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열전] ‘정치 9단’의 귀환: 이해찬 대 김종인 ‘훈수 정치’ 승자는
[맞수열전] ‘정치 9단’의 귀환: 이해찬 대 김종인 ‘훈수 정치’ 승자는
  • 정재호 기자
  • 입력 2021-03-26 17:28
  • 승인 2021.03.26 19:17
  • 호수 1404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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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로 등판한 이해찬... 지지층 결집 기대
이해찬 김종인 [뉴시스]
이해찬 김종인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다시 정치권에 등판했다. 이 전 대표가 야권 단일화와 LH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지지율에서 어려움을 겪는 여권을 지원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한편 야권에선 김종인 국민의힘 위원장이 단일화를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성사시키며 재보선을 겨냥해 야권을 지휘하고 있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30년을 넘는 이 전 대표와 김 위원장 둘의 질긴 인연이 다시 시작됐다. 일요서울이 두 정치 원로의 인연과 향후 행보를 알아봤다. 

-오세훈 단일화 승리에 존재감 재확인한 김종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한 유튜브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4월 재보선을 겨냥한 듯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처가가 소유한 서초구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끄집어냈다. 이 대표는 “조순, 고건 적에는 그런 비리가 없었는데 오세훈이 시장 되니까 자기 처가가 가지고 있는 땅을 그린벨트를 풀어서 돈을 받았다. (중략) 그런 특혜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그거를 자기가  떡하니 해 먹고 입 싹 닦았다. 자영업자다. 자영업자”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 전 대표는 “(오 후보는) 시 행정을 하려고 시장이 된 게 아니고 시 이권을 잡으려고 (시장을) 했다. MB가 정권을 잡으려고 한 게 아니고 이권을 잡으려고 한 것 아니냐”라면서 “말하자면 이거(오세훈)는 소매상이고 MB는 재벌이고 그 차이가 있는 거다. 심보는 똑같다”라고 주장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도 제기했다. 이 전 대표는 “해운대에 엘시티라는 건물이 비리투성이라는 건 다 알려진 거 아니냐”며 “공직자라고 하면 공짜로 준다고 해도 그런 데 들어가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아래 위층 두 개나, 어떻게 그게 우연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여당 책임론이 불거진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 사태, LH 땅 투기 의혹은 돌발 변수로 치부했다. 민주당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부산 재보선을 두고 “부산에 대해서 우리도 잘못한 게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예상했나”라고 발언했다. 그는 “이게 없으면 대선까지 아스팔트길을 달리면 되는데 보궐선거 때문에 자갈길로 들어서느냐, 포장길로 가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가 생겨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LH 토지분양권 (문제)까지 생기는 바람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허탈해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발언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노태우 정부 최대 비리 사건으로 기록된 30년 전 ‘수서 비리’를 끄집어낸 뒤 “그때는 서울시가 복마전이라고 했다. (지금 LH 비리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LH는 소매상 (문제)인데 이거(수서 비리)는 거상도 아니고 재벌들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에 밀리는 것에 관해 이 전 대표는 “여론조사가 가진 기술적인 방법으로 장난을 많이 치는데 실제로 작년 총선을 치르면서 해보니까 거의 3분의 2는 장난친 것”이라며 “그러니까 그런 것에 속고 낙담하면 안 된다. 앞으로 선거는 20일이나 남았다”고 자신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사전투표를 하면 안 할 때보다 투표율이 5~7%, 8%까지 높아진다. 그 투표에서는 우리가 압도적으로 이긴다”며 “180석을 얻은 지난 (4·15) 총선 때도 사전 투표 개표하면서 당락이 뒤집어지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민주당의 흔들리는 지지층을 잡기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의힘에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를 진두지휘한 김종인 위원장이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줄곧 단일화 과정에서 여러 비판을 무릅쓰고 국민의힘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주장했다. 그의 주장과 전략이 통하자 야권진영에선 김 위원장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활동을 재개하고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를 성공시키며 오는 4월 재보선에서의 두 노장 승부는 다시 이루어졌다. 

 

- 이해찬·김종인 ‘33년간 계속되는 질긴 인연’

재선의원이었던 김종인 위원장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첫 지역구 도전으로 서울 관악구에 출마했다. 기호1번을 단 김종인 민정당 후보는 27%를 얻었다. 반면 30대 신인 기호3번 이해찬 평화민주당 후보는 31%를 얻어 당선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거물급 정치인을 상대로 준비했는데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평민당 정치인이 당선됐다”고 썼다.

2016년 20대 총선 때에는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마주했다. 김종인 대표가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이끌던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해찬 대표를 공천배제하며 물갈이에 나섰다. 당시 이 대표는 당의 결정에 불복하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했다.

김 위원장은 회고록을 통해 언론이 당시 추진한 개혁공천을 이 대표에 대한 소위 ‘보복’ 성격으로 해석하는 데 대해 “그 사람에 대해 일말의 감정도 없고, 당시 공천에 구체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김 위원장이 다시 이 대표와 대면한 것은 지난해 4월 21대 총선이었다. 당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김 위원장을 삼고초려 끝에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모셨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총선에서 이해찬 대표와 맞붙었다.

총선 후 같은 해 6월 김 위원장이 다시 통합당 비대위원장으로 복귀하면서 177석 거대 여당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를 다시 만나게 됐다. 그리고 이 대표는 같은 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끝으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오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위기에 다시 등판한 것이다. 

 

- 전문가 “4월 재보선 결과 따라 이해찬·김종인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

김종인 위원장과 이해찬 전 대표는 여야 정치권의 중요한 순간마다 구원투수로 나섰다. 오는 4월 재보선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은 야권 단일화와 정권 심판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발언들을 쏟아내며 상대 후보 흠집 내기에 나섰다. 4월 재보선의 결과는 두 정치 원로들의 향후 정치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3일 일요서울과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과 이해찬 전 대표는 정치권에서 원로이자 선거 전략가로 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는 4월 재보선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박영선 민주당 후보의 싸움만이 아닌 두 원로의 향후 정치행보와 자존심을 건 대결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난 25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4월 재보선은 나서지 않겠지만 오는 재보선 결과에 따라 내년 대선에 직접 출마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평론가는 “여권에 친문을 대표할 만한 마땅한 주자가 없고 야권에는 경쟁력 있는 마땅한 후보가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김 위원장과 이 전 대표의 4월 재보선 결과에 따른 이후의 행보가 내년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재호 기자 sunseou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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