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연기’ 박근혜, 청와대 참석 두고 장고

한나라당이 친박, 친이간 계파 갈등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오찬 초청이 단초로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30일 당 최고위원.중진의원들 22명에게 오찬을 하자고 제안한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참석 여부다. 단순히 밥만 먹는 자리가 아닌 당의 화합과 최대 현안인 2월 임시국회 대책을 논의하자는 자리다. 박 전 대표가 참석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덕담’을 건네는 모양새가 될 공산이 높지만 이럴 경우 박 전 대표는 ‘원오프뎀(One Of Them)’으로 전락할 수 있다. 참석해 ‘쓴소리’를 보내거나 아예 불참할 경우는 이 대통령에게 전면전을 선언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지난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허위, 비방해 실형을 선고 받았던 친이 인사가 두 달도 안돼 특사로 풀려났다. 반면 박근혜 캠프에서 일한 인사들은 사정기관 대상에 올랐다는 등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박 전 대표의 심경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차기 유력한 대권 후보로 지목되는 박근혜 전 대표가 고민에 빠졌다. 청와대로부터 오찬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단독 회동이라면 못 만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당 최고위원 및 중진회의에 참석하는 22인중 한명으로 참석한다는 점이 걸린다.
친박의 한 핵심 인사는 “참석해 박 전 대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덕담 수준뿐이 할 게 없다”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를 위한 여권통합 자리에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
이 인사는 만약 참석할 경우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얘기다. 그러나 허심탄회하게 집권여당 중진의원들과 청와대가 모여서 정국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침묵하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그렇다고 불참할 수도 없는 박 전 대표다. 당청 화합과 국정현안에 대해 논의하자는 자리에 빠진다면 당장 차기 대권 후보감으로서 자질론 지적이 일 수 있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권력인 이 대통령에게 전쟁 선언을 하는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이명박 오찬 초청, 박 전 대표 ‘덕담’이냐 ‘쓴소리냐’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찬 초청을 받은 친박 인사들이 ‘사전 일정’을 핑계로 내달 초로 오찬을 미룬 형국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일정 많은’ 박 전 대표의 요청으로 미뤄진 게 아니냐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또 다른 친박 인사는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며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그동안 세차례 회동을 가졌지만 얼굴만 보고 돌아서는 자리가 대부분 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를 방지하기위해 사전에 친이와 친박 양 진영간 사전 조율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청와대가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 후보 거론자들 중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 걸맞는 예우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인 오찬을 갖지만 그 전후에라도 ‘이명박-박근혜’ 단독 면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대감도 표출했다. 이런 사전 정지 작업이 없이 만날 경우 친박 친이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가 탈당 등 중대한 결심은 하지 않겠지만 친박 의원들을 통해 여당속의 야당으로 확실하게 방향을 잡고 이명박 정부의 조기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한편 박 전 대표의 심경을 건드리는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지난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허위 비방한 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친이 직계의 핵심인 정두언 의원의 전 보좌관 김모씨가 크리스마스 특사로 풀려난 것이다.
김씨는 이명박 경선 후보 선대위에서 정책홍보단장을 맡은 인사로 한창 경선이 치열할 당시 김해호씨의 박근혜-최태민 의혹 제기 기자회견에 앞서 관련 자료를 제공, 허위사실 유포를 공모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인사다.
김씨가 제공한 자료는 최태민 목사의 부정축재 의혹, 최씨 가족과 박 후보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담겨져 있었다. 이 자료에 기초해 기자회견문을 작성해 김해호씨에게 전달한 임현규씨 역시 구속됐다.
