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경쟁'에 꼬여가는 野 단일화... 수싸움 점입가경
'양보경쟁'에 꼬여가는 野 단일화... 수싸움 점입가경
  • 정재호 기자
  • 입력 2021-03-20 16:32
  • 승인 2021.03.20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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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3.8 세계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3.8 세계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결국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한 채 최종 후보 등록일인 19일을 넘겼다. 양측은 주말에도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을 내비쳤다.  

안 후보는 전날인 19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를 조속히 이룰 수 있다면 김종인 위원장과 오세훈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며 “제게 불리하고 불합리하더라도 감수하겠다”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번 주말 여론조사에 착수하면 22일까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일화를 조속히 마무리지어 28일 투표용지 인쇄 전날이 아닌 25일 공식 선거운동일부터 단일후보가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 후보는 안 후보가 받아들이겠다는 여론조사가 기존 자신의 안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저희의 모든 안을 다 수용한다고 해서 설명을 들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떤 안을 100% 받아들이는지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안 후보의 표현에 대한 불쾌감도 드러내며 “우리에겐 안 후보의 표현대로 김종인 안과 오세훈 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당과 오세훈이 합의한 국민의힘의 안이 있을 뿐”이라며 “앞으로 그런 표현을 삼가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안 후보는 오후가 되어 여론조사와 관련한 모든 것을 양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제 만족하시나. 다 수용하겠다”며 “제가 다 수용한다고 했으니 취소하신 실무협상단이 다시 즉시 가동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불과 15분 뒤 오 후보가 다른 장소에서 역시 ‘양보’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이 결정은 또 하나의 바보 같은 결정이 될지도 모른다”면서 “비록 여론조사의 기본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를 받아들이겠다”고 이야기했다. 

서로가 제각기 양보는 하고 있지만 ‘내가 더 통 크게 먼저 양보했다’는 여론전을 위한 보여주기 식 양보이기 때문에 실질적 협상의 진전과 최종 결론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양측의 행보는 결국 시민들에게 피로감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권에서는 더 이상 단일화 협상을 미뤄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 대표는 SNS에 “단일화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못하면 그 약속을 믿었던 국민들과 서울시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분노할 것”이라며 “만약 국민의 열망을 저버리고 단일화 실패로 또다시 패배한다면 두 후보와 양당은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썼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SNS를 통해 “오늘 단일화 못하면, 둘 다 정치 그만둬라”고 일갈했다.  

정재호 기자 sunseou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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