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안철수-오세훈 ‘제2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전철 밟는다?
[주간팩트체크] 안철수-오세훈 ‘제2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전철 밟는다?
  • 정재호 기자
  • 입력 2021-03-12 18:06
  • 승인 2021.03.15 09:00
  • 호수 1402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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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吳 후보단일화 합의했으나 ‘산 넘어 산’
오세훈 안철수 [뉴시스]
오세훈 안철수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오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오세훈-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전철을 밟는 거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고 어느 한쪽이 양보가 더 어려워진 형국에 단일화 협상 과정이 치열해져 양측이 큰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앙금이 남아있다면 양측은 선거 당일까지 안심할 수 없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 일요서울은 2002년 노무현-정몽준 사례를 통해 오세훈-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전망해봤다.  

-야권 단일화, 2002년 노무현·정몽준을 소환하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있었다. 노 후보는 단일화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정체성과 가치관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에 민주당 내에선 10월 초 반노(반노무현)·비노(비노무현) 인사들을 중심으로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를 구성하고 집단탈당까지 단행해 노 후보에게 큰 압박을 주었다. 노 후보의 지지율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뒤 60%까지 치솟았지만 9월 말 15% 안팎으로 까지 폭락하며 당내에서 정권재창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여론 때문이었다. 

결국 후보 단일화는 정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민주당 내 반노·비노의 요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결국 단일화에 임한 노무현·정몽준 후보 양측은 단일화 방안으로 크게 3가지를 놓고 협상을 벌였다. 국민경선, 여론조사, 협상담판이었다. 이 가운데 협상담판은 정 후보의 주장으로 정식 제안된 것이다. 국민경선은 노 후보가 민주당 안인 국민 참여 50%, 당원 참여 50%를 제안한 것이다. 여론조사 방식은 후보단일화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때 지지율에서 우위를 점하는 후보 중심으로 단일화를 하자는 것으로 정 후보 측에 유리한 방식이었다. 

정 후보측은 노 후보측이 제안한 국민경선을 반대하며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정 후보측도 단일화 방안을 놓고 노 후보측과 더는 줄다리기를 벌일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노 후보측은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정 후보측에 제의하며 받아들이기 힘든 설문 내용 변경도 정 후보측과의 단일화를 위해 수용했다. 당시 민주당 고문이었던 김원기는 노 후보의 결단은 “이기고 지는 것을 초월한 것”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노 후보의 지지도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측은 TV토론을 거쳐 2002년 11월24일 극적으로 단일화 여론 조사에서 승리한 노 후보를 단일화 후보로 선출했다. 이날 여론 조사는 2군데서 실시됐다. 리서치앤리서치의 후보 경쟁력 여론 조사에서 노 후보는 46.8%를 얻어 42.2%를 얻은 정 후보를 제쳤다. 또 하나의 여론조사 기관인 월드리서치 조사는 유효화 조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화됐다. 노 후보 측은 이날 승리 원인에 대해 “성실하게 원칙과 정도를 지켜온 것이 국민을 감동시킨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 후보와의 단일화 이후 정 후보는 대선 투표 전날인 12월18일 민주당과의 선거 공조를 파기를 선언했다. 당시 국민통합21의 지지 철회 발표문에 따르면 정 후보는 18일 명동 합동유세에 참석해 노 후보 연설을 들었다. 노 후보는 이 자리에서 “미국과 북한과 싸우면 우리가 말린다”는 표현을 했다. 정 후보는 노 후보의 표현이 매우 부적절하고 양당간 합의된 정책공조 정신에 어긋나는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은 우리를 도와주는 우방이지, 미국이 북한과 싸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정 후보의 시각이었다. 결국 정 후보는 노 후보의 미국에 대한 발언을 문제 삼아 지지를 철회하고 단일화 공조를 파기했다.

당황한 노 후보는 정 후보를 설득하기 위해 심야에 정 후보의 자택을 방문했다. 노 후보는 당시 선대위원장인 정대철 등과 함께 자택 앞에서 기자들에 둘러싸여 기다렸으나 정 후보는 만나주지 않았고 심야 회동은 결렬됐다. 정 후보의 지지철회에도 불구하고 대선에서 노 후보가 승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는 최근까지의 여론조사 결과 야권이 분열될 경우 누가 후보로 나오든 여당 후보에게 패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오는 4월 재보선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성사여부와 유지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 오세훈, 안철수에 단일화 여론조사 첫 역전... ‘막판 변수’ 되나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야권 단일 후보 경쟁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의 접전은 단일화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8∼9일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오 후보와 안 후보 중 누구를 범야권 단일화 후보로 선호하는지 물은 결과, 오 후보를 꼽은 응답자는 38.4%, 안 후보를 택한 응답자는 38.3%였다. 5.1%는 선호 후보가 없다고 했고, 모름·무응답은 18.3%였다.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야권의 단일후보가 누가 되든 박영선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와 오 후보 간 대결에서는 박 후보 39.5%, 오 후보 44.3%, 박 후보와 안 후보 간 대결에서는 박 후보 37.0%, 안 후보 44.9%였다. 다만 야권 단일화가 무산돼 3자 대결이 펼쳐질 경우에는 박 후보가 35.0%, 안 후보가 25.4%, 오 후보가 24.0%로 박 후보가 가장 앞섰다. 안 후보의 출마 정당과 관련해선 ‘지금처럼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좋다’는 답변이 43.3%로,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당을 통합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는 게 좋다’는 응답(34%)보다 많이 꼽혔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p, 응답률은 15.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렇게 양측 후보 모두가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에서 쉽게 어느 한쪽이 양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양 후보 측은 지난 11일 17~18일 여론조사를 거쳐 최종후보를 후보등록 마감일인 오는 19일 야권 단일후보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쟁점인 여론조사 문항과 토론회 횟수 등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단 야권 단일화 일정의 큰 윤곽만 잡은 것이다.  

- 엄경영 “安-吳, 단일화 이후에도 갈등 소지 있어”

지난 8일 여의도 모처에서 일요서울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성사 여부에 대해 “단일화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두 후보 모두 여권에 승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큰 틀에서 합의와는 별개로 세부적인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도 지난 11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가는 과정도 어렵지만 안 후보의 입당과 기호 문제를 놓고 단일화 이후에도 갈등의 소지가 있다”며 “단일화 이후에도 양측이 마냥 안심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사에서 양측의 단일화가 아름다운 단일화로 남을지 아님 상청뿐인 단일화로 기억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재호 기자 sunseou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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