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 개조가 필요하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타블로이드 시사 주간지와는 인터뷰를 처음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실제로 이 총재는 그동안 중앙 언론사를 중심으로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기존의 ‘엘리트’나 ‘대쪽’ 이미지를 벗고 ‘따듯한 보수’, ‘서민을 위한 지도자’로서 이미지 쇄신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자가 본 이 총재 역시 예전의 꼿꼿한 이미지가 아닌 친근한 옆집 아저씨처럼 느껴질 정도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쓴소리나 최근 이 총재가 강조하고 있는 강소국 연방제와 관련된 질문에는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자유선진당 당사 총재실에서 이뤄졌다.
이회창 총재는 대권 3수생이다. 차기 대권에 도전한다면 3전4기인 셈이다. 그 만큼 연륜과 정치적 경험이 풍부한 이 총재다. 그러나 그는 차기 대권관련 질문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지금은 출범한지 1년이 안된 당 추스르기에도 정신이 없어 차기 대권을 언급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솔직히 생각할 여지나 여유가 없다”며 “창당한 지 이제 1년이 되어가는 우리당이 자리를 잡기위해 몸무림을 치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가 중요하다”며 “우리는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해야 하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제대로 된 정치세력으로 씨를 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대한민국을 강국으로 만들기 위한 국가 대개조론을 강조했다. 이 총재가 평소 주창한 강소국 연방제다. 이 총재는 나라가 발전하기위해서는 더 이상 수도권 중심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차기 대권? “솔직히 생각할 틈이 없다”
이 총재는 “한군데 수도권 지역이 잘되면 전 국가의 국가경쟁력이 생기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수도권 중심 발전 모델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대신 한 나라에 여러 개의 발전기지를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인구 오백만 내지 천만 단위의 작은 나라가 국가경쟁력에서 항상 일등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스위스나 덴마크, 싱가폴, 핀란드가 그러하다”고 예를 들었다. 이런 강소국을 비슷한 단위로 다극화 된 발전기지를 국내에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지금 일본만 해도 도주제를 통해 국토를 열 개 안팎으로 쪼개 미국처럼 연방제 비슷하게 만들려고 한다”며 “우리나라 역시 인구 5천만명으로 오백만 내지 천 만 단위로 광역단위로 쪼개 스위스, 덴마크, 핀란드, 싱가폴 같은 강소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이 총재는 “우리나라를 다섯 내지 일곱 개의 광역단위로 나누어 중앙정부는 외교, 국방 정도만 맡고 각 지방 정부에게 나머지 국가권력을 전부 나누어 주는 것이 옳다”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언급했다. 특히 일각에서 지적하는 강소국 연방제관련 재정 자립도가 낮은 우리나라 현실에 시행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관련 이 총재는 ‘패배주의적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그것은 현실에 빠져 있는 일종의 패배주의”라며 “정부가 다섯 개 내지 일곱 개의 5+2 경제광역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며 “지역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만 있다면 각 지방의 재정 자립도도 보완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재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정말 국가를 개조하고 새로운 일종의 혁명적 발상을 할 수 있느냐, 또 정열을 가지고 그것을 추진해서 실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 위기관련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으로 진단했다. 이 총재는 “경제에 있어서는 국민의 신뢰 회복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민들이 ‘이 대통령과 정부가 어려운 경제 난국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서민 삶을 펴줄 수 있다’고 믿으면 부족한 정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B 4대강 정비사업은 토목공사일뿐…쓴소리
나아가 이 총재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사업은 토목공사일뿐이라며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요즘 4대강 수계정비 등 토목공사로 경기부양책을 내세우는 것은 전문가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며 “얼마나 큰 부양효과와 고용효과를 가져오겠는가. 오히려 지식 산업과 서비스쪽에 중점을 두는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특히 그는 서민 경제를 활성화시키기위해 “옛날 로마 시대 때 시민들에게 식량이 부족할 경우, 곡물을 집적 주었듯이 소비세 환급 명목이든 직접 일반 서민층에게 돈을 풀어 돈을 쓰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의 안보 불감증에 대해서 비판적이 입장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이명박 정부가 보수가 목표로하는 가치를 제대로 추구하고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진정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추구하면서 자유와 양심, 신뢰와 법치라는 가치들을 제대로 추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점에서 제2롯데월드 건설에 대해 의구심을 표출했다. 이 총재는 “잠실 롯데월드 건설이 경제적 이익이 있다면 그 자체로서는 나쁘지 않다”면서 “그러나 우리의 안보에 지장을 주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그 부분을 무시하고 하겠다고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돈을 버는 것이 안보보다 우선한다는 논리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다.
한나라당 후보로 대권에 출마했던 이 총재지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쓴소리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 이채로왔다. 연말 국회에서 이 총재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균형감각을 지닌 정치적 행보를 보여 양당으로부터 동시에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인터넷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 구석’관련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자신은 변한 게 없으며 오히려 한나라당이 변했다고 강변했다. 이 총재는 “내가 변했는가? 사실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은 과거 10년간 야당이었다가 지금 여당이 되었다”며 “야당 때 한던 이야기와 여당 때 하던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우리당은 원칙과 정도를 항상 주장하고 있다”며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무엇이 지켜야 할 원칙이고 정도인가를 지켜왔고 나 자신도 그렇게 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총재가 변했다는 말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현장에 가서 서민을 만나는 현장 정치를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3번 대선패배, ‘국민의 마음 얻지 못해’ 자성
이 총재는 “직접 발로 뛰면서 국민을 만나기 위해 재래시장을 자주 가게 된다”며 “부탁도 손을 붙들고 직접 하는 것이 더 피가 통하고 감정이 잘 어울린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정치라는 것이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며 “이런 정치가 현장정치고 그러한 모습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는 점에서 지금 변했다고 할 수 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이 총재가 간접적으로 그동안 3번의 대선 패배의 원인이 현장 정치, 스킨쉽 정치를 소홀히 해 패배했다는 자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인터뷰 말미에 이 총재는 기축년 대한민국은 풍운지회(風雲之會, 용이 바람과 구름을 모아 하늘로 올라가는 기운)의 해로 표현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항상 어려운 중에도 솟구치고 일어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올래 경제적으로 어렵겠지만 그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 우리 국운이 다시 한번 융성하게 올라가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또한 이 총재는 본지 및 일요서울 독자들 역시 풍운지회로 더욱 융성한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빼놓지 않았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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