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그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생존 장병은 총 58명 중 12명에 불과해 약 20%에 머물러 있습니다. 약 1년에 1명만이 국가유공자 자격을 얻어왔던 겁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의 생존 장병들은 군 복무 중 얻은 신체·정신적 피해를 입은 ‘전상군경’의 대상이 됩니다. ‘전상군경’의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가보훈처장이 실시하는 심사절차 3단계를 거쳐 상이등급 1급(6급 2항) 또는 7급을 판정받아야 합니다.
이 조건들을 충족시키려면 정신장애로 일반인 노동력의 1/3 이상 상실 또는 정신장애로 1년 이상 약물치료 후 일반인 노동력의 1/4 이상 상실한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즉, 정신과 등 진료 기록과 약물 처방 기록이 1년 이상 확보하는 것이 필수 요건입니다.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2018 천안함 생존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천안함 생존 장병 23명 중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발생률은 21명으로 91.3%입니다. 생존 장병들 대다수가 국가유공자 자격을 갖췄는데도 인정받지 못한 것입니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에 따르면, 당시 군에서 군 복무 중의 상해로 국가유공자 자격이 주어지는 것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진료를 위해 부대에서 따로 시간을 주지도 않았고, 동료들이 혼자 참아내거나 관심병사로 분류될 걱정에 말도 꺼내기 쉽지 않은 분위기도 만연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일요서울TV 취재진은 지난달 29일, 천안함 생존 장병인 강대훈 예비역 하사를 만나 대전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대전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강대훈 예비역 하사) 심리 평가 보고서는 이제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후유증에 대한 병원 진료 결과고요. 의무기록 사본 증명서는 민간 병원에서 정신과 기록들이에요. 같은 거고.
그 밖에는 뭐 보훈처에서 필요로 하는 것, 혼인관계증명서라든가 등본 그런 것들, 서류 전부 다. 그 외에는 이제 가서 신청하면서 작성을 해야 할 것들이, 서류들이. 네. 이상입니다.
강대훈 하사는 사전 자료가 담긴 서류 봉투를 들고 보훈청에 들어갔습니다. 이어 현장에서 기타 서류를 추가로 작성해 접수대에 제출했습니다.
(보훈처 행정공무원과 강대훈 예비역 하사의 대화) (보통 심사 기간이 얼마정도 걸릴까요?) 보통 군대에다가 자료 요청을 해요. 그게 길면 2~3달, 보훈처로 자료가 넘어오는 기간이.
그리고 그게 넘어와서 보훈처에서 심사 진행되고 심사 기간이 짧으면 3~4개월인데, 길면 8개월까지도 걸려요. 심사만. (심사만요?) 네. 심사만.
(심사 후에는 또 신체검사도?) 신체검사는 별도로. 신체검사는 나중에 또 요건이 인정되면 나중에 문서로 안내가 나갈 거에요. 천안에서. 이거는 뭐 의료지원 안내고. 아까 드린 거에 다 적혀 있거든요? 그거까지 하면은 오래 걸리면 1년까지도 걸릴 수도 있어요.
근데 이제 만약에 (국가유공자 등록) 되시면, 등록 신청한 날부터 소급 돼서 다 이제 보상 나가니까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되고요. (신청한 날로부터요?) 네. (종합하면 한 1년 정도 소요가 된다?) 네. 넉넉 잡아서.
궁금한 게 많은 강대훈 하사의 질문에도 어딘가 무미건조한 보훈처 공무원의 대답. 해당 공무원은 국가유공자 신청이 많은 것 같은 태도를 보였지만, 이렇게 신청하러 오기까지도 쉽지 않습니다.
(강대훈 예비역 하사) 거의 11년동안 아무것도 모르다가 최근에 알게 돼서 신청을 해서 마음이 좀 홀가분한 게 있고요. 1년 정도 기다려보면서 어쨌든 기다려야 결과가 나오니까요. 결과 나올 때까지 담담하게 있어보려고 합니다.
보훈 대상자로 되는 게 국가로부터 인정을 받는 건데, 쉽지는 않은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 더 준비를 많이 했고요. 준비한 만큼 결과를 기다려보는 거죠.
아무래도 병원을 꾸준히 다녀야 되는데, 사회에 나와서 시간 내는 것도 사실 녹록치가 않고, 무엇보다 차라리 군에 있을 때부터 군병원을 다녔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남고요. (왜요?) 그 당시 이제 군대에서 어느 누구도 저한테 '너희가 전투 중에 부상을 당했다'라는 걸 인지시켜주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가 몰라가지고 어찌보면 병원 진료를 못 받은 거잖아요. 그런 부분이 좀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이제사 사회 나와서 병원을 다니게 됐는데. 사회에서는 아무래도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병원에 간다, 내가 이런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병원을 다녀야 한다'고 어필하는 게 사실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없는 시간 짜내서 다니곤 했고요. 그런 부분들이 힘들었습니다.
매해 같은 지적사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군 당국과 보훈처의 국가유공자 등록 과정 전반의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2021.04.02 일요서울TV 신수정 기자, 김혜진 기자
신수정 기자 newcrystal@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