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정 고운 정’도 안남은 親이·親박 전쟁

여권은 2월 초입부터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상춘재’오찬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만남은 아무 성과 없이 서로간의 미묘한 감정(?)만 확인하고 끝났다. 이날 이·박의 만남 이후 친이, 친박간 갈등은 수면위로 부상했다. 한동안 목소리를 낮췄던 한나라당내 친박 진영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친박계의 김무성 의원이 선봉에 나서 연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친이계의 잘못된 일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며 친이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여권내 갈등을 알아본다.
여권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친이, 친박 간의 갈등은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으로 파란이 예고된다. 여기에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도 슬슬 몸을 풀고 있으며, 원외 대표를 벗어나기 위한 박희태 대표도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입성을 꿈꾸고 있다. 오는 4월에 치러지는 재보선 결과는 당내 갈등의 정점을 이룰 것으로 보이며, 정계 개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여권이 안고 있는 현안은 집권 1년이 다 되도록 친이, 친박 간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권의 단합을 과시하려던 2일 청와대와 여권중진의 오찬회동이 오히려 한나라당의 현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이날 오찬 회동 이후 친박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목소리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 임기 1년 동안 정권이 잘 되기를 바라며 조용히 협조했다. 이제 다르다. 이를 고맙게 생각하지 않고 비판을 가해왔다”면서 친이계를 향한 반감을 나타냈다. 이후 친박계의 계파모임이 구체화될 조짐이다.
아직 모임 이름이나 성격 등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와 정권출범 1주년을 넘긴 다음 본격적인 준비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친박계의 세력화가 속도를 낼 경우 친이계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친이계 공성진 최고위원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냉소적이며 방관자적인 자세로 있거나 반대만 하면서 순간적인 인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잘못 된 일”이라며 박 전 대표를 향해 대놓고 비판했다. 친이와 친박 간의 갈등은 갈수록 꼬여만 간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급히 중재에 나섰지만 계파간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특히 내달 이재오 전 의원이 귀국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면서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4월 재ㆍ보선 공천 문제, 그리고 2월 국회 이후 제기될 지도부 개편 등이 갈등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친이 친박간의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이 귀국할 시점을 앞두고 또 다시 당내 계파 갈등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사람은 박 전 대표 뿐이다. 박 전 대표 의중이 관건이다. 그가 묵인한다면 친박계의 세력화가 본격화하는 셈이고, 만류한다면 당분간 계파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합보다는 대결에 익숙한 정치권의 관성을 감안할 때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른 여권 내 역학 변화에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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