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맨 이태규 전 비서관, ‘박영준 청와대 복귀해야…’

‘왕비서’로 불리던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의 역할론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동안 각종 언론매체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해왔던 그였지만 ‘대통령의 의중과 정책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나서서 몸을 던질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나 청와대 개편과 개각을 앞둔 시점에서 박 전 비서관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컴백설’이나 ‘외곽단체 역할론’ 등 다양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박 전 비서관의 ‘역할론’과 더불어 지난해 해체선언을 했던 선진국민연대의 움직임 역시 분주하다. 빠르면 1월말 늦어도 2월초까지 조직을 재정비해 새롭게 다시 출범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명박 집권 2년차를 맞이해 ‘왕의 남자’들이 귀환하고 있다. 당장 이재오 전 의원이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선언했다. 지난 촛불집회 수습을 위해 물러난 이주호 전 교육과학문화수석과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에 ‘권력 사유화’논란 당시 물러났던 박영준 전 비서관이 우선적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이상득-정두언 ‘파워게임’에서 유탄을 맞은 박 전 비서관의 복귀에 청와대와 집권 여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상득 직계 라인으로 ‘인사 전횡’을 맡아했던 그가 복귀한다면 청와대 파워 게임이 재현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정두언-박영준 화해 ‘왕비서관’ 복귀 수순?
무엇보다 박영준 왕 비서관의 복귀는 반대 진영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說(설)’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정두언 라인으로 청와대 출범 당시 박 전 비서관의 집중 견제를 받아 연설기록비서관이라는 한직에 내몰린 사람이 이태규 전 비서관이다. 이후에도 박 전 비서관과 불협화음으로 급기야 청와대를 떠나 KT 전문위원으로 현재 근무중이다. 정두언 의원이 박영준 전 비서관을 언급하며 ‘권력 사유화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이 전 비서관이 본지와 통화에서 박 전 비서관의 역할론에 적극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7일 본지와 통화에서 “박 전 비서관이 바깥에서 일해서는 안된다”며 “외곽에서 일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박 전 비서관은 청와대 안에서 일해야 한다”며 “청와대 안팎에서 반발이 심할 수 있지만 참고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두언 측근이기도 한 이 전 비서관의 이런 발언은 이상득-정두언, 정두언-박영준의 ‘화해설’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반증인 셈이다. 두 진영이 화해를 했다면 이명박 대통령 역시 이번 청와대 개편에서 박 박 전 비서관을 중용할 공산이 높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잘 하는 안국포럼 출신 한 초선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대통령은 원래 사람을 한번 사귀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CEO 출신이니 사람들은 넓게는 사귀고 또 많이 안다. 그러나 그 사람을 믿고 신뢰하기에는 정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이다”라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그리고 한번 믿고 쓴 사람은 아무리 주위에서 ‘저 사람 문제 있다’ 하더라도 ‘내가 잘 아는데 그런 사람 아니다’라고 안 듣는 편이다”고 박영준 청와대 복귀설에 힘을 실어줬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 사무처장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선진국민연대 전 구인호 사무총장 역시 “대통령의 판단과 선택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박 전 비서관은 언제고 대통령이 다시 부를 인사로 시기가 문제될 뿐”이라고 중용설에 내심 기대감을 표출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전 비서관의 역할론에 동조하면서도 청와대 복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박영준 전 비서관이 이명박 정부에서 일한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청와대에서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득-정두언 두 인사가 ‘화해’를 했지만 소강 상태일뿐 언제든지 ‘파워게임’이 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곧바로 청와대행이 이 대통령의 정국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청와대 인사 역시 “계속 쉬겠느냐”며 “청와대에서건 외곽에서건 일을 할 것”이라고 동조했다.
박영준, “MB 위해 몸을 던질 때” 역할론 강조
청와대를 떠난 박 전 비서관은 그동안 조용하게 지내왔다. 특히 선진국민연대를 이끈 주역으로 박 전 비서관은 해체 선언한 이후 조직 재정비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럽 동남아시아 등 6, 7개국을 방문해 견문을 넓히기도 했다.
또한 그동안 침묵을 깨고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월간지와 인터뷰에서 친이계를 향해 “이제는 작은 차이와 개인적인 불만을 모두 접어두고 이명박 정부의 위기 극복을 위해 총단결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의중과 정책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나서서 몸을 던질 때”라고 주문했다.
한편 박 전 비서관의 적극적인 행보에 맞춰 선진국민연대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구인호 사무처장은 “그동안 200여개 단체를 방만하게 운영해 그대로 가져가긴 힘들었다”며 “또 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상황이 바뀌면서 역할과 위상이 달라져 조직 슬림화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계획뿐만아니라 에너지, 환경, 노사 등 다양한 전문가 그룹을 통해 활동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며 “조직을 위한 조직에서 탈피하고 일과 사업 중심으로 전환할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0월 해체를 선언한 이후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빠르면 1월말 늦어도 2월초에 새롭게 출범하기위해 준비중”이라고 덧붙였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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