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그룹이 바라본 참여정부 출신 내각
친노그룹이 바라본 참여정부 출신 내각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2-04 10:03
  • 승인 2009.02.04 10:03
  • 호수 771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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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찬성”, 유시민 “떨떠름”, 천호선 “일축”
이광재 · 유시민 · 천호선

MB정부의 국정철학이 도마 위에 올랐다. 참여정부의 국정철학을 부인하면서도 참여정부에서 활동했던 관료 인사들을 그대로 기용했기 때문. 이를 바라보는 민주당 안팎에서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특히 한덕수 전 총리의 경우 MB정부의 러브콜에 응하리라 생각지 못했다. 민주당에서는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한 전 총리가 주미대사로 임명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실제 참여정부를 이끌던 친노그룹 인사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올 초에 단행된 MB정부 인사에서 지난 참여정부 주요 인사 3명이 임명되거나 내정됐다.

주미대사에 임명된 한덕수 전 총리,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된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 등이다.

이들은 모두 참여정부의 이념을 토대로 활발한 활동을 했던 참여정부 사람들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말들이 많다.

민주당 관계자는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MB정부에 들어간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심하게 말해 배신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한 전 총리는 민주당의 인물난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인사였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총리까지 지냈기 때문에 전혀 주미대사 자리를 받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뒷통수를 맞은 듯 황당하다”고 말했다.

올 초 언론에서는 민주당의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한 전 총리를 거론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주미대사에 임명된 것이다. 민주당으로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다.


친노그룹 반응 엇갈려

이런 상황에서 친노그룹들의 생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표적인 친노그룹으로 통하는 인사들 5명에게 참여정부출신 인사들의 MB정부 기용에 대해 들어봤다.

우선 친노그룹을 대표하는 5명의 인사들로는 이광재 민주당의원,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천호선 전 대변인이다.

민주당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친노그룹 의원인 이광재 의원은 현 상황에 대해 매우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은 “같은 나라 안의 같은 국민들인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유능한 인재들을 중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나는 참여정부 출신들의 기용에 대해 찬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기상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도 함께 내비쳤다.

이 의원은 “MB정권 초기부터 지난 정권 사람이든 DJ정권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능력이 있으면 기용해야 했다. 시간이 지난 다음, 지금에 와서야 이런 모습을 보인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들 인사들의 기용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되던 불만들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지금은 IMF 때보다 훨씬 어려운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참여정부 출신이라도 유능한 인재들이 앞장서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능력이 있는 인사들을 기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친위대를 자처했던 유시민 전 장관은 이번 사안에 대해 비교적 말을 아꼈다.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던 유 전 장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런 사안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며 세간의 관심을 일축했다.

하지만 말을 아끼면서도 “지금은 내가 이야기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차후에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도 남겨뒀다.

친노의 핵심으로 최근 계간지 ‘광장’ 발행에 주력하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와는 직접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이번 사안에 대해 특별하게 언급한 게 없다. 현재 세미나와 토론회에 참석하며 ‘광장’을 발행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참여정부 대변인을 지냈던 천호선 전 대변인은 “개인적으로 특별히 생각해 본 적 없다. 봉하마을을 대변해서도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에 따라 다르다. 사람마다 개인사정이 다 있을 것이고 그것에 대해 우리가 어떤 입장을 밝힐만한 것이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의 경우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유능한 인재들을 기용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친노그룹들도 뭐라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특히 국내 내수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경제를 살릴 묘책이 있다면 지난 정권뿐만 아니라 DJ정권 출신 인사라도 기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 직격 인터뷰

“MB는 오바마 보다 못하다”

최근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지역구 노인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 때문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 의원은 “최근 지역구에 내려가 민심을 살펴보는데 노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20세나 어린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보다 낫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이유에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 노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 계파에 상관없이, 지난 정권에서 일했던 사람일지라도 만나고 다닌다. 위기극복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대통령도 저런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이정도로 말하는 걸 보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5,22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초당적인 협조를 구하러 공화당 지도부를 직접 만났다.

어차피 법안은 민주당이 상하원의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를 찾아가 협조를 구하는 모습에서 미국민들은 화합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것이다.

이는 지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모습과는 큰 대조를 보였다.

또한 자신의 경쟁자였던 매케인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자문을 구한 이야기는 유명한 사례로 손꼽힌다. 심지어 자신의 내각을 구성할 때도 매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들었다.

대통령 비서실도 이런 대통령의 모습을 본받고 경제 살리기를 위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의견을 들으며 협조를 구했다.

이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의 초당적인 행보를 우리나라 대통령도 본받아야 한다. 소통을 강조하지만 실상 실현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상처내기를 그만두고 국민들 마음을 모으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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