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PicK] ‘역사 왜곡’ 논란의 ‘조선구마사’ 폐지, 한국 드라마에 중국 코인은 없었다
[이슈 PicK] ‘역사 왜곡’ 논란의 ‘조선구마사’ 폐지, 한국 드라마에 중국 코인은 없었다
  • 신수정 기자
  • 입력 2021-03-26 19:22
  • 승인 2021.03.29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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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에서 중국풍 소품과 세트, 의상 등을 사용하고 태종과 충녕대군 등 실존 인물을 부정적으로 묘사해 중국 동북공정·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영 2회만에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22일 첫 방영 날로부터 구설수에 오르내리자 지난 24일 드라마 제작사인 YG스튜디오플렉스·크레이브웍스·롯데컬쳐웍스에서는 “예민한 시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에 사과드린다”며 문제 되는 부분을 모두 삭제해 재방영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계속되는 논란과 비난 여론에 SBS에서도 26일 공식입장을 내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SBS는 이미 드라마 방영권료 대부분을 선지급한 상황이었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인데요. 이번 방영 취소 결정으로 협찬, 광고대행사 등도 제작사와 큰 경제적 손실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태종과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이 백성을 지키기 위해 악령에 맞서 벌이는 혈투를 그린 한국형 엑소시즘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한 시민은 일요서울TV에 “중국이 온라인에서 한복과 김치를 자기들 것이라 주장하고, K팝의 공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태도를 보이던 차에 대표적인 국내 방송사에서 우리 역사에 중국 문화를 덮어씌우는 행태를 보이니 참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K팝과 K드라마, 영화로 세계로 뻗어 나가는 ‘문화 외교’의 위상을 잘 알고 있던 우리 국민들은 이번처럼 중국의 문화가 뒤섞이는 것을 ‘문화 탈취’의 개념으로 바라본 데서 사태의 엄중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중국이 진행하는 문화 ‘동북공정’에 힘을 실어줄 여지로 사용되기 충분하다는 지적입니다. 

동북공정으로 국내 ‘반중 정서’에 불씨가 커가던 상황이었는데요. 삼성전자 등 주요 광고주들 사이에서도 광고 철회 움직임까지 일었습니다. 

한편, 음식평론가 황교익은 이번 조선구마사 사태를 두고 “판타지면 판타지로 보고 말지 뭔 역사 타령인가”라고 말했습니다. 황교익은 한마디로 “과도한 국수주의 혹은 민족주의 ‘국뽕’들이 난리가 났다”고 표현했습니다. 

폐지에도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제작에 참여한 박계옥 작가는 조선족 의혹을 받았습니다. 또한 신경수 연출가도 박계옥 작가와 함께 전작에서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박계옥 작가의 전작은 tvN ‘철인황후’, 신경수 감독의 전작은 SBS ‘녹두꽃’인데요. 각각 조선왕조실록의 역사 유산을 폄하하는 대사를 사용하고, 인물과 관련된 성씨, 고향 등을 허위로 방송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근래 ‘해를 품은 달’을 시작으로 ‘달의 연인’, ‘구르미 그린 달빛’, ‘킹덤’ 등 퓨전 사극 장르의 소비가 상승하며 자연스레 시청자들은 ‘역사 왜곡’에 대한 기준을 들이밀기 시작했습니다. 

동북공정으로 문화 침해·탈취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역사 왜곡’에 대한 기준도 강도가 높아졌는데요. 비단 반중 정서 때문만이 아니라 앞서 일본과 관련된 역사 왜곡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조선구마사’의 사례를 계기로 우리 대중문화 속 역사 왜곡을 주의하며 제작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길 기대합니다. 

2021.03.26 일요서울TV 신수정 기자

신수정 기자 newcrysta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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