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민주당플랜’ 놓고 DJ계·친노계 대결 양산 ‘확산’

“민주당, 뉴 민주당 플랜으로 중도개혁 노선 포기하나”
최근 ‘뉴 민주당 플랜’이 ‘새로운 진보’로 외부에 알려지면서, 당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중도를 포기한 것”, “한 단계 좌로 이동한 것” 등에 대한 해석부터 “호남당으로의 회귀”라는 비판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뉴 민주당 플랜’의 실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새로운 진보’는 최고위원회에 보고된 1차적인 가안 중 하나일 뿐이고, 그 역시 아직 확정 안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최근 여야 쟁점법안 격돌로, 뉴 민주당 플랜 작업도 오랜 기간 중단됐다. 발표 시기가 그만큼 늦춰질 수 있다는 것. 뉴 민주당 플랜의 ‘새로운 진보’ 논란, 예상되는 당내 변화 등을 주목했다.
민주당이 ‘새로운 진보’라는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중도개혁’에서 한 단계 좌측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내 뉴민주당비전추진위(이하 비전위)에 따르면 비전위는 뉴민주당 선언 초안을 수정하고 있으며, 여러 노선과 함께 ‘새로운 진보’를 제안했다. 진보란 단어가 야당에 선명성을 부각시켜 줄 수 있다고 봤고, 개혁은 열린우리당 시절 비생산적인 ‘실용 대 개혁’ 논쟁을 연상시킬 수 있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도란 용어가 뚜렷한 가치를 담고 있지 못한 점도 반영됐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새로운 진보’를 내세운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진보’의 비전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모두를 위한 번영’을 제시하고, 기회, 정의, 공동체를 3대 가치로 정했으며, 5대 정책 목표로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성장 ▲사람 경쟁력 제고 ▲사회 안전망 확대 ▲환경과 녹색에너지 강화 등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진보를 내세워 한나라당과 명확한 대척점을 형성하고, 선명한 대안야당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당내 논란이 촉발됐고, “호남당으로 전락할 것”, “구민주계 의원들을 배제하기 위한 것” 등 비판적인 분석이 쏟아졌다.
당내 비주류 한 의원은 “중도라는 건 이것도 저것도 아닐 수 있고, 개혁이라는 건 방향이 없는 개념일 수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진보로 방향성을 분명히 한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뉴민주당 플랜 정풍운동 재개 가능성
친노계 한 의원은 “진보는 우리가 계속 유지하고 지켜나가야 할 길이며, 방향설정을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친노계 의원은 “지금은 이념 논쟁을 할 시기 아니다”며 “호남당으로 회귀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고,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당 중진 의원은 “이념이 선명해지는 건 좋은데 10%도 안되는 진보 지지층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며 “정당은 선명경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집권을 위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뉴민주당 플랜은 야성 회복에 목숨걸고, 지지자라도 확실히 잡자는 것”이라며 “결국은 호남표 밖에 못먹는 정당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당이 새로운 진보로 가면, 구민주계 등 보수성향 의원들은 당내 입지가 약해질 것”이라며 “보수성향 의원들을 배제하고, 과거 정풍운동을 다시 불러올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열린우리당 주축세력들이 당을 주도하고,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계승세력을 자신들로 변화시키겠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비전위 관계자가 사태 진화에 나섰다. 뉴민주당 플랜 선언을 통해 한 단계 좌측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진보’가 당의 새 노선이 유력할 것이란 관측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비전위 핵심관계자는 “새로운 진보는 중도적 진보 등 여러 대안 중 하나였고, 진보라는 개념에 대해 별도의 설명이 담긴 해설서를 최고위에 같이 올렸는데 새로운 진보만 부각됐다”면서 “민주당이 중도를 포기하고 새로운 진보로 간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는 특히 “뉴민주당 플랜은 최고위에서 초안을 일독한 수준이고, 최고위 후 내용이 바뀌고 수정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새로운 진보를 내부적으로 확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3대 가치 및 5대 핵심 정책 목표 등과 관련, “3대 가치는 논쟁이 진행 중이고, 단어자체가 바뀔 수 있으며, 5대 핵심정책 목표라는 표현을 한 적이 없다”면서 “정책목표 등은 뉴민주당 선언의 정책에 포함시킬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민주당 플랜작업 무기한 연기될 듯
뉴 민주당 플랜 작업은 12월 중순까지 진행되다가 여야간 입법 전쟁이 벌어지던 12월 말부터 중단됐다. 뉴 민주당 플랜이 최고위의 의견을 반영해 1차 수정작업을 진행하던 중에 멈춰 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최고위에 다시 보고하고, 의원총회를 통해 큰 틀을 확정한 뒤 전국 순회 당원 설명회를 거쳐 이달 말이나 2월초께 발표하려던 계획은 지연된 기간만큼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차 입법 전쟁이 예고되고 있어 뉴민주당 플랜 작업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전위 관계자는 “뉴민주당 플랜 관련 전국순회 일정 전체가 재조정되고, 진보라는 개념 논의도 계속 이뤄질 것”이라며 “특히 2월 입법전쟁이 예고되고 있어 뉴민주당 플랜작업이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러 정황상, 뉴민주당 플랜 선언의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공표는 어렵게 됐다. 당 분위기상 큰 폭의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대표의 공약이기도 했던 ‘뉴 민주당 플랜’작업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고, 민주당이 어떤 방향으로 새 노선을 잡아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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