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스무살 된 ‘여가부’ 긴급진단①] 이젠 여성들도 등 돌렸다···왜?
[집중취재-스무살 된 ‘여가부’ 긴급진단①] 이젠 여성들도 등 돌렸다···왜?
  • 조택영 기자
  • 입력 2021-03-26 17:34
  • 승인 2021.03.26 19:24
  • 호수 1404
  • 2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늑장 대응 비판↑···장관들 논란도 화 키워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스무 살이 됐다. 축하받을 일이지만 여가부가 웃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여가부 폐지’ 목소리가 20년째 맴돌고 있기 때문. 그간 여가부의 우군으로 인식됐던 여성에게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연 무엇을 잘못하고 있기에 비난이 끊이지 않고, 여성들도 등을 돌린 것일까.

여가부 폐지청와대 청원 빗발···국민들 시선 차갑다

성인 10명 중 7여가부, 잘못 운영하고 있다

“여가부 해체하라”, “여가부가 왜 정부부처인가”, “해체만이 답이다”, “여자도 여가부가 필요없다”

온라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가부 비난 글이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도 여가부 폐지와 관련한 청원이 속출하고 있다. 총 1500건이 넘는 실정이다.

여가부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미투 운동 등이 발생하면서 여가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정작 여가부가 제대로 기회를 살리지 못할뿐더러, 구제해야 할 피해자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는 등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면서 폐지론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폐지 후 타 부처로 편입” 44.2%

올해 여가부는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국민적인 시선은 달갑지 않다.

지난 2017년 5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TV 토론회에서 여가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정치인이 여성가족부 장관이 된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일이다. 여성 정책을 총괄하는 여가부는 꼭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문 대통령의 호기로운 발언과는 달리 현 정부 들어 위안부 피해자, 권력형 성폭력 문제 등에서 여가부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직접적으로 현안을 해결해야 할 정부 부처가 ‘방관자’적 입장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가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12월22일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실이 여론조사기관 더 리서치에 의뢰, 전국 성인남녀 9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가부가 ‘매우 잘못 운영하고 있다’는 응답이 45.6%, ‘잘못 운영하고 있다’는 응답이 26.7%로 집계됐다. 성인 10명 중 7명은 여가부가 잘못 운영되고 있다고 답한 셈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여성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남성보다 높았다는 점이다. 남성은 71.4%, 여성은 74.3%로 더 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그간 여가부 폐지론이 역차별을 주장하는 남성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여가부의 우군으로 인식됐던 여성에게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여가부의 행보에 대한 여성들의 실망감이 더 큰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향후 여가부가 정부 부처로서 어떻게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44.2%가 ‘폐지 후 타 부처로 편입’을 선택했다.

김 의원은 “다수의 국민이 여가부의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보호 등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평가해 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처 존재 이유

스스로 증명해야”

최근 여가부 비판이 거세진 까닭은 정의기억연대나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폄훼 논문 논란에 대응이 느렸고, 위안부 조롱 논란을 일으킨 일본 패션 기업 유니클로에는 가족친화인증을 부여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이 불거지자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여가부가 오히려 늑장 대응을 하거나, 침묵을 유지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화를 키웠다.

해당 사건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해 7월9일, 피해자 측이 첫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사실을 호소한 게 7월13일인데 여가부는 7월14일 오후 5시에야 첫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마저도 피해자를 ‘고소인’으로 표현해 논란이 커졌다.

장관들의 문제도 있었다. 이정옥 전 여가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838억 원의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비용에 대해 성인지 관점에서 피해자에게 미칠 영향’에 관해 묻는 질문에 “국가에 굉장히 큰 새로운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때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이 전 장관을 향해 “그걸 여가부 장관께서 변명이라고, 이 정부를 대변해서 할 대답이냐”고 일침했다. 윤 의원은 박 전 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 등을 두고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냐”고 질문했으나 이 전 장관은 답변을 하지 못했다. 윤 의원이 재차 질의하자 “수사 중 사건의 죄명을 명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답변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후임 장관인 정영애 현 여가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인사청문회에서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에 대해 “피해자로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박 전 시장을 가해자로 지칭하는 것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때는 사법부가 무죄 선고를 내리자 여가부가 “피해자를 끝까지 지지하겠다”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던 장면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여러 문제들로 지난해 7월에는 여가부 폐지 국회 청원에 10만 명 이상이 동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에 회부될 뻔했지만 행정안전위원회가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무마됐다.

여성계와 전문가들은 여가부가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면서도, 역할 재정립을 통해 부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