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취한 공무원 비리 세상⓶] 과거 정권에서도…땅 투기 논란
[돈에 취한 공무원 비리 세상⓶] 과거 정권에서도…땅 투기 논란
  • 이범희 기자
  • 입력 2021-03-11 11:25
  • 승인 2021.03.12 17:56
  • 호수 1402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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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신도시개발에서도 ‘부동산 투기와 전쟁’ 선포..무슨 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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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일부 공무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조사 대상자만 14여 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진다. 모든 조사가 마무리되면 연루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신도시 개발을 둘러싼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와 투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비리 의혹이 불거져 관계 기관의 수사가 진행된 바 있다. 

- 1990·2005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발표...합동수사본부 설치도
- LH조사 대상만 수십여 만명, 전수조사 대상 공무원 늘 전망


신도시 개발의 실무를 맡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직원들의 땅 투기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8년 3기 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던 고양 원흥지구의 개발 도면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개발 도면 유출은 LH 직원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지난 4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2020년 12월 LH 감사결과 처분보고서 및 관련자료`에 따르면 사건 관련자들은 2018년 6월20일과 8월13일, 8월17일 이미 민원접수를 통해 도면 유출사실을 인지했다.

이후에도 고양시로부터 인터넷상에 도면이 게재된 사실을 전달 받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같은 해 10월 언론 취재가 시작되고서야 LH는 사건을 인지하고 경찰수사를 의뢰했다.

당시 박상우 LH사장은 2018년 11월6일 국정감사에서 "한 매체가 취재를 시작할 때 알았다. 그전에는 몰랐다:며 "저뿐만 아니고 저희 조직이 다 (몰랐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LH사장의 국감 위증이 아니라면, 국가 중요 개발계획에 대한 LH의 내부 통제시스템이 매우 허술한 증거라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면서 "무엇보다 도면 유출의 책임이 있는 직원들은 LH의 자체감사 결과, 경고와 주의 처분으로 끝나 `자기 식구 챙기기`에 그쳤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심지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사장이던 시절 같은 사안으로 징계받은 직원을 승진까지 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과천권 신규 공공주택지구 사업 후보지 유출 건` 당시 자료 유출에 관여한 LH 직원 3명도 `주의` 처분에 그쳤다. 해당 처분을 받은 직원 중 1명은 변창흠 장관이 LH사장이던 지난해 1월 기존에 몸담았던 택지개발 부서(스마트도시계획처)에서 승진하기까지 했다.

신도시 대상 지역은 LH가 제안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요청, 국토부의 장기 주택공급 계획 등을 통해 정해진다. 

LH의 택지개발사업 추진절차를 보면 수립된 택지수급계획에 따라 후보지에 대한 조사 및 선정 작업에 착수하고 지구지정을 제안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관계기관과의 지구지정 사전협의에 들어가게 되는데 환경·교통·재해·인구영향 평가 및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 에너지사용계획 협의, 지하매설물 협의 등 지구단위 계획 결정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때문에 후보지 지적현황 등 조사 과정에서 일선 지자체와의 업무 연관이 불가피하다. 아무리 보안을 유지해도 정보 자체가 셀 수 밖에 없는 구조다. LH 직원 투기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개발정보 유출

과거 1·2기 신도시 조성 때도 공무원들의 투기와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989년 노태우 정부는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5개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후 부동산 가격 폭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자 검찰은 1990년 2월 합수부를 설치에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수사 1990∼1991년 부동산 투기 사범 1만3천여명을 적발해 987명을 구속했다. 금품 수수와 문서 위조 등에 연루돼 구속된 공직자는 131명에 달했다.

1991년 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도시 아파트 부정 당첨자 167명 가운데 당시 현직 공무원 10명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03년 참여정부(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2기 신도시 조성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다.

2기 신도시는 경기 김포(한강), 인천 검단, 화성 동탄1·2, 평택 고덕, 수원 광교, 성남 판교, 서울 송파(위례), 양주 옥정, 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개 지역과 충청권 2개 지역(아산·도안) 등 총 12곳이다.

이들 지역에서 부동산 투기가 또 극성을 부리자 검찰은 2005년 7월 또다시 부동산 투기 사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15년 만에 두 번째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했다.

특히 검찰이 단속한 부동산 투기 사범 중에는 공무원이 27명이나 포함돼 충격을 안겼다.

이들은 뇌물을 받고 기획부동산업체나 전문 투기꾼들에게 개발제한구역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부동산 투기 세력과 유착해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해줬다.

일부 공무원들은 직무상 알게 된 개발 예정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집단으로 매입한 뒤 형질을 불법 변경하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꾀했다.

시세 차익 노린 공무원 대거 적발 

당시에는 모두 검찰이 합동수사본부(합수부)를 설치해 부동산 투기 사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부동산 투기 세력과 유착해 정보를 제공하거나 개발 예정 용지를 미리 매입해 시세 차익을 노린 공무원들을 대거 적발했다.

누리꾼 송**은 '국민들한테는 집사는것도 투기라고 쳐 막아놓고...하여튼 좋은거는 공무원들이 다해쳐먹네'라며 비난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일부 매체를 통해 "밀실에서 비밀주의를 통해 탄생하는 신도시 개발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시스템이 없다면 이런 일은 또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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