그러나 김씨는 1년2개월간 도피생활을 하기전에 해명자료를 내고 “박 후보에 대한 검증자료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기자회견을 공모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 선대위가 공개한 김해호 녹취록에서는 김해호씨가 정 의원을 자신과 의형제 사이라고 주장하며 정 의원이 자신을 ‘형님’이라고 부른다는 등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고 있어 김모씨의 개입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박근혜 비방한 정두언 측근 실형 두달 만에 특사
그런 김씨가 지난해 10월 8일 그동안 도피 생활을 마치고 검찰에 자수하면서 세간에 주목을 받았다. 법원에서는 11월 8일 박 전 대표를 허위비방하는 기자회견을 막후에서 도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김씨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서 “근거 없는 의혹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는 등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됐다”며 “선거의 공정성에 좋지 않는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명박 캠프 차원의 조직적인 박근혜 죽이기가 있었다는 점을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박 전 대표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검찰은 김씨에 대해 소재를 파악하는 데 소홀했다는 비판과 함께 6일만에 수사를 종결하고 서둘러 기소한 점에 대해 의혹을 샀다. 정 의원실 역시 2007년 8월부터 도피생활을 하던 그에게 작년 4월까지 월급을 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 김씨가 지난해 12월 24일날 크리스마스 특사로 풀려난 것이다. 정 의원실에서는 “지난해 연말에 특사로 나왔다”면서 “그러나 의원실에서는 근무하지 않고 있다”고 풀려났다는 점을 인정했다. 김씨는 그 전달 11월에 실형 10개월을 선고 받고 12월 말에 방면돼 두 달도 안 돼 풀려났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다분히 정권차원의 특혜라고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반면 박근혜 캠프에서 일한 인사는 법정 소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박 캠프에서 일했던 홍모씨의 경우는 20억 경선자금 수수의혹이 일면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경선 캠프에서 대외협력위원회 전문가네트워크위원장을 맡았던 홍씨는 당시 이명박 후보의 주민등록초본 불법 발급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받은 인사로 유명하다.
최근에 홍씨는 한 월간지가 ‘경선 자금을 빌미로 20억여억원을 빌려가 갚지 않았다’ 보도가 나오면서 법정 소송중이다. 월간 조선은 최신호를 통해 ‘경선자금 명목으로 사업가 강모씨로부터 20여억 원을 빌려가 갚지 않고 있어 사기 논란이 일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홍씨는 “기사와는 달리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강씨에게 박근혜 후보의 경선자금이 필요하다거나 돈을 빌려달라고 말한 사실이 없고 20억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해당 기사는 허위.왜곡사실을 보도해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10억원의 손해 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홍씨의 돈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의 돈이라는 얘기도 있다”며 확인되지 않는 악성 루모까지 돌고 있어 박 전 대표를 더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박 캠프에서 일했던 또 다른 인사 역시 사정기관이 자신의 뒷조사를 벌였음을 시인해 박근혜 사람들 씨를 말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박근혜 캠프 출신 인사들 각종 구설수 ‘곤혹’
그는 “사정기관에서 잇권 개입 의혹을 가지고 내 뒷조사를 했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며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무대응으로 일관했지만 최근 내사를 했다는 점이 공식라인을 통해 전해듣고 불쾌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박 캠프에서 근무한 인사들 중심의 모임을 만들어 대선 이후 캠프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 친이 진영에서 ‘예의주시’하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의 오찬 참석 여부를 두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까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둘 사의 관계가 서먹서먹해진 배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친이 진영이 권력을 통해 조직적으로 친박 진영 흔들기에 박 전 대표가 분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 감정의 폭발이 청와대 오찬 회동 자리가 될 공산이 높다는 게 지인들의 관측이다. 박 전 대표 성격상 불참할 공산은 낮지만 참석할 경우 MB 정부에 ‘덕담’만 하고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는 2월초에 가질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에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유다.
[정정보도:2009.02.11]
본 신문은 지난 1월 4일자 "친박측,'정치 스타일이 다를 뿐...'일축"및 1월 25일자 "'일단연기'박근혜 청와대 참석 두고 장고"두 건의 기사를 통해 김무성 의원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고액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구설수에 올라 박근혜 전대표와의 관계가 소원해 졌다고 보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확인 결과, 김무성 의원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거나 후원금과 관련하여 구설수에 오른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로 인해 박근혜 전대표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보도 내용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보도시 사실확인 절차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독자여러분과 김무성 의원에게 사과드립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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