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거침없는 행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거침없는 행보
  • 홍준철 기자
  • 입력 2009-02-04 09:56
  • 승인 2009.02.04 09:56
  • 호수 771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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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밖의 남자 ‘이회창 사람들’, 박-창 가교역할 기대
원희룡 · 정두언 · 구상찬

이회창 총재의 목소리가 최근 부쩍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 총재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창당 1주년 기념 내외신 합동 기자회견에서 “좌파 정권을 교체하고 들어선 보수정권에게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조급증을 버리고 국민 사이에 깊어진 갈등과 대립을 설득과 통합으로 치유해 나가는 일”이라며 “개발연대식의 밀어붙이기식 리더십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용산 참사에 대해 “진압 성과를 올린 것만으로 모든 게 됐다는 것은 개발연대식 사고”라며 “재개발 문제를 들여다보고, 보완책을 찾는 게 통합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진보 논객인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조차 “야당이면서도 보수당인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사안을 보는 눈은 정확하다”고 평했다.


여와 야, 친박과 친이 사이 ‘昌이 보인다’

아울러 이 총재는 또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통일 이후 국회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국회의원 숫자를 30% 감축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제안도 내놨다. 국가대개조론을 주창하며 ‘강소국연방제’ 제안 역시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이 총재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는 배경은 현 정치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172석의 거대 집권 여당이 보여준 ‘무기력감’에 야심차게 출발한 청와대 집권 2기 역시 국민들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차기 유력한 대권 후보로 지목되는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정중동’ 행보속에 이렇다 할 자기 역할을 못 찾는 배경 역시 일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원내 제1야당인 민주당은 집권 여당의 무기력속에 ‘대표 선수’의 부재로 인한 지지율 제고가 요원한데다 진보진당, 민주노동당으로 나뉜 진보 진영 처지도 크게 다를 바 없는 형국이다.

정치권 전반에 퍼진 조울증 정국은 이 총재에게는 호기로 작용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이 총재가 차기 대권 행보를 보이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본지와 인터뷰에서 ‘차기 대권을 운운할 시기가 아니다’고 분명한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총재의 ‘톡톡튀는 언행’을 애증의 눈으로 바라보는 인사들이 있다. 바로 97년, 2002년 2번의 대선을 함께 뛴 보좌역과 참모들이다. 지금은 여러 정파에 흩어져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이 전 총재에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는 인사들은 줄잡아 30여명이 넘게 여의도에 살아 남았다.

지난해 9월 달에는 민주당 조정식, 한나라당 차명진, 윤상현, 구상찬, 권영진, 조해진, 김해수 청와대 정무비서관등 전 보좌역 출신들이 이 총재를 찾았다. 당시 참석한 한 의원은 ‘보좌역 출신들이 총재를 모시고 당을 하나로 만들어도 되겠다’며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본지가 알아본 결과 이는 농담이 아니였다. 실제로 정치권에 이 총재를 지근거리에서 함께한 현역 인사들만 나열할 경우 이 총재의 자유선진당 의석수의 2배수에 육박한다.

이 총재측에서 과거 이회창맨으로 구분하는 인사들은 대략 여야 정치인 합쳐 30여명 선 정도였다.

부국팀 핵심 멤버인 한 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특보나 보좌역, 당직자 등을 거친 이회창 사람으로 지목한 인사를 보면 매우 다양했다.

일단 친정인 한나라당의 경우 특보나 보좌역을 맡아 호흡을 맞춘 인사들로 나경원, 조윤선, 차명진, 윤상현, 권영진, 조해진, 구상찬, 고흥길, 진영, 김정훈, 서상기, 박순자, 이정현, 이춘식, 이혜훈 의원(이하 15명) 등이 있다.

특히 이 총재가 총리로 재직할 당시 함께한 정두언 의원의 경우 2002년 초 이 총재를 찾아 이 시장과 일하고 싶다고 부탁해 이 총재가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통문을 넣어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게 됐다. 그 전에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정 의원의 인연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에 아직도 친이 직계 진영에서는 ‘정두언은 이회창 사람이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이 직계, ‘정두언은 이회창 사람이다’

또한 이 총재가 직접 공천과정에서 발탁을 했거나 비서실장 등 여러 당직을 통해 인연을 맺은 인사들로는 정태근, 장광근, 윤석용, 김기현, 김무성, 권철현, 남경필, 정병국, 원희룡, 황우려, 현경병, 공성진 의원(이하 12명)등이 있다. 이밖에도 이 총재와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로는 친박 연대 노철래, 정영희 의원,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하 3명) 등이 있다.

정치권에서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여러 정파에 이회창맨으로 찍혔던 인사들이 한 두명씩은 다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친이의 대표적인 인사로 정두언, 차명진, 조해진, 권영진, 정태근, 공성진 의원이 있고 친박 인사로는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이정현, 구상찬, 진영, 서상기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또한 중립성향으로 원희룡, 나경원, 고흥길, 조윤선 의원 등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다.

부국팀의 한 핵심 인사는 옛 동지들이 다시 뭉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과거 이회창 사람들로 불리는 인사들이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에서 이 총재와 부딪히면 정치 대선배로 인사를 반갑게 나누곤 한다”며 “그러나 각자 소속 정파가 있고 4월 총선 민의가 엄연히 존재하는 만큼 쉽게 이 총재를 따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정치 지형이라는 게 쉽게 예단할 수도 없다”며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한나라당내 친이 친박 갈등이 분당으로 치닫거나 민주당이나 친박 연대가 차기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쥘게 확실한 이 총재에게 과거 이회창맨들을 통해 ‘러브콜’을 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남겨둔 것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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