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이상우의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5] - '누가 김종서를 죽였나' 3편 중 2회
[연재-이상우의 추리퀴즈-당신의 추리력은? 5] - '누가 김종서를 죽였나' 3편 중 2회
  • 온라인뉴스팀
  • 입력 2021-04-02 16:43
  • 승인 2021.04.02 16:46
  • 호수 1405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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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선 설나희의 주변부터 살펴보았다. 박상구와 설나희는 직장의 동료였다. 테헤란로에 있는 벤처 기업 중의 하나인 경매 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 박상구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15%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돈을 낸 것은 아니고 그의 기술을 투자로 인정해 준 상태였다. 설 나희는 그 회사의 해외 투자 유치 담당이었다. 올해 갓 서른 살인 총각 조조길이 사장이었고 전무란 명함을 가진 김수 역시는 34세의 노총각이었다. 이 4명이 회사를 끌고 나가는 중요 멤버였다. 여기서 또 4라는 숫자를 발견하고 나는 희열을 느꼈다.

이 회사는 모두 44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대부분 설나희 또래의 여자와 박상구 또래의 남자 직원이었다.

설나희는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섹시하다고 할 정도로 괜찮은 데다가 일어·영어를 능통하게 하는,모든 것을 갖춘 여자였다. 성격도 활달해서 아무하고도 잘 어울렸다. 사내에 있는 많은 남자들의 함락 표적이 되었으나 아무도 성공하지 못하고 박상구가 차지하고 말았다. 그녀는 업무의 성격상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녔는데, 박상구와 짝이 되어 단 한 번 미국 출장을 다녀와서는 그와 결혼에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동료들은 말한다.

“특히 설나희에게 관심을 보인 사원들은 누구였습니까”
내가 추 경감에게 물었다.
“사장인 조조길⋯ 제길헐 이름도 드럽다. 그 조조길하고 김수 전무였지 뭐”
조조길과 김수는 모두 미혼이었다. 

나는 연줄 연줄을 통해 그 벤처 회사 창업 때부터 일한 설나희 친구 H양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전 사립 탐정 연구소의 추 탐정이라고 합니다.”
“호호호⋯ 웃어서 미안해요. 전 추어탕이라고 하는 줄 알았어요”

“허허허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나는 시계 판처럼 완벽하게 동그랗고 코가 납작한 그녀와 마주 앉자마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면서 인사를 했다.
“사립 탐정이라고 하셨죠? 우리나라에도 그런 직업이 있나요? 호호호⋯ 아이 미안해요”

그녀가 나를 더 우스운 사람으로 보았다.
“바쁘실 텐데 몇 가지만 묻겠습니다. 죽은 설나희씨와 가깝게 지냈다고 들었는데⋯ ”

“뭐 가깝다기보다는 걔가 날 좀 따랐죠.”
“어쨌든 설나희 씨에 대해선 회사 내에서 젤 잘 아시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설나희 씨가 시집가기 전에 사귀던 남자 사원이 많다고 들었는데요.”
“걔가 원래 좀 그런 편이에요. 죽은 사람 나쁘게 평해서는 안 되지만 탐정이시라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뭐 걔 뭘 보고 남자들이 따르겠어요. 저나 나나 인물이 있습니까 성격이 좋습니까⋯”

그러나 내가 보기엔 설나희가 백 배는 나은 인물로 보였다.
“걔가 남자들을 끌어 들였죠. 증말 이런 말해선 안 되지만 탐정이시라니까⋯ 특히 결혼한 박상구 실장은 나희가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근대 어떻게 박상구 실장과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박 실장보다는 김수 전무를 더 좋아했었죠. 말이 없고 무뚝뚝하지만 실은 사려 깊고 인정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리고 사람이 좀 가볍긴 하지만 재치 있고 싹싹한 조조길 사장도 나희가 좋아했었죠.”
“좋아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를 말하시는 겁니까?”

“이 아저씨 이상한 질문도 다 하시네. 좋아하는 게 좋아하는 거죠. 내가 당사자가 아닌데 러브호텔에 같이 갔는지 안 갔는지 어떻게 알아요. 요즘 뭐 이 남자 저 남자하고 갈 데 안 갈 데 다니는 여자가 한둘이에요?”

수다스런 H는 할 소리 안 할 소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수다쟁이였다.
“근데 어떻게 별로 안 좋아하는 박 실장과 결혼을 했나요?”
“호호호⋯ 그 속을 제가 어떻게 압니까. 큰 유혹 거리가 있었거나 아니면 협박 당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도 모르죠.”

그녀는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았다.
“설나희는 왜 죽었다고 생각합니까?”

“글쎄요 그걸 알면 제가 탐정 하게요. 하지만 세 남자를 잘 살펴보세요. 삼각 관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각 관계란 것도 있잖아요?”
그녀는 묘한 말을 남기고는 일어섰다.

[작가소개]

이상우; 추리소설과 역사 소설을 50여 년간 써 온 작가다. 60여 년간 일간신문 기자, 편집국장, 회장 등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를 날카롭고 비판적인 필치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1983년 한국추리작가협회를 창설하고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다.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그의 소설은 4백여 편에 이른다. 한국추리문학 대상, 한글발전 공로로 대한민국 문화 포장 등 수상.

50판 까지 출판한 초베스트셀러 <악녀 두 번 살다>를 비롯, <신의 불꽃>, <여섯 번째 사고(史庫)> <역사에 없는 나라>, <세종대왕 이도 전3권> <정조대왕 이산>, <해동 육룡이 나르샤>, <추리소설 잘 쓰는 공식> 등이 있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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