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최고 지도자가 갖춰야 할 최고 덕목 중 하나는 정책 실패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자책하는 책임의식 구현이다. 최고 지도자가 자신의 실정에 대해 반성 없이 “남 탓”만 한다면 지난날의 실정을 되풀이하고 파멸을 자초할 수 있다.
서양 속담에 “실패를 무시하면 파멸을 초대한다”는 경고도 있다. 아쉽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실책에 대해 반성하는 대신 ‘남 탓’으로 돌려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자아낸다.
문 대통령의 남 탓은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개발 예정지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서도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여러 분야에서 적폐 청산을 이뤄 왔으나 부동산 적폐 청산까지는 엄두를 못했다”며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부정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로서 전 정권의 유산으로 책임을 전가시킨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라고 못 박았다. 문 대통령은 자기 ‘정부의 적폐’에 대해 반성보다는 전 정권의 ‘적폐’로 떠넘겨버렸다. ‘내 탓’ 보다는 남 탓으로 책임을 빠져나가는 문 대통령의 속성을 반영한 발언이었다.
문 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북한 핵 폐기 및 남북관계 협력 실패와 관련해서도 남 탓으로 갔다. 그는 그동안 북한에 철도·도로 보수 공사, 대북 경제지원, 인도적 지원 등을 제안했지만 북은 모두 단호히 거절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제재는 풀어주지 못하면서 남북협력만 성급히 요구한다는 데 대한 불만 표출이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올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유엔 제재라는 틀 속에 있기 때문에 남북 협력을 마음껏 할 수 없는 장애가 분명히 있다”고 둘러댔다.
북의 남북협력 거부 원인이 자신의 성급한 남북협력 제안에 있었던 게 아니라 ‘유엔 제재’에 있다는 남 탓이었다. 또한 그는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발사 도발과 북핵 협상의 공전 속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실패를 성공으로 둔갑시켰다.
문 대통령의 남 탓은 경제 문제에서도 드러났다. 2017년 한국 경제의 여러 지표들은 대부분 최악 상태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그 해 12월 여당 지도부와의 송년 오찬에서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며 언론의 부정적 보도 탓으로 책임을 전가시켰다.
문 대통령은 2020 초 신년사에서 한국 경제성장률이 경제발전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크게 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하면, 2019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6개 OECD 회원국들 중 15위에 그쳤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경발전국들 중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밖에도 그는 2019년 9월 중·소상공인들이 죽을 지경이라고 울부짖는데도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공언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주52시간제 강행 등 정책 실패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책임의식 결핍을 엿보게 한다.
국가 최고 지도자의 덕목은 정책 실패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책임의식 구현에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LH 직원들의 땅 투기 책임을 전 정권 탓으로 떠넘길 때 올바른 대응책은 나올 수 없다.
북핵 폐기 협상 파탄과 남북협력 중단 및 긴장 고조를 ‘유엔 제재’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대북유화책 실패에 대해 반성치 않는다면, 광기 서린 북한 김정은을 상대로 핵무기 폐기를 관철시킬 수 없다. 경제는 망가져 가는데도 부정적 언론 탓으로 치부한다면 올바른 경제회복 대책 또한 수립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실패를 무시하면 파멸을 초대한다”는 서양 속담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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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