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공공기관 국감 A/S- 한국환경공단 편]
[2020 공공기관 국감 A/S- 한국환경공단 편]
  • 정두현 기자
  • 입력 2021-04-02 18:39
  • 승인 2021.04.02 19:03
  • 호수 1405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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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급속충전’ 인프라 확충 시급, '충전 지옥' 지적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주민센터에 위치한 한 전기차 충전소로, 스타퍼나 전기배관 커버, 전기차 충전소 알림 표기 등 기본 설비도 없이 운영되고 있다. [정두현 기자]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주민센터에 위치한 한 전기차 충전소로, 스타퍼나 전기배관 커버, 전기차 충전소 알림 표기 등 기본 설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로 운영되고 있다. [정두현 기자]

충전 표기‧스토퍼 등 필수시설 없이 부실시공…관리 당국 방치도 심각  
환경공단, “인프라 확충 계획 구상 중…부실 시공 사례도 조속히 개선”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환경공단의 전기차 충전소 부실 관리와 저조한 충전소 이용 실태가 지적됐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급속충전기 충전이력정보’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와 환경공단이 설치, 운영 중인 공공급속충전기는 전국에 총 2896개로 그중 일평균 충전 횟수가 1회에도 미치지 못하는 충전기가 무려 40.1%에 해당하는 116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급속충전기 인프라 부족 및 분배 실패도 문제시됐다. 이와 함께 당시 국감에선 장철민 의원이 환경공단이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전기차 충전소의 부실 시공 사례를 들어 담당 공기관의 관리업무 소홀을 질책했다. 전국에 깔린 전기차 충전소의 부실관리, 저조한 이용실적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는 총 13만5000대(누적)로 우리나라도 ‘전기차 10만 대’ 시대를 맞았음에도 충전 인프라의 부실관리 등으로 아직도 전성기는 요원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본지가 지난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올랐던 공공급속충전기 관리 실태 등을 추적해 봤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1일 충전량이 1kWh에 못 미치는 충전기가 55기로 그중 충전 이력이 전혀 없는 충전기가 무려 17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 10만 대 시대를 맞았지만 여전히 급속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과 특정 충전소들의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아울러 관리 당국의 부실시공 방치 사례도 전기차 보급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의 충전소 일선 관리 업무 태만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급속충전기 40% ‘충전 실적 부진’…지역 분배 실패로 ‘충전 지옥’ 지적도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일환으로 수소차,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통한 ‘자동차 탄소중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막상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의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사용자들과 관련 업계에선 일반 충전기가 아닌 급속충전기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지난달 31일 서울 자동차회관에서 자동차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관 소통창구인 ‘자동차 탄소중립협의회’를 출범, 자동차 산업의 탄소중립 전략 및 과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 측은 오는 2025년까지 총 50만 개의 전기차 충전기를 전국에 보급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막상 전기차 이용자들은 실정에 무감각한 정부 대책이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기차를 이용하고 있는 서울 마포구의 37세 직장인 P 씨는 “충전소 갯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급속충전소 보급 확대가 중요하다”면서 “급속충전소는 1시간이면 완충되지만, 일반 아파트에서 완속 충전기로는 무려 8시간이나 걸린다. 현실적으로 일반 충전기로는 완충하기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급속충전기 대부분이 관공서에 몰려 있다 보니 나 같은 일반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은 충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전기차 이용자는 “전기차가 좋은 건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충전에 대한 스트레스로 보조금이 나온다 해도 구매를 망설이는 것”이라며 “전기차와 가솔린차를 모두 사용해 봤지만, 결국 전기차 사용이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충전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급속충전기기의 지역별 적절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전기차 이용자들의 불편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사장 장준영)에 따르면 환경부와 환경공단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공급속충전기는 지난해 기준 전국 2896개로 경북 지역과 경기도에 각 345(11.9%)기로 가장 많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체 인구의 18.8% 이상을 차지하는 서울시의 경우 총 193기의 충전기가 보급됐는데, 국내에 보급된 전체 충전기의 6.7%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인구 대비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 강원도는 288기(9.9%)가 설치돼 있어 인구 비율(2.97%)과 비교해 월등히 많은 충전소를 보유했다. 전기차 보급이 가장 활성화된 제주도는 총 205기(7.1%)가 보급된 실정이다. 이렇듯 지역별 충전소 보급 대수를 대조해 보면 지역간 충전소 보급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강원도와 같이 인구 대비 충전소가 많은 지역은 자연스레 충전 실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 

충전기 ‘안전관리 부실’ 여전히 도마 위

국가 예산으로 충전된 공용 전기차충전기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부실 시공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 결과 충전기와 주차면 간 거리가 5m 이상 떨어져 있거나, 단순 공사‧설치 규정을 위반한 수준을 넘어 충전기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곳에 설치된 경우도 있었다. 본지 기자가 서울시와 경기도 일대에 환경부가 구축한 전기차 공용 충전소 10여 곳을 방문한 결과 2곳은 정격 충전기 설치 기준에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한 충전소는 충전 알림 표지뿐만 아니라 스토퍼(차량 밀림 방지 장치)조차 없었다. 게다가 눈이나 비 등의 악천후를 대비해 전기배선 등을 보호하는 커버조차 없어 이용자들의 감전사고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 일산의 한 공용 충전소도 본지 취재 결과 ‘공용 충전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용 여건이 열악했다. 이곳 충전소의 경우 자동차 주차면이 아닌 주차장 통로에 스토퍼‧볼라드(이동식주차금지봉)가 설치돼 있었으며, 충전‧주차 표기조차 돼 있지 않았다.

애초에 충전소를 정격 시공하지 않은 시공사 문제가 근본적 원인이지만, 이를 제대로 모니터링하지 않고 방치한 관리 당국의 업무 태만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전기차 업계 일각에선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투입된 정부 예산이 충전사업자 및 시공사들의 배만 불렸다는 빈판이 나온다.

이렇듯 부실 시공 사례가 방치되는 가운데 관리 당국의 개선 노력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전기차 사용자들의 불편 사례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충전기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환경공단 측 관계자는 “일반 충전소를 비롯해 급속충전기 보급 활성화에 최근 치중하다 보니 일부 관리 사각지대가 있었다”며 “자체적으로 현장 실무 조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부실시공 사례에 대해선 시공사의 책임을 묻고 시설을 개선토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급속충전기기 보급 확충 필요성에 대해선 “현재 환경부, 산업부와 급속충전기 보급 확대를 위한 세부 계획 수립 중에 있다”며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인구 대비 충전소가 부족한 지역들을 선별해 우선적으로 인프라를 확충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두현 기자 jdh2084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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