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51년만에 모든 직함을 내려놓는다.
정 명예회장은 24일 마지막 남은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1977년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 초대 사장을 맡은 정 명예회장이 현대모비스에서 MK 시대를 마무리한다는 의미도 크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현대차 미등기임원도 내려놨다.
1938년 강원도 통천에서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경복고와 한양대 공업경영과를 졸업 후 1970년 2월 현대차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1974년 현대자동차써비스를 설립하면서 독자경영에 나섰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유례없는 단기간에 세계 5위 자동차 업체로 성장시킨 창의와 혁신의 리더십과 경영철학은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MBA 필수 강의주제로 채택할 만큼 경영학의 교범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정몽구 회장을 ‘세계 100대 최고 경영자’에 선정하기도 했다.
2000년 3월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다툼을 벌였다. 이를 계기로 정몽구는 같은 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현대자동차 등 10개사를 이끌고 현대그룹으로부터 독립했다.
이후 철강 당진공장 인수, 현대제철 출범, 일관제철소 준공, 현대건설 인수 등을 통해 자동차, 철강, 건설이라는 세 축을 뚜렷이 만들어 현대자동차그룹의 틀을 구축했다.
2020년 10월 14일부로 현대자동차그룹의 회장직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은퇴하며 명예회장으로 남았었다.
향후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기업의 실질적인 총수자리에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오는 5월 공정위가 현대차그룹의 총수로 정의선 회장을 지정하면 ‘세대교체’ 작업이 마무리된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이날 주총에서 김대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강진아 서울대 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강 교수는 현대모비스의 첫 여성 사외이사다.
조성환 사장은 사내이사 선임 뒤 인사말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중심의 기술 전문기업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해 나갈 것”이라며 “지속 성장을 위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더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