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내장사 대웅전을 방화해 경찰에 붙잡힌 승려가 7일 피의자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전북 정읍시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1.03.07. [뉴시스]](/news/photo/202103/444457_361544_5246.jpg)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전북 정읍시 천년 고찰 내장사(內藏寺) 대웅전에 불을 질러 잿더미로 만든 승려가 구속된 가운데, 피의자인 수행 승려 최모(54)씨가 “(사찰 관계자들에게) 서운해서 우발적으로 그랬다”며 사찰 내 불화를 암시했다. 내장사 측은 “그런 일은 없었다”고 일축해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8일 전북 정읍경찰서 등에 따르면 내장사 수행승 최 씨는 방화 직후인 지난 5일 오후 6시35분께 경찰에 전화를 걸어 “대웅전에 불을 질렀다”고 직접 신고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그는 경찰 조사에서 “함께 생활하던 스님들이 서운하게 해 술을 마시고 불을 질렀다”고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사찰 내부에서 있었던 구체적 갈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타 종단에 몸담았던 최씨는 3개월여 전에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선운사의 말사인 내장사에 들어와 수행승 신분으로 생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내장사 측은 그를 정식 승려가 아닌 ‘행자(行者)’라고 전했다.
![5일 전북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불꽃이 치솟아 오르고 있다. 2021.03.05. [뉴시스]](/news/photo/202103/444457_361543_5156.jpg)
내장사는 최 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내장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생활한 대우 스님(75)은 전날 취재진과 만나 “그분(피의자)과 사찰 내 스님과의 불화나 다툼은 전혀 없었다”며 “그분은 경찰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하는데 그 누구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이 난 그날 오후 4시께도 그분은 다른 암자에서 온 스님과 사찰 내에서 차를 마셨다”며 “그 자리에서 그분은 ‘내장사에 오니까 모두가 잘해줘서 좋다’며 되레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하는데 왜 2시간 뒤에 그런 짓을 했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지난 5일 6시30분께 내장사 대웅전에 인화물질을 끼얹고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전날 구속됐다. 이 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대웅전이 모두 타 약17억 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