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력취재; LH 사태 후폭풍] 수직적 당청관계 삐거덕, 여당 “발빼자” 이상징후
[총력취재; LH 사태 후폭풍] 수직적 당청관계 삐거덕, 여당 “발빼자” 이상징후
  • 윤사랑 기자
  • 입력 2021-03-19 18:36
  • 승인 2021.03.23 09:17
  • 호수 1403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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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후폭풍이 불어닥치면서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패배에 대한 위기감도 날로 확산되고 있다. LH 사태로 민심이 들끓으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보궐선거 주자들도 열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양대 보궐선거 필패론까지 돌고 있다. 양대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여권 분열의 서막이 시작될 수도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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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가덕도 신공항에 그렇게 공 들였는데...’ LH 사태로 백약무효
- 확산되는 재보선 패배 위기감, ‘참패현실화될 경우 여권 균열 가속도 붙을 듯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재보선 판세도 요동치고 있다.

이에 수세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은 LH 특검과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6일 이번 사태가 불거진 지 2주 만에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며 특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라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악재는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야당이 경남 양산 사저 부지를 놓고 각종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라고 직격하면서 야당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폭등은 막지 못하고 전국의 아파트 공시지가만 올려 세금 폭탄을 투하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저를 상처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이 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면서 사실상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의 메시지까지 던졌다.

민주당은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중도 낙마로 치러지는 만큼 불리한 선거 구도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왔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에도 적극 나섰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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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이반심화’, “야당후보 많이 당선돼야” 50%

LH 사태에 더해 갖가지 악재가 계속 불거지면서 민심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19일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 절반은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5명을 대상으로 재보선 투표 동향(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을 조사한 결과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50%로 나타났다. 반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답변은 36%에 그쳤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517일 실시한 조사에서 는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3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4개 기관 합동 전국지표조사(NBS)가 시작된 이후 최저치다. 부정평가는 53%로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인 작년 123주와 동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의 경우도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지는 서울에서 국민의힘(29%)이 민주당(27%)에 우위를 보였고, 부산시장 선거가 치러지는 PK(부산·울산·경남)에서도 국민의힘(33%)이 민주당 (24%)을 앞섰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문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 뿐만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쏟아지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의 지지율도 야당 후보에게 열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감 고조 민주당 국민들에게 혼나고 있는 중

이 때문에 서울과 부산 모두에서 패배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양대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대선 위기론까지 팽배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은 최근 YTN라디오에서 저희가 지금 국민에게 크게 혼을 나고 있는 와중이고, 혼을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이렇게 혼을 날 때 저희가 국민께 정말 잘못했다, 죄송하다, 하는 태도를 가지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여론조사라고 하는 것은 금방 다시 좁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도 지난 15KBS 라디오에서 저희 당 후보가 지금 좀 많이 뒤처져 있고 그것이 LH 문제로 국민들이 많이 화나고 또 여권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혼내키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결국 양대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론과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비롯한 민심 수습 대책을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수직적 관계가 유지돼 오던 당청 관계에도 균열이 발생하고, 대선주자들의 차별화 전략도 본격화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당청 관계는 삐거덕 거리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불과 1년 밖에 남지 않았고, 민주당 의원들의 임기는 3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지향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당청 관계 균열은 예고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립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시즌2’에 대해 속도조절을 주문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무시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친문 인사들까지 대놓고 속도조절론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친문계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최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이 청와대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그걸 결정하는 건 법을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고 그러면 국회와 여당의 입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토의를 해야 한다대통령께서 한 말씀 하시면 일사불란하게 당까지 다 정리돼야 된다, 이게 과거의 권위적인 정치 과정에 있었던 일인데 지금은 오히려 민주당이 그런 점에서는 훨씬 민주적이라고 강조했다.

강성 친문인 정청래 의원은 최근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았고 21대 국회는 임기가 1년 됐다그래서 마무리하는 청와대와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국회의 입장은 좀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와대는 청와대의 입장대로 저런 게 있는 거고 국회는 국회대로 지금 검찰개혁 시즌2를 준비해야 되는 입장에서 수사청이라든가 검사의 수사, 기소 완전 분리라든가 이런 부분이 저희한테 과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합의문의 국회 비준 동의를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정부가 1년 넘게 미국과 협상을 벌인 끝에 얻은 결과지만 일부 의원들은 우리에게 과도하게 불리한 조건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친문 핵심 홍영표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는 고무도장이 아니다. 통과시키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한미 관계가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결국 민주당 패배하면 당청거리두기 가속화

엘시티 현장 둘러보는 민주당 지도부, 뉴시스
엘시티 현장 둘러보는 민주당 지도부, 뉴시스

민주당이 만일 양대 보궐선거에서 패배하고 임기 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 흐름을 멈추지 않을 경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친문 주도의 당 운영에 대한 회의론도 확산될 수 있다. 그럴 경우 4월 재보선 이후 치러질 포스트 이낙연을 선출하기 위한 차기 당 대표 경선에서 친문 주자에 대한 부정 기류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H 사태' 후폭풍과 4월 재보선이 연동돼 선거 결과에 따른 파장이 정국을 전방위적으로 흔들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정계개편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민주당은 ‘LH 사태열세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셀프보상의혹과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엘시티 아파트관련 의혹을 집중 부각시키며 공세를 쏟아붓고 있다.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후보(오세훈, 박형준)는 내곡동 땅과 엘시티 아파트 의혹에 대해서 거짓말로 거짓말을 가리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MB 아바타 오세훈 박형준 후보는 시장이 될 자격이 부족하다고 비판을 가했다

윤사랑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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