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한나라 설맞이 전전긍긍속 ‘先 진상조사’

이명박 정부가 연이은 악재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청와대 개편과 조각을 통해 집권 2년차를 힘 있게 출발할려던 당초 계획이 용산 참사로 인해 헝클어질 위기에 놓였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취임식을 하자마자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타 불길한 징조를 띄었던 이 정부다. 당시에는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소중한 6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약간의 온도차를 보이지만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설 민심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일부 의원이 국회 회기중 태국 골프를 쳐 수세에 몰렸다가 용산 참사로 숨통이 트인 형국이다. 국정조사를 비롯해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며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는 용산 재개발지역 농성자 사망 사고와 관련, ‘진상규명 후 책임자 처벌’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는 용산 참사를 과격시위탓으로 몰면서 일정한 선을 긋고 있다.
특히 청와대 김은혜 부대변인은 지난 20일 공식브리핑후 가진 기자와 문답과정에 “이런 과격시위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는데 이번 사고가 그런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개인의견일 뿐이라며 해명하는 헤프닝을 벌였다.
당연히 민주당은 김 부대변인이 경찰의 무리한 진압을 청와대가 과격 시위탓으로 넘기는 행태에 “제정신이 나갔다”고 혹평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또한 “국민들은 분노에 떨고 있다”, “철거민에 대못을 박았다”고 각각 논평을 냈다.
청와대, ‘용산 참사 과격시위 탓?’ 물의
김 부대변인의 ‘과격시위’발언은 청와대가 용산 참사를 어떻게 보는 지 일단의 시각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야권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실상 이명박 정부는 집권 2년차에 돌입하면서 청와대 개편과 개각을 통해 힘있게 국정운영을 할 심산이었다.
172석이라는 거대 여당이지만 연말 입법전쟁에서 민주당에 패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해외 골프 파문이 번지면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다시 반전의 카드를 잡았고 이후 청와대 개편과 조각을 단행했다.
하지만 MB식 경제살리기와 개혁을 시작하기전 용산 참사가 터지면서 발목을 잡은 형국이다.
청와대 개편과 조각 역시 빛이 바랬다. 용산 참사가 터지지 않았다면 집권2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언론 지면을 덮었을 것이고 설 민심에 영향을 줬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오히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광화문을 뒤덮었던 촛불시위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마저 나왔다.
더욱이 이번 개각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입각에 물을 먹으면서 당 역시 청와대를 보는 시각이 냉담한 실정이다. 이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던 ‘탈여의도 정치’가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용산 참사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에 비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인 배경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용산 참사가 터졌을 초반에는 ‘책임자 처벌’이라는 책임론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가 ‘책임자 처벌은 생각지 않고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 나왔다. 이러자 박희태 당 대표는 다시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면서도 “책임 추궁을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조각에서 보여주듯 당 인사를 배제한 ‘친정체제 강화’를 목도하며 2월 임시국회에서 청와대가 바라는 쟁점 법안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사인이 엇갈리는 사이 민주당 등 야권은 ‘국정조사’까지 운운하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석기 신임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책론 역시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은 1.19개각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여권에 대해 용산 참사를 부각시키면서 새로운 전선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의 경우 일부 의원의 해외 골프로 곤혹을 치른바 있다. 연말 입법전쟁으로 그나마 올라간 당 지지율마저 까먹을 위기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용산 참사는 민주당으로서는 대여 공세를 펼칠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진상규명을 정부에만 맡겨둘 수 없다”며 “국회차원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국정조사-> 인사청문->쟁점법안 무산
이어 정 대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책임 추궁과 관련해서는 우선 상황을 직접 지휘한 사람이 져야 할 것”이라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겨냥했다.
민주당의 경우 김 내정자를 낙마시키고 이후 벌어질 2월 임시국회에 인사청문회를 통해 다시한번 이명박 정부의 인사 스타일 문제 삼겠다는 복안이다.
이후 방송법, 한미FTA비준안 등 쟁점법안까지 무산시킬 경우 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숨기질 않고 있다.
#네티즌, 용산 참사, 이명박 대통령 탓?
재개발 동계철거금지… “MB 서울시장 시절 깼다!”
다음 포털에 용산 참사를 인해 분노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동계철거금지 법안관련 논쟁이 일고 있다. 이 법안은 재개발 지역내 미이주 세입자들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동계기간에는 철거를 금지시키는 법안으로 1990년 고건 전 총리가 서울시장으로 재직 시절“적어도 겨울에 집을 부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동계 철거 금지를 지시했다.
한동안 관례처럼 지켜오던 이 규칙은 2003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 동작구 상도 2동 재개발지역에서 겨울철에 강제 철거가 이뤄지면서 깨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숭례문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하면서 안전대책에 소홀히 해 불탔다’, ‘용산 참사 역시 이 대통령 때문’이라고 비판의 글이 쏟아졌다.
현재 서울시는 ‘세입자종합보호대책’을 통해 재개발 사업조합은 겨울철인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원칙적으로 철거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처벌조항이 없어 철거민들은 “겨울철 철거는 공공연히 이뤄진다”고 무용지물이라고 한탄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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