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소외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영남 퍼주기 논란과 맞물려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호남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 속에서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발표와 관련 호남 차별론을 강하게 외쳤고, 차별받는 사례도 집중 소개했다. 반면 영남지역에서는 최근 SOC예산 집중 배정에 이어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예산이 추가로 투입돼 함박 웃는 모습이 역력했다. 최근 영남지역 송년회는 그런 분위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호남소외론을 중심으로 영호남의 표정을 비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호남죽이기’ 논란도 점검했다.
민주당 광주·전남 지역의원들이 25일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사업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 사업에 호남권이 배제돼 있으므로 정책을 시정하고, 제대로 된 지역균형 정책을 추진하라는 게 요지다. 의원들은 이 사업의 권역설정이 잘못됐다면서 권역재조정을 요구했다.
선도산업 합의안은 제출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정부의 발표가 이뤄진 것이다. 호남권에서는 선도산업으로 자동차 부품소재산업,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을 내부적으로 결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은 “정부의 사업 발표는 호남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밀어부치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호남권 지역은 1개의 경제권으로 설정돼 2개의 권역으로 설정된 영남에 비해 사업과 예산이 절반으로 축소된다. 호남 의원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들 의원들은 또 호남차별의 근거로 ▲현 정부가 과학영재학교를 추가 지정하면서 광주·전남지역 과학고를 탈락시킨 점 ▲영남 위주로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를 마련한 점 등을 들었다.
민주당, 호남배제 영남 퍼주기 시정 요구
정부는 지난해 말 도로와 철도, 4대강 개발, 경인운하 등 사회간접 자본 분야, 보금자리 주택, 국토공간 정보사업, 산업단지 개발 등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내년에 총 45조 원을 조기 투자해 79조4000억 원의 생산 유발과 65만 명의 고용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영남편중 호남소외’가 노골화했다는 게 의원들의 또 다른 주장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경상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이고, 4대강 개발 명목하에 이뤄지는 낙동강 유역 집중 투자다. 반면 호남권은 이렇다 할 사업이 없다.
호남출신 한 의원은 “영남의 선도 프로젝트는 대부분 신규사업 위주로 선정되면서 호남은 대부분 기존에 추진되던 사업들로 선정되는 불이익까지 감수하게 됐다”면서 “이렇게 되면 지금껏 영남에 비해 개발에서 소외된 호남은 앞으로 더 큰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포항 등 영남권의 분위기는 호남권의 침체 분위기와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전국 SOC 사업 중 주요도로 사업 전체예산의 40.2%가 이 대통령의 고향이자, 친형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에 집중돼 논란이 빚어졌다. 또 논란 직후 ‘영포회(포항과 영일군 출신 5급 이상 공무원 친목회)’ 송년모임에서 현정부 실권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알려지며 비난이 쏟아졌다. 이 당시 지역출신 한 국토해양위 위원은 “내년부터 포항과 동해안이 예산으로 혈맥이 뚫릴 것”이라고 말했고,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들은 위기 앞에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포항만 잔치가 벌어졌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영호남이 대비되자, 정치권에서는 ‘호남죽이기’ 논란이 벌어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현상은 비약적으로 말하면 호남권 죽이기로 규정할 수 있다”면서 “당장은 호남이 죽지 않더라도 영남의 발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호남은) 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호남권 죽이기 논란 재현
당에 비판적인 인사는 “전라도에서 집권할 때 J 프로젝트나 행담도 사건, 무안국제공항, 여수공항 등 말도 안되는 사업을 벌여 왔다”면서 “과거건 현재건 집권할 때는 암묵적으로 그렇게 해왔다”고 주장했다. 익명의 정치분석가는 “호남 죽이기를 하려면, 정부의 호남권 인사를 손보고, 호남 기업들을 망가뜨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이런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쟁점법안’ 논란이 끝나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정계 이슈로 부각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선태규 기자 august@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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