의원과 박 전 대표의 관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대안 부재론으로 말했다.
박 전 대표로서 차기 대권을 위해서 김 의원이 필요하다는 것. 굳이 김 의원을 내칠 시기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벌써 4선의 김 의원이다”면서 “부산에서 일정한 지분이 가지고 있고, 이회창 총재 비서실장출신에 YS맨인 김 의원을 벌써 팽시킬 이유가 없다”고 활용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박 의원의 ‘거리두기’는 김 의원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박 전 대표의 전 공보특보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언론에 박 전 표의 ‘속내’를 전해준 인물인 호남출신의 이정현 의원과도 거리가 소원해졌다는 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22번으로 간신히 당선된 인사다. 비례대표 당선권 범위안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이 김무성 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김무성-친박연대, 이정현-전국조직 박은 ‘올킬’(All Kill)
특히 이 의원은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전 대표의 ‘복심’이자 ‘입’으로 지면을 통해 각종 현안관련 박 전 대표의 의중을 대변해왔다. 그러나 최근 웬일인지 이 의원의 정치적 행보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언론사와 인터뷰 뿐만아니라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서 현안에 대해 주장을 펼치던 그의 모습은 최근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 친박 진영의 핵심 참모는 “이 의원이 배지를 달기 전에는 특정 현안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속내를 언론에 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전화를 받거나 만나서 듣지는 못하고 박 전 대표의 수행실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받았다”면서 “박 전 대표 자택에 제대로 들어가지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회고했다. 당초 박 전 대표와 이 의원이 관계는 그렇게 돈독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회의원 배지를 단 2008년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대변인’으로서 열심히 활동했다. 언론사의 인터뷰도 쏟아졌고 박 전 대표를 대신한 ‘워딩’도 언론매체에 자주 인용됐다. 그러나 2009년도 들어와서 이 의원은 2008년 활동에 비하면 잠잠하다 못해 쥐 죽은 듯이 지내고 있다. 이 의원실에서는 “요즘 일 중독증에 빠져 있다”면서 “일하느라고 현안에 대해 챙기질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친박 인사의 해석은 달랐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인사는 “이 의원이 박 전 대표를 찾아가 향후 대선을 위해 호남을 중심으로 한 전국조직을 결성하자는 제안을 했다”면서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김 의원이 ‘범친박 연대’를 제안할 시점을 전후로 이 의원 역시 같은 맥락의 ‘친박 전국조직’을 제안했다는 점은 우연찮아 보인다. 특히나 지난 공천을 보면 이 의원은 김 의원에게 ‘빚’을 지고 있는 처지였다. 어쨌든 이로 인해 박 전 대표와 이 의원 역시 관계가 서먹서먹해졌다는 전언이다.
친이 진영의 결집에 맞서 친박 진영의 세 결집은 상대적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시기상조론’으로 제동을 걸고 있다. 집권 2년차인 이명박 정권에게 아직은 반기를 들때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무성, 이정현 의원 등 ‘박의 남자’, ‘박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두 인사가 멀어진 사이 새로운 ‘입’을 자청했다가 박 전 대표로부터 ‘혼’이 난 헤프닝도 있었다. 중국통으로 박 전 대표가 중국을 방문할 때 마다 동행했던 친박 인사 구상찬 의원이 주인공으로 전해지고 있다.
설날 박근혜 전 대표에 혼난 친박 인사
지난 구정전에 ‘용산 참사’가 터졌다. 경찰을 포함한 6명의 인사가 운명을 달리했다. 설전에 터진 ‘용산 참사’는 야당은 대여 공격의 빌미가 됐고 여당은 전전긍긍했다.
언론사들은 그러나 민주당보다 ‘여당속의 야당’ 역할을 자임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입에 쏠렸다. 이때 모 통신사발로 ‘측근’의 입을 통해 박 전 대표가 “왜 그렇게 빨리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 “왜 그렇게 기다리지 못했는지 잘 모르겠다”, “순식간에 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될 수 있느냐”, “이렇게 돼서 어떻게 하느냐. 정말 걱정” 등 박 전 대표가 진노한 것처럼 언론에 노출됐다.
이후 여타 언론사들은 통신발 박 전 대표의 말을 그대로 게제했다. 그러나 뒤늦게 박 전 대표가 이 사실을 알고 다른 측근을 통해 ‘직접 그런 언급을 하신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언론 보도는 이미 나갔고 여권은 박 전 대표의 ‘일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문제는 이후 설날에 벌어졌다. 당시 ‘측근’으로서 지목된 구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새해 인사’를 하러 왔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다 물리치고 구 의원을 혼자 방안으로 불렀다. 물론 두 인사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엄청 혼이 났다’는 후문이 나돌았다. 이후 구 의원 역시 당분간 박 전 대표의 ‘입’을 자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처럼 박 전 대표와 오랫동안 함께 했던 인사들이 서먹서먹해지면서 대체할 새로운 인사들이 누구냐는 의구심이 친박 진영으로부터 퍼졌다.
김 의원을 대신해 친박 유일한 최고위원인 허태열 최고위원이 꼽혔다. 그러나 리더십과 중량감에서 다소 떨어진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6선의 홍사덕 의원도 거론됐다.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홍 의원이 친이와 맞서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러나 이정현, 구상찬 의원을 대신할 의원급 친박 인사들은 많이 있다. 김재원 전 의원을 비롯해 유정복 등 순종형 의원들은 많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진영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친이VS친박 경주 4월 재보궐 정종복 ‘해볼만한데…’
백상승 경주 시장 ‘정 후보’ 지지, 약발은?
경북 경주의 경우 지난 4월 총선때 금품 살포와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당한 무소속 김일윤 전 의원의 지역구다. 특히 지난 친이계 핵심인 정종복 전 의원의 지역구를 박풍을 통해 낙선시킴으로써 박근혜 전 대표의 위력을 보여준 지역구다.
이번 4월 재보궐선거에도 정 의원이 한나라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고 친박 진영에서는 무소속으로 경선 캠프 당시 안보 특보를 맡았던 정수성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예비후보자는 15명에 달하지만 막판 대결은 한나라당 정 후보와 무소속 정 후보의 양자 대결이 될 공산이 높다. 특히 친박 진영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바탕으로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이미 정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다녀가면서 ‘의중’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친이 진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빌미로 백상승 경주 시장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백 시장은 고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시 공무원, 정무부시장을 통해 2002년부터 재선을 해온 인물이다. 경주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진데다 조직력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관련 친박 진영의 한 TK 인사는 “백 시장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정종복 후보가 자질론에서나 인기가 없어 친박 후보인 정 후보가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고 낙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철>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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