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의 '시민 학살'이 국제 사회 이슈로 수면 위에 오르자 국내에서도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얀마 군부와 사업적 관계를 이어 온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피의 일요일'사태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지난달 26일 220여 개의 시민단체가 모여 긴급 결성한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 모임'은 3일 오전 11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는데요.
미얀마 군부와 연결돼 무기 수출 등으로 군수 물자 및 자금을 조달한 한국 기업에 대한 고발과 정부와 국회를 향해 미얀마 군부의 살인 진압 규탄 및 조치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섭니다.
(김기남 변호사) 우리나라 유수 기업들 중에 포스코, 롯데호텔, 태평양물산. 인호그룹 등등의 기업들이 미얀마 군부 기업과 합작을 통해서 기업 활동을 해 오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관계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그 수익금은 전부 미얀마 군부의 손아귀에 들어갈 것이고, 그런 자금으로 미얀마 민중들을 짓밟는 데에 사용될 가능성이 대단히 큽니다.
우리 기업이 미얀마 민중들을 학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내지는 투자하고 있다라는 말이 됩니다. 더 심각한 건 포스코의 대주주는 국민연금입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기금이고, 그렇다면 우리 국민이 사실 미얀마 학살에 기여하고 있다고 봐도 어떻게 보면 너무 억지스러운 말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우리가 지금 미얀마에서 발생하고 있는, 미얀마 쿠데타, 군부에 의한 쿠데타, 그리고 시민들의 저항에 동참하고 지지하고 연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민지 참여연대 간사) 우리나라가 수출한 최루탄이 미얀마 시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국회를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대강화공에서 미얀마에 2014년에 약 19만 발, 2015년에 약 1만9000발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메가리서치재단은 얼마 전 미얀마에서 사용한 최루탄이 한국산 ‘DK-44’ 최루탄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2015년 미얀마에 ‘DK-44’를 수출한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한국에서는 시위 진압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최루탄을 바레인, 터키 등 국가들에 수출하여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지금 즉시 미얀마 최루탄 수출을 금지해야 합니다.
또한 UN과 씨프리 등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미얀마에 2014년에서 2016년에 폭탄, 탄약, 총포탄 등을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평화를 원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미얀마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의미의 손동작을 취한 시민들.
이들의 바램과는 달리 여러 기업들은 섣불리 사업 철회를 결정 내리진 못하고 있습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UN에 진정한 것과 OECD 가이드라인 한국연락사무소에 진정한 것은 진행 중인데, 진정이 들어갔을 때 구체적으로 기업들로부터 받고 있는 내용을 공개할 수 없거든요.
조속한 조치 부분은 사실은...그건 어려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업들이 의식은 하고 있는데, 이게 사실 사업 관계를 종료하거나 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마다 투자 관계나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기업들이 조속한 조취를 취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적어도 저희들이 낸 진정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정도, 의식하고 있다라는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기업들도 진정서에 대해 충분한 인식과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긍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 태평양물산의 경우 곧바로 관련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히며 빠른 대처를 보였습니다.
앞서 지난달 26일 국회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및 민주주의 회복과 구금자 석방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우리 정부의 즉각적인 후속 조치까지 이어지진 못했는데요.
한 시민은 3일 일요서울TV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국회, 국민들에게 즉각적인 대응과 관심을 부탁했습니다.
(한홍민주동행 쌔미) (미얀마)시민들이 이렇게 나왔다라고 하는 건 결국 누군가의 독재가 우리 모두의 안위와 우리 모두의 행복을 짓밟는 행위라는 것을 그들은 목숨을 다해서 알리고 있고 그것을 지키는 데에 함께 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두 번의 군부 정권을 겪었고, 그때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많은 사람들이 부당함에 항고하면서 지금의 민주화를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같은 경험을 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이 미얀마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과거 한국의 '민주화 운동'의 평행선에 놓인 미얀마 투쟁.
민주주의를 향한 독재 권력과의 싸움 등 많은 공감을 토대로 한국 기업들도 자유와 평화, 정의의 편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21.03.03 일요서울TV 신수정 기자
신수정 기자 newcrystal@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