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겨냥해 고지 선점 전략
박근혜 겨냥해 고지 선점 전략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02-04 09:16
  • 승인 2009.02.04 09:16
  • 호수 771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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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대권 프로젝트 가동‘내막’
여권의 잠룡으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최고위원 정몽준 의원이 최근 여의도에 정책연구소를 개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 연구소에는 지난해 당대표 경선캠프에서 활동했던 특보들과 다수의 자문 교수단이 합류해 정치, 통일 안보, 경제 분야의 정책 입안을 주로 다룰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미국 고위층 인사들의 모임인 ‘알팔파 클럽’모임에도 참석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조기 대권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라는 큰 산을 넘기 위해서 조기 대선 모드로 탈바꿈하기 위한 행보를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특히 정무기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정치권 안팎의 문제제기에 정 의원이 결심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몽준 의원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28일 미국 버락 오마바 대통령이 참석한 미 고위층 교류 행사인 알팔파 클럽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행에 올랐다.

정의원 측 관계자는 “지난 해 방미단으로 미국에 갔을 때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초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알팔파 클럽 회원 당 1명씩 초청을 할 수 있는데 이때 초청을 받아 지난 28일 출국했다”고 말했다.

알팔파 클럽은 매년 1월 워싱턴에서 정례 모임을 갖는데 회원들은 미국 지도층 인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전직 대통령뿐만 아니라 입법의원, 사법관,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 위원장까지 최고위층 인사들이 참석하기로 유명하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대미 외교 분야에 대해 발을 넓히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알팔파 클럽 모임에는 미국의 최고위층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정 의원이 이곳에서 대미 외교의 선봉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 의원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월 6일에는 여의도 H빌딩에 정책 연구소를 설립한다.

‘해밀을 찾는 소망’이라는 이름으로 개소되는 이 연구소는 정치·교육, 통일·안보, 경제 등 각 분야에 걸쳐 전문가들을 통해 정 의원의 정책 입법 활동을 도울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소의 주축이 되는 인사들은 인병택 전 주도미니카 대사와 정태용 전 국방장관 보좌관, 홍윤오 전 홍보특보 등이 실무를 맡아 운영된다. 모두 지난 해 한나라당 대표 경선캠프에서 활동을 했던 인사들이다. 특히 정태용 전 보좌관과 홍윤오 전 특보의 경우 정무역할을 담당했던 과거 이력으로 볼 때 정 의원의 약점인 정무기능을 확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6선인 정 의원이 새삼스레 정책입법을 위해 연구소를 개설한다는 것은 의아한 대목이다. 정 의원 주변에는 이미 정책통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번 연구소 개설은 정무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재를 털어 설립한 아산정책연구원도 인원을 확충하고 새 건물에 입주할 계획이어서 정 의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큰 산 넘기 위한 교두보

이 같은 정 의원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제 입당을 한지 1년이 넘어 가면서 당내 입지를 구축하고 대외적 행보를 늘려 명실상부 대권을 향해 일보 전진 하는 모습이다. 특히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뛰어 넘기 위해서라도 이른 감이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3월이면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이 귀국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정 의원의 입지가 어떻게 변할 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무래도 친이 선봉장으로 강경파인 이 전 의원이 귀국을 하면 친박과의 갈등 국면이 불 보듯 뻔 한 상황이어서 자칫 ‘분당’이라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 의원은 새로운 대안 역할론으로 부각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분당이 된다는 가정하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또한 분당이 된다고 하더라도 친이계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에 일부 친이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넘어야 하는 걸림돌도 존재한다.

어찌됐든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의 이번 활동에 대해 차기 대권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정책 연구소 개소를 준비하고 있는 정태용 전 국방장관 보좌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 분야에 걸쳐 정 의원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입법활동이 주된 연구소 설립 취지다. 일각에서는 대권을 향한 조기 행보 아니냐는 말들도 있는데 그것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직 자문 교수단은 확정되지 않았다. 필요할 때마다 임명을 하기 때문에 몇 명의 자문 교수단을 운영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 의원측 관계자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권 행보설에 대해 “너무 이른 감이 있다. 순수한 정책 지원을 하는 곳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한 아산정책연구원의 확장과 관련 “그곳은 정치적인 곳이 아니다. 전혀 정 의원과 관련이 없다. 고문으로 임명 돼 있을 뿐 싱크탱크라는 것은 어불 성설이다. 확장 계획도 원래 설립 때부터 계획되어 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정치인 개인 사무실로 자주 사용되는 H 빌딩

여의도 H오피스텔은 정치인들의 개인 사무실이나 연구실로 자주 사용됐던 곳이다. 천정배 전 의원은 이곳에 ‘동북아전략연구원’이라는 개인 연구소를 개소한 적이 있고 민주당 박상천 전 대표도 예전에 변호사 사무실을 냈던 곳으로 유명하다.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도 H빌딩에 개인 사무실을 두고 활동을 했었고 지난 서울시장 경선에 참가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H빌딩에 선거캠프를 연 적이 있다.

이전에는 김윤환 전 신한국당 고문도 이곳에 ‘21세기 정책연구원’이라는 개인 사무실을 운영했다.

이렇듯 H빌딩이 자주 정치인의 개인 사무실이나 선거캠프로 이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여의도에는 단기 계약이 되는 곳이 몇 안 되는데 그런 곳 중 하나가 바로 H 빌딩이다. 이곳의 경우 단기적인 임대가 가능하고 국회에서도 가까워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풍수학적으로도 H빌딩이 좋다는 소문이 나서 이곳을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안다. 또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어 풍경도 좋아 이곳에 정치인들이 잘 모여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곳은 또 있다. 현재 한나라당 당사 맞은편에 위치한 여의도 D빌딩도 정치인들의 개인 사무실로 자주 이용된다. 특히 이곳은 DJ가 대통령 선거 캠프를 차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곳이어서 더욱 정치인들이 자주 이용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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